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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여성 노동자의 저임금, 생활임금으로 넘어설 수 있을까
김주원 리뷰어 | 승인 2016.05.30 09:07

범죄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충격과 논란에 못지않게, 여성들이 삶의 현장에서 처한 현실도 난감하기 짝이 없다. 비정규직 보호법의 제정이 무색하게 정규직 전환의 길은 멀기만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는 공고해져 간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 여성 노동자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에서 ‘젠더의 계급화’나 ‘빈곤의 여성화’는 꾸준히 문제시되고 있다. 한편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가장 낮은 임금’으로서 빈곤임금의 성격마저 드러내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때 비정규직 노동자, 특히 저임금 여성 노동자의 삶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편으로 생활임금이 지자체를 통해 제시되는 데 주목한 논문이 나와 소개한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의 「생활임금과 저임금 여성노동자: 대안 임금정책의 가능성을 중심으로」(젠더와 문화 제7권 2호, 2014년 12월)는 경기도 부천시와 수원시, 경기도 교육청과 서울시 노원구 및 성북구, 서울시 등에서 지자체 직접고용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조치하는 상황을 일별한다. 연구자는 그럼으로써 생활임금이 최저임금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 임금정책으로 부상할 가능성과 한계 및 보완할 점을 제시한다. 


갈수록 심화되는
여성 노동자의 빈곤


여성의 사회 진입에 있어 비정규직은 이제 상례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은 2014년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가 607만7000명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시간제 노동자의 비중이 늘면서 전체 비정규직도 늘어났으며, 시간제 노동자 중 여성 노동자는 72.4%에 달한다. 그와 함께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 여성 노동자의 비율은 약 56%에 이른다. 최근 정부의 일자리 확보 정책이 돌봄 서비스를 비롯한 시간제 일자리 확충을 기조로 삼으면서 그와 같은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그런데 남성 노동자 소득 대비 여성 노동자의 소득은 2008년 67% 수준에서 2012년 64.7%로 떨어지면서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연구자는 전체 노동시장의 평균 임금상승률은 떨어지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상황이 여성 노동자의 저임금을 심화시킨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여성 노동자의 빈곤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여성 가구주 가구비율은 2000년 18.5%에서 2010년 25.9%로 급증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여성 가구주의 빈곤율은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2000년 10.7%에서 2010년 13.4%로 증가했다. 이때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의 저임금을 보충할 정책수단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을 받는 여성 노동자가 많은 데다, 이들 중 상당수가 비공식부문에 종사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최저임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더군다나 최저임금이 우리나라에서 일종의 빈곤임금으로 전락함으로써 여성의 빈곤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속출하고 있다. 
 

2014년 3월 3일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총파업 투쟁 총력결의대회에서 생활임금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했다. ⓒ 김철수 기자 (사진, 글: 민중의소리)


이때 생활임금living wage은 최저임금제를 보완하면서 여성 노동자의 빈곤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최저임금의 실질가치 하락, 비정형노동의 증가, 빈곤층의 증가 등으로 최저임금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됨에 따라 생활임금 개념이 새로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1994년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에서 생활임금조례Living wage ordinance를 제정함에 따라 정책 의제였던 생활임금이 제도화되기에 이른다. “조례의 주된 내용은 지방정부와 상업상의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사업체의 고용주들이 1999년까지 자사 노동자들에게 연방 최저임금보다 약 50% 높은 시간당 최저 7.70달러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볼티모어 시의 생활임금 캠페인은 노동조합과 지역사회단체들이 주도하고 그 결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볼티모어 조례제정 이후 미국의 200여 개 지자체에서는 연방 최저임금제도와 별도로 생활임금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볼티모어 시 생활임금조례는 노동운동과 지역 현안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사례다. 


제도화되고 있는
생활임금


한국에서도 몇몇 지자체를 중심으로 생활임금을 조례 혹은 행정명령의 형태로 제도화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 광주광역시 광산구, 경기도 교육청, 경기도 수원시, 서울특별시 노원구, 서울특별시 성북구, 서울특별시의 일곱 개 지자체에서는 생활임금 도입을 추진 중이거나 시행 중에 있다. 주된 지급대상은 지자체에서 고용한 청소 노동자 등 직·간접 노동자이지만 지자체에 물건을 납품하거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노동자로 확대하고자 한다. 

한편 지자체마다 임금수준과 시행방식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생활임금의 수준은 평균적으로 최저임금 대비 약 112% ~ 150% 사이, 혹은 평균 최저임금의 약 130%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가족임금family wage 성격을 갖는 생활임금의 수준이 빈곤선에 가깝게 결정된다면 “최저생계보장을 위한 임금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임금은 “노동자와 그의 부양가족이 최근 경제 발전 수준에 따라 사회가 인정할 만한 괜찮은decent 수준의 기본 생활방식을 영위해 나가는 데 필요한 임금”으로 결정될 수 있어야 한다. 
 

본문 중 생활임금 관련 지방자치단체별 도입 및 추진경과 비교


연구자는 지자체의 생활임금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대표가 생활임금을 결정하는 방식과 생활임금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법정 최저임금, 산별 최저임금협약, 지역 생활임금조례로 구성된 민주노총의 연대임금 원칙은 “최저임금 인상과 단체교섭이 가능한 산별 단위에서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지역에서는 생활임금조례 운동을 임금투쟁의 핵심 전략으로 설정”하면서 노동 의제와 지역 의제를 연결하고자 시도한다. 이런 전략은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 “진보교육감 선출을 선거 투쟁의 목표로 내걸고 각 지역에서 진보진영의 교육감 후보와 정책 토론회 및 협약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이어지면서 여성 노동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결집을 유도했다. 그런 점에서 생활임금위원회에 대한 노동자 참여는 생활임금 캠페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의제를 통해 결속을 강화하고 임금 수준을 높이며, 차별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제도에 지속적으로 개입할 동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생활임금은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여러 제약을 마주하고 있다. 생활임금을 비공식부문의 노동자와 민간에 고용된 시간제 노동자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난제다. 박근혜 정부는 사회서비스 부문 중 돌봄 일자리 창출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들 돌봄 노동자의 98%가 여성이고 월 평균 급여는 77.3만 원, 주 평균 노동시간은 31시간인 상황이다. 돌봄 노동자는 여전히 제도의 바깥에 놓여 있어 이들을 어떻게 생활임금 체계와 연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연구자는 생활임금조례 제정이 노동자와 시민의 직접행동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면 운동적·정책적인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전망하면서 노동자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연대전략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리뷰어  leopord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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