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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가 셜록홈즈에게 배워야 할 것들신지은 교수의 ‘일상생활 사회학 연구방법에 대하여’
권성수 리뷰어 | 승인 2016.05.12 13:26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공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어 거시적이며 장기적인 해석의 틀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 사회학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순식간에 쓰레기가 되는 현대 도시 공간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연구 방법론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이와 관련해 신지은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의 「셜록 홈즈의 관찰과 추리의 기술: 일상생활 사회학의 연구방법에 대하여」(문화와 사회, 2014년 11월)에서는 추리소설 속 탐정이 어떻게 걷고 관찰하는지를 살펴보고 이것이 일상생활의 문화 연구의 방법론으로 활용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다.


사라지는 것들을 포착해내는
셜록 홈즈 그리고 사회학자


저자는 지금 출현하는 새로운 도시의 이야기를 기술하고자 한다면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무엇을 가졌는가의 문제 제기가 아니라 ‘무엇을 버리는가’라는 문제 제기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해석하고자 할 때 논의는 타당성을 가질 거라고 보는 것이다. 본 논문은 이런 이해에서 출발해 도시의 문화적, 사회적 측면들에 대한 기술과 해석을 위해 민속 조사 방법 및 민족지, 미시사 등의 연구 방법을 참고한다. 물론 기존 민족 조사는 주로 농어촌지역이나 고유한 전통문화의 전승에 초점을 맞추지만 도시라는 현재적 시공간 및 일상적 삶의 방식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되어 있다.

무가치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일상생활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위해 저자는 추리소설 속 탐정 셜록 홈즈를 호출한다. 그가 자신의 추리를 위해 쓰레기(와 같은 것), 디테일한 것들을 어떻게 관찰하고 다루는지 검토하는 것이다.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을 보지 못하는 왓슨에게 셜록 홈즈는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보지 않는 거야. 무엇을 봐야 하는지 모르니까 중요한 것을 다 놓쳐 버리는 거지. 소매와 엄지손톱, 구두끈에 얼마나 많은 걸 알아낼 수 있는지 자네는 모를 거야.”라고 꼬집는다.

저자는 사소한 것도 결코 놓치지 않는 셜록 홈즈의 추리 기술이 사회학자가 일생생활의 도시 문화를 연구하는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벤야민의 말에 따르면 탐정소설의 사회적 내용은 대도시 군중 속에서 야기되는 개인의 흔적 소멸에 관한 것이다. 즉, ‘지배자들의 개선 행렬 속에서 짓밟힌 바닥에 누워있는 자들’의 흔적을 탐색하는 기술인 것인데, 대도시에서는 개인이 숫자(장부, 군중, 거대한 문명) 속으로 사라지는 반면 행정 기구를 통해서는 그 흔적이 증가한다. 군중 속에서 익명을 즐기는 것이 가능해진 대도시인들은 도시의 리듬에 적합한 반응 형식을 만들어냈다. 이제 그들은 사물을 재빨리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범죄학적 직감이 산책자의 느긋함과 결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탐정소설의 기원이 된다.

저자는 ‘어디로든 가고 모든 걸 들으며’ 게다가 ‘눈치는 더할 나위 없이 빠른’ 탐정의 면밀한 관찰과 쓰레기처럼 무가치한 것에 대한 홈즈의 집요한 관심이 사회학자에게 도시 연구의 방향과 방법을 제시해준다고 본다. 홈즈가 140여 종의 시가, 궐련, 파이프 담배를 구별해서 다룰 수 있는 것처럼 ‘야생의 사고’체계를 가진 피그미족은 박쥐 15종을, 니그리토 남자들은 개미 20종, 식물 450종을 구별하고, 나바호족 인디언은 500종 이상의 식물을 구별한다. “한마디로 그들은 작은 차이점도 놓치지 않는 것이다.”(레비-스트로스)

그런데 쓰레기나 잔재, 무의미해 보이는 파편들을 관찰하고 그것들을 기호화하는 것은 간단한 질문을 한다거나 기록을 계량화하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실생활에서 계량할 수 없는 즉, 몸치장, 요리나 식사 방법, 마을의 모닥불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교활동이나 대화의 억양, 사람들 간의 적의 혹은 우정 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잘 훈련된 관찰자는 이 모든 세부 사항을 보고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나타나는 심리적 태도를 꿰뚫어 본다.”(말리노브스키) 저자는 바로 이 점이 도시민속학을 통해 도시의 새 이야기를 쓰고자 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점으로 본다.

저자는 쓰레기처럼 무가치한 것에 대한 홈즈의 관심이 사회학자에게도 요구된다고 본다.



홈즈의 가추법과
미시사


셜록 홈즈의 추리/추론 방식은 근대 과학의 기본적인 논리적 추론 방식인 연역법이나 귀납법과 다른 가추법abduction, 혹은 가정적 추론hypothetical inference이라 불리는 것이다. 가추법이란 가설을 세우거나 규칙, 결과를 통해 어떤 상황을 추리하고 논증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홈즈는 “의뢰인의 소매가 반들반들하다”는 결과를 지각한 후 그것을 기호로 삼는다. 그 다음 “타자를 많이 치면 소매가 반들반들해진다”라는 규칙을 코드체계로 이용하여, “그 여자는 타자를 많이 쳤다”라는 의미를 해석해 낸다. 퍼스가 우리의 세계는 기호로 가득 차 있다고 보았던 것처럼, 홈즈는 우리 세계에 버려진 쓰레기와 디테일한 것, 희미한 흔적 모두 해석을 위한 기호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홈즈는 일견 과학과 이성적 추론을 맹신하는 것 같지만, 수많은 경험을 통해 직감이 분석적인 추리보다 더 값질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홈즈는 “보기 전에 느끼는 사람”, “시력이 닿는 범위 내의 모든 대상을 재빠른 눈으로 끊임없이 살피고”있는 모히칸 추장을 연상시킨다. 저자는 벤야민이 탐정소설의 기원을 언급하며 말했던, 범죄학적 직감과 이성이 결합한 상태를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홈즈가 아닐까 가정한다.

홈즈의 이러한 관찰방식은 미시사 연구의 방법론적 형식과 닮아 있다. 미시사가 학문적으로 발전한 배경에는, ‘수와 익명성’, 즉 인구통계학과 사회과학적 분석과 계량을 수단으로 한 연구 방법을 통해서만 민중의 삶을 설명할 수 있다는 거시적 관점의 연구의 확산과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시사는 사소한 것을 통해 중대한 문제의 해결/해석에 다가가기도 하고, 아주 작은 디테일로 세계의 큰 이미지에 접근하기도 하며, 파편적인 일화를 경유한 끝에 과학적인 이론을 제안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민족지의 접근방법과 유사하다. 따라서 민족지의 조사 방법과 미시사의 접근 방법의 상호 접근을 꾀하는 시도는 군중 속으로 사라져 가는 개인이 남겨놓은 파편적인 흔적과 잔해를 통해 살아 있는 인간의 살과 도시의 이야기를 복원하고자 하는 사회학자의 흥미를 사로잡는다.
 

디테일은 곧 세계로 향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일상 문화연구를 위한
사회학자의 과제


사회학자에게 쓰레기들 속에서 건져낸 조각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기술하고 해석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저자는 쓰레기더미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단순히 물건의 유용성과 물질성이 아닌, 인간의 유대와 역사가 깃든 물건의 이야기, 상징, 신화, 관례, 습관 등으로 이루어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조직이기 때문에 이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건져낸 조각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렴풋하고 모호한 방식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분명하고 단순한 독해가 쉽지 않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간단하고 명료한 실증적인 분석과 두꺼운 기술의 해석학, 실증적 연구와 이야기, 클로즈업과 롱숏,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역설적이며 상보적인 관계를 이해함으로써만 불가해한 회오리에 싸여 있는 도시의 리얼리티에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복잡한 도시 일상의 리얼리티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시사와 민속지 등의 방법을 활용한 도시민속학을 검토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문화사와 사회사를 결합하고자 할 때 봉착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사 연구의 방향을 인류학 쪽으로 향하게끔 제안하고 사회과학과 역사학의 상호작용을 강조했던 단턴이나, 역사와 사회학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사실을 강조했던 크라카우어의 입장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거대한 해석의 틀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계량적 방법으로는 담기 어려운 리얼리티의 존재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사회학자라면 분명 그 주장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속해 있는 도시 공간을 관찰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은 인식론적이며 해석학적인 문제로, 단순히 내가 속한 도시가 ‘실제로’어떠한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도시를 ‘어떻게 관찰할 것인가'의 문제(단턴, 1999: 158), 그리고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사회학자들이 공유하고, 따라서 ‘저자로서의 사회학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일상의 문화 연구는 ‘과학적’ 담론만큼이나 ‘문학적’ 담론도 진지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연구의 경향들은 비과학적이고 문학적이며 비체계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문제를 가지겠지만,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학의 연구 방법은 또 다른 지평으로 열릴 수 있지 않을까?” (197~198쪽)

 

권성수 리뷰어  nilni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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