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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득공의 『경도잡지京都雜誌』 번역 오류 많아진경환 교수, 『민족문화』 최근호에서 28군데 오류 일일이 지적
강성민 리뷰위원 | 승인 2016.02.09 18:29
유득공의 <경도잡지>

유득공의 『경도잡지京都雜誌』 「풍속風俗」 편의 번역에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경환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는 『민족문화』 46호에 실은 「『京都雜誌』「風俗」편 번역의 오류 문제」라는 논문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다.

『경도잡지』 「풍속」 편은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생활상을 집중적·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텍스트다. 생활사 연구의 진작과 더불어 이 텍스트는 대단히 자주 인용, 활용되고 있다. 논문 작성에서부터 이른바 ‘문화원형콘텐츠’ 개발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광범위한 분야에서 두루 참조·원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번역에 좀 문제가 발견되었다. 진경환 교수는 “그 텍스트의 번역과 주석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예상외로 중차대한 오류가 다수 발견된다”며 “그 영향력의 막중함에 비추어볼 때, 이것은 대단히 곤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거의 모든 학자가 비판 없이 신뢰하고 인용하고 있는 자료에서 이런 오류가 다수 발견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는 게 진 교수의 입장이다.

그는 「풍속」 편 19항목에 대한 번역과 주석에서 오류라고 생각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지적, 비판하고 수정하고 있다. 19개의 항목 중 11개의 항목에서 오류가 발견되었고 세부적으로는 28군데에서 잘못이 보였다. “이것들은 단순한 실수라거나 부주의해서 일어난 불찰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대부분 사실을 모호하게 하거나 심지어는 심각하게 왜곡하는 경우였다”고 지적했다.

「풍속」 편은 건복巾服, 주식酒食, 다연茶烟, 과과果瓜, 제댁第宅, 마려馬驢, 기집器什, 문방文房, 화분花卉, 발합鵓鴿, 유상遊賞, 성기聲技, 도희賭戱, 시포市舖, 시문詩文, 서화書畵, 혼의婚儀, 유가遊街, 가도呵導로 구성되어 있다. 필자는 각 항목으로 나눠 번역의 오류를 적시하고 그 이유와 수정된 번역을 제시하고 있다. 아래에서 주요 지적을 발췌하여 살펴본다.

이 글에서 집중적으로 검토하려고 하는 경도잡지는 국립민속박물관 세시기번역총서5, 『조선대세시기』3, 2007에 들어 있다. 진 교수는 국립민속박물관의 번역물만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그것이 가장 최근에 번역되어 나온 것이고,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공한 학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한 작업이며, 나아가 이른바 문화원형 콘텐츠로 활용되는 데서도 대단히 큰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 巾服
“朝士”를 그저 “벼슬에 나간 자” 혹은 “벼슬아치” 또는 “벼슬한 자”로 풀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조사는“조정의 선비로 중앙의 관원을 통칭”하는 말로, 조신朝臣, 조관朝官으로도 부른다. 

“朝士常服”, 곧 “조사는 상복을 입는다”에서“상복”을 “일상복”이라고 한 것도 적절치 않다. “상복”은 왕과 왕세자, 문무백관이 평상시 집무할 때 입는 정복正服이다.

“華梨”를“배나무”라고 한 것은 큰 잘못이다. 윗도리에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소도小刀의 칼자루나 칼집을 만드는 재료를 나열하면서 이 말을 쓰고 있는데, 함께 거론되는 것은 코뿔소의 뿔[犀], 바다거북 등딱지[玳瑁], 침향沈香, 검은 물소 뿔[黑角] 등 모두 쉽게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희귀한 물건들이다. “華梨”는“花梨”라고도 하는데, “화리, 紫檀, 降眞, 烏木, 침향 같은 나무들은 남쪽 변방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이것은 귀한 집의 완기翫器로서만 쓰인다.” 화리는 주로 악기의 재료로 사용되었는데, 옛 음악에서악절의 끝이나 시작 또는 춤사위의 변화를 지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박拍이 대표적이다.

 

2) 酒食
“氈笠套”라는 노구솥을 설명하면서 “안주와 하반에 모두 좋다安酒下飯俱美”고 했는데, 여기서“하반”을 “밥짓기”라고 풀이한 것은 잘못이다. 하반은 “반찬”이라는 뜻이다.

“雜菹”를“여러 채소를 절이는 것”으로 푼 것은 커다란 실수다. 잡저는 절인 배추, 무, 오이를 넓적하게 썰어 고춧가루와 생강, 마늘, 새우젓국, 소금, 파, 미나리 등을 함께 넣고 버무린 다음 다시 젓국을 부어서 익힌 섞박지를 말한다.

“제어鯷魚” 곧, 속칭 “위어葦魚”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아무런 설명없이 “웅어”를 언급하여 마치 그것들이 서로 다른 생선인 것처럼 오인케 한 것도 문제다. “위어”가 요즘처럼 “웅어”로 변한 것은, “부어鮒魚”가 “붕어” 혹은 “리어鯉魚”가 “잉어”로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음운현상이다.

“桃花未落”을 “복숭아꽃이 다 떨어질 무렵”이라고 한 것도 잘못이다. “복숭아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라고 옮겨야 옳다. 이는 시식時食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다. 시식은 제철에 나서 그 계절에 맞춰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말한다. 

“禿尾魚蒸”을 “숭어국”이라고 한 것도 잘못이다. “독미어”는 도미를, “증蒸”은 대개 찜을 말한다. “독미어증”은 도미찜이다. 참고로 국은 갱羹이라 한다.

 

3) 茶煙
차 종류를 설명하면서 “백두산 삼나무 싹白頭山杉芽”으로 만든 차를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삼나무는 우리나라 남부 해안에 분포한다. 백두산에선 자랄 수 없다. 그렇다면 “삼杉”은 무엇일까. 다산 정약용의 『아언각비雅言覺非』를 참고해보면 이것이 전나무임을 알 수 있다.

 

4) 果瓜
감의 종류를 설명하면서 “이름이 월화인 감은 조금 둥굴면서 네모난 구멍이 있다”고 한 것은 전혀 잘못된 풀이다. 네모난 구멍이 난 감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이것에 해당하는 원문은 “柿名月華, 小團, 長存, 方穴”이다. 『증보산림경제』에 따르면, 이것들은 감의 여러 명칭이다. “작으면서 서리가 내리기 전에 먼저 익는 것을 早紅이라 하며, 또 高中, 方穴, 小團, 長存 등의 명칭이 있다.”

 

6) 馬驢
“截多” “勾郞” “夫婁” “加羅” “公鶻” “高羅” “加里溫” 등 말의 종류를 나열하면서 “이것들은 본래 만주어”라고 하였다. 이것은 원저자 유득공의 서술인데, 몽골어의 잘못이다.

“말을 타면 말고삐를 오른쪽에 두고 당긴다. 당상관은 왼쪽에서도 당길 수 있게 한다”고 한것도 잘못된 표현이다. 원문은 “騎馬者有右牽, 堂上官添左牽”으로 “말을 타는 사람은 오른쪽에 견마잡이를 두는데, 당상관은 왼쪽에도 더 둔다”는 뜻이다.

 

7) 器什
“세속에서는 놋그릇을 중시하여 밥, 탕, 나물, 고기 등 식탁에 오르는 모든 것을 놋그릇에 담는다”고 한 것은 맥락을 잘못 짚은 것이다. 해당 원문은 “俗重鍮器, 人必具飯湯蔬炙一卓之用”이다. 이 구절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예컨대 ‘칠첩반상’처럼 밥, 국, 김치, 장류, 조치 이외에 숙채, 생채, 구이, 조림, 전유어, 마른반찬, 회 따위의 반찬을 담은 접시가 일곱인 밥상, 또는 그런 밥상에 쓰는 그릇 한 벌, 곧 일습一襲을 갖춘다는 것이다.

 

8) 花卉
“화초를 가꾸는 능력은 왜인들의 소철蘇鐵이나 종려棕櫚에까지 미친다. 중국 연경에서는 가을에 해당海棠을 귀하게 여긴다”고 한 것은 완전히 잘못된 풀이다. 맥락하고도 전혀 맞지 않고, 두 문장의 연결도 이상하다. 해당 원문은 이렇다. “養ヲ花卉能致倭蘇鐵棕櫚燕中秋海棠爲貴.” 이것은 “화초를 가꾸는데, 왜의 소철과 종려, 중국의 추해당秋海棠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는 말이다.

“매화는 녹색 꽃받침이 거꾸로 달린 채 저절로 꺾인 것을 아름답게 여긴다”고 한 것은 애매하고 모호한 서술이다. 해당 원문은 “梅以綠萼倒垂 自然傞爲佳”이다. 이 말은, 매화 중에서 녹색의 꽃받침이 거꾸로 드리워져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것을 좋다고 한다는 말이다.

기녀들이 쓰던 “가리마”의 모양을 설명하면서 “우리말로 씌우개[冪]로 서간봉투 같은 형태여서 머리카락을 가릴 수 있다”고 한 것도 적절치 않다. “서간봉투”라고 풀이한 것의 원문은 “書套”인데, 그것은 편지봉투가 아니라 여러 권으로 된 帙冊을 한꺼번에 묶어두려고 만든 일종의 ‘책갑’을 말한다.

 

10) 市舖
“서울에는 종가鐘街를 끼고 큰 점포가 있어 각기 비단, 명주, 종이, 베 등을 판다”고 한 것은 원저자가 말하고자 한 바의 논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것이다. 이 문장에서 강조하는 것은육의전六矣廛과 거기서 파는 품목이다. 육의전은 전매특권과 국역 부담의 의무를 진 서울 종로의 여섯 시전市廛으로 명주, 종이, 어물, 모시, 비단, 무명 등을 독점 판매했다. 말하자면 비단, 명주, 종이, 베 등등을 두루 팔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가의 주요 수요품이면서 동시에 언제든지 화폐로 쓰일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품목들을 적시한 것이다.

결혼식에서 신부의 행차를 설명하면서 “관청 하리들을 동원하여 배호했다"라고 했는데 원문에 해당하는 “用吏隷陪護籠街”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농가籠街”를 누락했다. 크게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아서인지, 찾아보지 않아서인지 모르지만, 원문을 임의적으로 누락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농가”는 수레를 호위하는 모양이 매우 성대함을 말한다.

그 외에도 지적은 많으나 더 많은 사례와 자세한 논증은 논문을 직접 읽어봐야 한다. 진 교수는 이런 중요한 오류들이 시급히 수정되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강성민 리뷰위원  review@bookp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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