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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빵 터지는가?베르그송의 웃음 담론 다시 읽기
박일귀 리뷰어 | 승인 2016.05.21 21:21

우리나라에서 ‘TV 예능’은 일종의 현대화된 희극이다. 이 예능의 지상 과제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웃음’을 선사하는 게 주요 목표다. 예능 출연자나 PD, 작가들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웃음 포인트’를 거의 직관적으로 안다. 이렇게 하면 시청자들이 웃겠지? 이 부분에서 빵 터질 거야! 반면, 직관적인 예능인들과 달리 오래 전부터 이론가들은 웃음을 유발하는 요인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보려고 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수많은 사상가와 철학자, 작가들이 웃음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다루어 왔다. 그중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이론이 다양한 웃음의 현상을 분석하는 유용한 도구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고 한다. 말이 조금 어렵지만, 베르그송의 핵심 명제는 ‘생명에 부여된 기계적인 것이 웃음의 동인’이라는 것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베르그송이 생명 철학이라는 자신의 철학적 개념을 가지고 너무 일방적으로 웃음의 현상을 재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김효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조교수는 베르그송의 웃음 이론을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논문 「베르그송의 웃음 이론의 재조명: 신경생리학적 접근과의 비교를 통해」(『외국문학연구』, 제61호, 2016. 2.)에서 베르그송의 웃음 이론을 신경생리학적 웃음 담론과 비교하면서 관념성을 축소시키고 좀 더 과학적인 근거를 확보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베르그송의 웃음 담론이 충분히 보편타당한 웃음의 분석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웃음이 터진 오바마 대통령



신경생리학적
웃음 담론


논문 저자는 먼저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에서 시작해 샤를 모롱Charles Mauron까지 이어져 온 웃음에 관한 신경생리학적 분석을 소개한다. 스펜서는 인간이 어떤 ‘감정’을 느낄 때 그에 상응하는 신경 에너지가 발생한다고 본다. 그는 신경 에너지가 그와 유사한 긴장을 일으키는 또 다른 새로운 감정에 소모되지 못하면 방출하게 되는데 그것을 바로 웃음이라고 했다.

프로이트는 감정 대신 ‘이해’ 혹은 인식의 차원에서 웃음을 논한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내가 대상을 인식할 때, 즉 대상의 움직임을 볼 때 가상의 두 가지 표상 작용이 일어난다. 하나는 대상의 움직임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해)이고, 다른 하나는 그 행동의 실제 목표점이 어떤 것인지 나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하는 것(판단)이다. 또 운동을 표상할 때는 신경이 자극되는데, 대상이 과장된 행동을 했을 때, 전자에서 발생하는 신경 자극 에너지가 후자에서 발생하는 신경 자극 에너지보다 커서 그 잉여분이 웃음으로 방출된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정신 작용의 경우,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야 웃음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의 이론이 신체적 움직임에는 적용되지만 정신 작용에서는 잘 맞지 않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모롱은 프로이트 이론의 기본 틀은 그대로 계승한다. 하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요인을 표상 작용 자체에서 발생하는 신경생리학적 에너지가 아닌, 표상 작용을 대하는 나의 방어 심리와 같은 ‘심리 에너지’로 파악한다. 모롱에 의하면, 우리가 어떤 대상을 만날 때 일종의 첫인상 같은 걸 갖게 되는데, 그때 적응에 필요한 신경 에너지가 1차 포텐셜(준비된 에너지)이고, 그 대상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 그것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신경 에너지가 2차 포텐셜(사용된 에너지)이다. 이처럼 우리가 대상을 대할 때 두 가지 표상 작용이 일어나는데, 그때 강한 긴장감이 형성되었다가 낮은 긴장감을 형성하게 될 경우, 신경 에너지의 잉여가 발생하고 그것이 방출되면서 웃음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도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모롱의 담론은 신체적 움직임이든 정신 작용이든 일관되게 적용되는,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웃음의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프로이트보다 신경생리학적 에너지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한 모롱의 웃음 담론을 프리즘 삼아 베르그송의 웃음 이론은 재조명한다. 



베르그송의
웃음 담론


앞에서 언급했듯이, 베르그송은 ‘생명에 부여된 기계적인 것’을 웃음의 동인으로 규정한다. 이는 생명체가 기계적인 모습을 보일 때 웃음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베르그송의 생명 철학은 세계를 기본적으로 생명과 물질로 나누지만, 생명을 물성과 함께 영혼을 가진 육체적인 존재로 본다. 그런데 육체 안에 깃든 영혼은 본성이 가벼워 천상으로 상승하고자 하고 육체는 영혼을 땅에 매어 두려고 하는 물질적인 것을 지니고 있다. 베르그송은 생명체인 인간이 살아가다 보면 ‘굳어져서 타성적으로 된 어떤 것’이 나타나게 되는데, 사람들은 바로 그것을 보고 웃는다고 한다. 그렇게 웃음은 일종의 사회적 징벌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베르그송은 생명은 자연스러운 것, 물성은 기계적인 것으로 본다. 그에 따르면, 생명체 각각은 복잡한 존재이고 그래서 공간적으로 유일무이한 존재이며 시간적으로는 불가역적인 존재이다. 반면 기계는 이러한 생명의 속성과 대립한다. 베르그송은 기계의 속성으로 반복, 역전, 계열의 상호 간섭 등을 제시한다. 쉽게 말해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즉, 복잡한 생명이 단순한 기계로 전락할 때, 웃음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베르그송의 이론을 모롱의 생각과 비교해 보자. 생명체인 인간이 기계적으로 된다는 것은 복잡한 표상체(1차 표상체)가 단순한 표상체(2차 표상체)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복잡한 것을 대할 때 우리는 긴장하지만 단순한 것에 대해서는 만만하게 본다(덜 긴장한다). 복잡한 것이 단순하게 변형되거나 표현될 때 우리가 웃는 이유는 긴장이 해소되고 이완되기 때문이다.

앙리 베르그송(1859~1941)


베르그송의 웃음 담론에서 기계적인 것은 단순한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의 저서 『웃음: 희극의 의미에 관한 시론』에는 웃음의 동인을 형태, 움직임, 상황과 언어, 성격 등 세부 항목으로 나누어 기술한다. 지면상 세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기형과 캐리커처와 같은 형태나 반복적인 제스처, 서로 닮은 두 얼굴, 의상衣裳의 어색함 혹은 부조화 등이 인간을 물체로 환원시킴으로써, 또는 인간의 물성을 드러냄으로써 웃음을 유발한다고 보았다. 또한 상황이 역전될 때, 가령 재판관에게 설교하는 형사피고인이나 부모를 깨우치려 드는 아이를 볼 때도 웃음이 발생한다. 이는 강한 것이 약한 것으로 전환되는 경우인데, 이때도 바라보는 사람의 방어 에너지가 긴장에서 이완으로 바뀌면서 잉여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동음이의어가 웃음을 일으키는 경우는 어려운 의미가 발음의 유희를 통해 현격하게 쉬운, 때로는 유치한 의미로 바뀔 때이다. 어려운 것이 쉬운 것으로 전환되면서 그것에 적응하는 데 동원되는 심리 에너지의 격차에서 잉여 에너지가 발생해 웃음으로 방출되는 것이다. 

저자는 베르그송이 말한 ‘생명에 덧붙여진 기계적인 것’이라는 명제 속에는 ‘복잡한 것이 단순한 것으로’ 전환될 뿐 아니라 ‘강한 것이 약한 것으로’, ‘어려운 것이 쉬운 것으로’ 전환된다는 의미가 있으며,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웃음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베르그송이 생명 철학의 용어를 사용해 집약적으로 표현한 ‘생명에 덧붙여진 기계적인 것’은 철학적 개념을 투사시켜 일반적으로 재단한 결과물이 아니라 웃음의 현상이라는 실체를 통찰한 개념적 은유라고 설명한다. 이로써 저자는 신경생리학적 관점에서 베르그송의 웃음 담론을 재해석해 보편타당한 분석 도구로 삼고자 한다. 물론, 저자에 의해 베르그송의 이론이 과학적·논리적인 ‘타당성’은 얻었지만, 아직 ‘보편성’을 갖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논문에서 다루는 웃음은 희극적 웃음, 코믹한 웃음에 한정되어 있지 않은가. 인간은 순수하게 기쁘거나 즐거울 때, 놀랍거나 사랑스러울 때도 웃는다. 이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웃음의 동인을 베르그송의 이론으로 모두 설명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일귀 리뷰어  pik1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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