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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가타리의 추상기계를 활용한 ‘웃음’ 연구김효 연구자의 ‘웃음의 원리’ 연구
권성수 리뷰어 | 승인 2016.08.08 14:43

“요즘엔 웃을만한 일이 별로 없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아마 삶의 질이 낮다든가 사람이든 일이든 재미없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든가 여하간 그리 좋지 않은 상황임을 암시하는 말이다. 우리는 웃음을 행복의 척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인간 삶을 연구주제로 삼은 수많은 사상가와 연구자들이 웃음의 정체와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이유일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으로부터 키케로와 호라스, 칸트와 쇼펜하우어, 바흐친, 베르그송, 프로이트, 니체 등이 웃음의 본질과 원리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지만 “누구도 웃음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포착하지는 못하며 다양한 논자들의 담론들은 단지 부분적으로만 유효할 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김효 성결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조교수는 「들뢰즈/가타리의 기계와 추상기계 개념을 활용한 웃음의 재조명」(『글로벌문화콘텐츠』, 2015년 2월)을 통해 웃음 현상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에 접근하기 위한 인류의 시도에 또 하나의 노력을 보탠다.


들뢰즈/가타리의
추상기계란 무엇인가?


저자는 웃음의 문제를 들뢰즈/가타리의 기계와 추상기계 개념을 활용해 재조명하고자 하는데 이를 위해 논문 도입부를 개념설명에 할애한다.

"들뢰즈가 필생을 바쳐 수행한 작업은 형식규정적인 관념에 입각하여 형성된 개념의 체계를 허물고 유물적인 근거 위에 세워진 개념을 창안하는 것이었다." (27쪽)

들뢰즈 사유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존재의 근원을 하나의 원형질과 같은 것으로 본다는 점이며, ‘기관없는 신체corps sans organes’와 ‘추상기계machine abstraite’는 개별적 변용을 생성시키는 원형질적인 모태를 지칭하는 어법들이다. 들뢰즈/가타리는 개별화된 개체를 ‘기계machine’라 부르는데, 기계의 본질은 “구조적으로 수립된 사물들의 질서에 가하는 이질적인 절단”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기계들은 그것이 무엇을 절단하는 데 ‘사용’되는가에 따라 구분된다.

예컨대 실체적 관점에서 ‘입’은 신체라는 유기체를 이루는 한 부분이다. 그러나 기계의 관점에서 영양의 흐름을 절단해 먹는 용도로 사용될 때 입은 ‘먹는 기계’이며, 말을 하기 위해 소리를 절단할 때는 ‘말하는 기계’이고, 숨을 쉴 때는 공기를 절단하는 ‘숨쉬는 기계’가 된다. 이처럼 기계는 총체화되지 않는 어느 하나의 ‘용도’로 사용되는 ‘부분’, ‘파편’을 가리키는 개념으로서, 총체적인 구조에 저항하고 그것을 폭파시킨다.

구체적인 기계들이 작동하는 방식을 들뢰즈는 ‘추상기계’라는 개념 도구로 접근한다. 형식규정인 추상이 갖는 폭력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안한 것이 바로 기계로서의 추상, 즉 추상-기계인데 이는 기능이나 효과를 근거로 추출되는 추상이다. 기능과 효과는 형식 외적인 것으로 여기서 저자는 들뢰즈가 푸코로부터 차용한 다이어그램으로 설명을 이어간다.

들뢰즈는 다이어그램을 한마디로 “힘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지도”라고 정의 내렸다. 다이어그램은 형식적 공통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비형식적 차원에서의 공통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힘은 작동할 때마다 밀도와 강도, 혹은 속도, 방향 등이 다르며, 다이어그램은 그러한 힘의 성격을 보여준다. 들뢰즈는 이 다이어그램을 바로 기계로서의 추상 즉 추상-기계라 칭한다. “다시 말해서 서로 다른 형식들을 출현시키되 ‘비형식적으로 작동하는 내재적인 공통 원인’인 힘의 상관관계가 추상기계인 것이다.” (30쪽)

추상기계는 형식 이전의 차원에서 작용하는 힘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기에 건축과 음악, 미술 등 예술 작품에 적용될 때 형식의 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음색이나 질감, 느낌과 같은 미적 효과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능을 담지한다. 저자는 이를 착안해 웃음의 추상기계를 도출함에 따라 다양한 웃음의 형식을 포괄하는 공통의 원인을 발견해 포괄적인 웃음의 담론을 선보일 수 있는 길을 열고자 한다.


신경생리학적 관점에서의
웃음


웃음의 추상기계가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웃음이 작동할 때 어떤 힘들의 관계 지도가 그려지는지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다행히도 신경생리학적 웃음 담론이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웃음의 원리를 신경생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대표적인 논자는 스펜서Herbert Spencer이다. “스펜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감정이 신경에너지를 발생시키고 그 에너지는 특정한 근육운동에 의해 해소된다는 입론에 토대하여, 웃음을 신경에너지의 방출로 본다.”(32쪽) “말하자면 감정이 발생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신경에너지가 발생하는데 그것이 (비극의 경우처럼) 상당한 긴장과 관련된 것일 경우, 거대한 양의 신경에너지가 발생된다. 그런데 그것이 곧바로 유사한 정도의 긴장도를 갖는 새로운 생각과 감정을 만드는 데 소모되지 못할 경우에는, 분출되는데 그것이 웃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33쪽)


프로이트와 모롱의
웃음


저자는 웃음의 발생 원리를 신경(생리)학적 에너지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과잉과 방출로 파악하는 입장이 프로이트와 모롱Charles Mauron에 이르러 심리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가 보강되었다고 분석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우리가 특정한 움직임을 지각할 때 우리는 무의식적인 상상작용으로 그 움직임에 ‘감정이입’한다. 이 때 에너지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나의 신경세포 속에서는 ‘감정이입’과 분리된 제 2의 신경 작용이 진행되는데 이는 관찰대상의 움직임과 별개로 나 자신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 지각의 정보로 관찰 대상이 목표로 하고 있는 행동을 나름대로 표상하는 작용이다.

즉, 내가 어떤 행동을 지각할 때는 감정이입과 동시에 관습대로 표상하는 두 가지 모순된 표상 작용이 신경세포 속에서 일어난다. 이 때 대상의 움직임이 나 자신의 가상적 움직임에 비해 지나치게 부적당한 경우, 그것을 지각하기 위해 발생한 여분의 에너지가 “쓸모 없는 잉여로 선언”된다. 이것은 억제inhibited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프로이트에 따르면 억압된 것은 해소를 추구한다. 따라서 억제된 에너지가 온몸으로 방출될 때 웃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프로이트에 이어 모롱의 이론을 소개한다. 모롱은 프로이트의 후예로서 프로이트의 “비용의 차이” 이론을 계승하면서 웃음을 일종의 ‘경제 현상’으로 규정한다. 다만 둘의 차이점은 모롱은 분산의 속도를 문제 삼음으로써 돌발성을 웃음의 필수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며, 무엇보다도 웃음이 쾌감을 수반하기 위해서는 ‘승리감’이 필수 요건임을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승리의 대상은 불안감이다. 즉, 불안에 대한 방어로써 축적한 상당한 에너지는 그것이 면제되었을 때 사용되지 못하고 방출되는데, 이때 극복된 상황에 우월감에 도취돼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모롱은 이것을 ‘승리의 판타지fantaisie de triomphe’라고 명명한다.

위의 이론을 종합해 저자는 웃음의 추상기계의 도식을 다음과 같이 나타낸다.

논문 37쪽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모롱이 말한 ‘속도’라는 계수가 추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잉여 에너지의 발생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을 경우 그것은 웃음의 에너지가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2의 계수 ‘승리감’을 첨가하면 추상기계의 다이어그램은 완성된다.
 

논문 38쪽

“본 논문은 웃음의 본질과 원리를 다루는 작금의 담론이 갖는 지엽성의 한계에 직면하여,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웃음의 특성상 들뢰즈와 가타리가 창안한 기계와 추상기계의 개념을 활용한다면 보다 원초적인 차원에서 웃음의 원리를 들여다 볼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 따라 웃음의 추상기계를 도출해보았다. 그러한 시도는 무엇보다도 웃음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이 서사성보다는 순간적인 에너지의 운동성과 관련이 있다는 특성을 고려하여, 웃음의 원리는 어떤 형식적인 특징보다는 기능이나 효과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웃음은 자연발생적인 웃음과 그렇지 않은 웃음이 있다. 본 논문을 통해 도출된 웃음의 추상기계는 자연발생적인 웃음에 한하여 다양한 웃음 현상들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웃음의 메커니즘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바꿔 말해서 그것은 다양한 웃음 담론들을 포괄적으로 품을 수 있는 보편적인 유효성을 가진 웃음의 다이어그램이다. 더구나, 서로 다른 웃음현상들 사이의 차이와 다양한 웃음 이론들이 각기 가지고 있는 특이성을 파악할 때도 웃음의 추상기계가 유용하다는 점까지 우리는 본 논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40~41쪽)

 

권성수 리뷰어  nilni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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