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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마음의 소리>가 시대에 부응한 방식국문학자의 <마음의 소리> 서사 패러다임 분석
권성수 리뷰어 | 승인 2016.05.09 12:07

웹툰은 어느새 가장 영향력 있는 장르로 떠올랐다. 2013년 동영상과 음원의 월평균 이용시간을 앞지른 건 물론 <네이버 웹툰 10년사 우리가 알려주마>라는 프로모션 페이지에서 각종 통계를 발표한바 2014년 6월 1일 기준 누적 조회수는 292억여 건, 하루 평균 웹툰 이용자 수는 620만여 명에 달했다. 공식 통계에서 최장수 연재작으로 이름을 올린 작품은 <마음의 소리>였으며, 이 작품은 2006년 9월 8일 첫 연재 후 무려 10여 년 동안 네이버 대표 웹툰으로 자리 잡았다. 김민섭 연세대 국문학 박사는 「웹툰 <마음의 소리>가 구축한 서사 패러다임에 대한 소고: 시대의 작가, 그리고 시대의 독자」(『문화과학사』, 2015년 6월)에서 작가 조석을 시대의 작가로 보고 그가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해온 방식 즉 서사 패러다임의 변화를 분석했다.


1917년 <무정>의 이광수와
2016년 <마음의 소리> 조석의 고민


저자는 <마음의 소리>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19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작자로 유명한 최남선이 발간한 종합교양 잡지 『청춘』은 당시 젊은 세대에게 무척 인기가 있었다. 『청춘』 8호에서는 ‘현상문예’ 공고가 실렸는데, 핵심 키워드는 ‘시문’이었다. 저자는 이 ‘시문’이라는 단어가 ‘시대의 글쓰기’를 지칭한다고 본다. 당시 『청춘』 현상문예의 심사위원이기도 했던 이광수는 신문에 『무정』을 연재하면서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순한글체, 즉 ‘시문’을 선택했는데, 이광수에게 ‘시문이란 정해진 문체가 아니라 독자에게 가장 친숙한 것이어야 했으며, 독자에 따라 가변성을 지녀야 했다. 이처럼 당시 매체의 편집진과 작가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시문’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웹툰 <마음의 소리>의 작가 조석이 바로 인터넷·모바일 환경에서의 독자들을 위한 ‘시문’을 개발해온 특별한 개인이라고 말한다. 10여 년간 꾸준히 주 2회의 연재를 해온 그의 도전은 천재성으로 규정돼왔지만, 저자는 단순히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꾸준한 실험의 결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서사 패러다임을 분석함으로써 이 시대의 독자들이 ‘글쓰기’에 어떠한 요청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려는 것이다.
 

춘원 이광수와 웹툰 작가 조석의 공통점은 시대의 독자에 부응한 작가라는 것이다.



<마음의 소리> 서사 패턴
시기별 분석


웹툰 작가 조석은 연재 초기 작화 실력이 그리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군(의경)복무’와 ‘편의점 아르바이트’ 소재를 주로 다루는 ‘엽기적인’작가로만 인식되었다. 저자는 그런 그가 최고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 이유가 서사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독자의 요구에 꾸준히 부응해왔기 때문으로 본다. 즉, 웹툰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장르와 독자에 누구보다도 깊은 천착을 시도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마음의 소리> 서사 방식을 크게 3개 시기로 구분한다. 대략 1~400회까지가 1기, 400~600회까지가 2기, 600~현재까지를 3기로 파악한 것이다. 각 시기마다의 서사 패턴을 분석한 것을 요약해보면,

1기는 단형서사의 등장이다. 저자는 어느 하나의 시공간에서 일어난 그로테스크한 일화를 10컷 내외의 짧은 호흡으로 재구성해내는 것이 초기 <마음의 소리> 서사패턴으로 본다. 특히 결말부에 주인공 얼굴을 클로즈업하거나 흑백으로 처리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주 패턴으로 하는데, 전반부와 중반부는 각각 발단과 전개에 해당하며, 곧 다가올 절정과 결말을 예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패턴이 대략 200여 회에 이르는 동안 계속되며, 그 이후에 조금씩 변화가 이루어진다. 바로 전반부와 중반부의 서사에도 웃음 포인트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200~400여 회까지를 저자는 ‘과도기’로 명명하는데, 단형서사가 어떤 패턴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결말부에 이르러 주인공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거나 흑백으로 처리해 감정을 표현하는 패턴


2기는 단형서사의 정착이다. 400회를 전후해서 단형서사의 활용이 더 이상 산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아예 단형서사 여럿이 모여 한 편의 서사를 이루는 것으로 굳어진다. 가령, 동일한 주제의 4컷 만화가 여러 편 제시되는데, 그것이 기승전결의 구조를 이루는 것이다. 후반부에 포인트를 두는 방식은 유지되지만 무게감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저자는 이것을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차용된 피카레스크 구성에 비유한다. 독립된 것처럼 보이는 각각의 단편이 순차적으로 모여, 하나의 통일성을 지닌 큰 서사를 이루어 낸 것 말이다.

2기의 또 하나의 특징은 마치 신문 만평을 연상케 할 만큼 1컷에 최대한 많은 요소를 압축한 것이다.


3기는 단형서사의 변용이다. 저자는 600회를 기점으로 현재 <마음의 소리>의 서사가 거의 구축됐다고 본다. 1기와 2기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약간의 변화를 줘 다소 길어진 분량의 단형서사를 그려내기 시작했다. 1~4컷에 담아내던 분량을 1~10컷으로 늘려, 캐릭터의 동작과 상황을 더욱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부연 텍스트는 줄어들고, 이미지로 구현하는 서사성이 치밀해졌다.

저자는 1~3기까지로 서사를 분류하고 각각의 특색을 살피는데, 이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작가 조석이 서사 구성을 새롭게 하기 위한 실험을 지속했기 때문으로 본다. 즉, 600회를 변화의 기점으로 볼 수 있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매 시기마다 여러 서사적 실험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논문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오래되었지만, 이 장면을 보고 비로소 실천에 옮겼다고 한다.


저자는 이광수와 조석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시도일 수 있지만 각각 시대의 작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고 말한다. 동시에 시문을 추동한 것이 작가가 아닌 독자라는 점에서 그 공통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이광수와 조석이라는 각 개인이 활약할 장은 이미 그 시대와 그에 따른 독자들이 마련하고 있었으며, 두 인물은 시대를 직접 고르지 않았고 어디까지나 시대에 선택받은 약간 특별한 개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국문학자인 저자가 웹툰 서사 패러다임을 분석한 것이 매우 흥미롭다. 신문과 잡지 매체의 탄생과 이광수라는 작가가 어떻게 새로운 독자를 고려했는지를 분석하고, 그에 대응해 인터넷·모바일 시대에 탄생한 웹툰을 제시함으로써 10여 년간 부흥기를 이끈 작가에 진지한 학문적 호기심으로 다가간 개성 있는 논문이다. 논문 곳곳에서 작품과 작가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권성수 리뷰어  nilni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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