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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의 성공이 불편한 이유가족 멜로드라마 <완득이>에서 재현되는 하층민·다문화 가족과 향수의 의미
홍혜원 리뷰어 | 승인 2016.07.23 04:54

최근 복고풍의 영화나 드라마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제작되고 있다. <응답하라>시리즈에서부터 <건축학개론>, <국제시장>까지, 이들은 낭만적인 과거와 공동체적 가치를 그리워하는 향수를 자극하여 흥행에 성공했다. 김려령의 청소년 성장소설이 원작인 영화 <완득이>(2011년 10월 개봉)도 그러한 흐름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정민아 용인대 영화영상학과 초빙교수의 「가족 멜로드라마 <완득이>에서 재현되는 하층민·다문화 가족과 향수의 의미」(『대중서사연구』 21(1), 2015년 4월)는 영화 <완득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한국사회의 불안을 짚은 논문이다.


사회불안,
가족이 호명되는 이유

원래 한국 영화에서 가족 이야기는 보조 플롯의 역할만을 담당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가족 드라마가 흥행순위 상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 시점에 가족 이야기가 한국 영화의 주류로 떠올랐을까?

저자는 2000년대 이후의 사회변화가 그 이유라고 말한다. 2000년대 이전에는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의 변환이 일어났었다. 그러나 이후 공동체의 최소 단위라고 할 수 있는 가족조차 해체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무한경쟁과 불균등한 자본 배분을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영향이 더 거세졌다. 이에 따라 공동체보다 개인이 강조되었고 가족의 안정성조차 흔들리게 되었다.

이는 가족 관계의 변화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현재 우리나라 가정이 “자녀의 대학진학을 위한 프로젝트 공동체(『경향신문』, 2012.1.3. [10대가 아프다]에서 인용)”이자 경쟁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음을 지적한다. 가족구성원들은 소통 없이 기능적으로 움직이고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경제위기가 일상화되었다. 높은 이혼율, 낮은 출산율, 청년들의 결혼 기피, 편부모 가족 증가, 기러기 아빠, 캥거루족의 등장 등은 모두 가족 관계에서의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권명아(동아대 국문과) 교수는 『가족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책세상, 2000)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가족적 관계에 대한 요구가 집단적으로 표명되는 시점은 주로 현실의 모든 것이 깨졌다는 위기의식과 그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이 팽배한 시기이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불안한 사회현실 속에서 가족을 호명하며, 나를 지켜줄 것은 오직 가족이라는 가족주의를 희구하는 시대가 가족영화의 성공을 낳는다(124쪽).

권명아 저, <가족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영화 <완득이>가
불편한 이유

<완득이>에 나오는 주인공 도완득은 가난, 장애, 다문화, 입시교육 등 한국사회가 지닌 갖가지 문제들의 집합체다. 그러나 영화는 주인공이 지니는 모순과 그를 둘러싼 사회적 이슈들을 진지하고 성찰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코미디적으로 다루는데 그친다. 저자가 <완득이>를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완득이>는 장애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라는 일그러진 가족의 초상에서 시작하지만 어머니가 돌아옴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영화는 완득이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위해 절대적으로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어머니(권명아, 위의 책, 34쪽)가 필요하다고 보여주는 셈이다. 저자는 영화가 이주자 여성을 조연의 자리에까지 올려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보조적 역할 밖에 수행하지 못함을 지적한다. 여기서 동화주의를 표방하는 한국 다문화 정책의 문제점은 감춰지며, 우리의 착한 이주자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모성애를 발휘하며 화목하게 사는 것이 이주자 여성에게 최선의 선택임을 영화가 은연중에 강요한다(125쪽).

완득이가 필리핀 이주 여성인 엄마와 시장에 가는 장면.

또한 저자는 이상적 가족의 원형을 하층민 집단에서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의식을 꼬집는다. 일본 대중들은 재일교포의 삶과 고민을 그린 영화 <GO>를 보고 다 깨져버리고 기능적으로 전락한 가족 관계의 이상적인 모습을 자신들보다 계급·계층적으로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재일조선인 가족 집단에서 찾는다. 저자는 <완득이>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한국 대중들은 자신의 성공과 부의 대물림을 위해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현행 가족의 모습에서 찾을 수 없는 이상주의적인 가족 원형을 <완득이>에서와 같은 하층민‧다문화 가족에게서 찾는 것이다(127쪽). 이 비교는 꽤 설득력 있지만, 왜 사람들이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집단에서 이상적 모습을 발견하려고 애쓰는지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논문은 사극과 복고영화 열풍이라는 차후 연구 주제를 시사하며 마무리된다. 가족과 향수, 하층민을 그리는 영화가 성공한 이유에는 IMF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의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다. 주된 문제의식과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으나, 논문의 초반부에 비해 중반 이후부터는 영화 <완득이>의 줄거리와 한국 영화계의 다른 작품들을 열거하느라 글의 긴장감이나 집중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후반부에서 다양한 예시를 들기보다 좀 더 최근 대중문화의 흐름이나 성격을 성찰하는데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문제의식과 이를 풀어나가는 설명이 돋보이며, 지금 이 시점에 읽기에는 매우 시의적절한 논문이라고 생각된다.
 

홍혜원 리뷰어  hhw3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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