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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 같이 사라졌다 나타난 청대 염정소설 『고망언』청대 통속소설 『고망언姑妄言』 재조명 논문 이어져
박남윤 리뷰어 | 승인 2016.03.07 00:43
18세기에 쓰여진 <고망언>은 1990년대에야 중국 현대문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는 중국 고전소설을 꼽으라면 『삼국연의』일 것이다. 반면 학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것은 『삼국연의』가 아니라 『홍루몽紅樓夢』이다. 중국 청대 조설근曹雪芹이 지은 대하장편소설인 홍루몽은 2015년 7월 기준 330여 편에 달할 정도로 연구논문이 많다. 반면 유명한 고전에 가려 존재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고전소설도 꽤 많다. 최근 그중 한 종의 존재가 학계에 보고되었다. 바로 청대 옹정雍正 8년(1730)에 나온 장편 장회소설 『고망언姑妄言』이다.

이수민 강원대 강사가 2013년부터 발표한 세 편의 논문은 『고망언』의 내용과 형식, 역사적 배경 등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2013년 「질박한 언어, 생동적인 효과: 고망언에 보이는 속어의 기능」(『중국학연구』 66)을 시작으로 2015년 「『고망언』 속에 등장하는 꿈의 기능」(『중어중문학』 61)까지, 차분히 읽다보면 이 소설이 당대의 상황을 풍부히 담고 있는 아주 재미있는 통속소설이란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고망언』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았던 걸까. 우선 이 소설의 내용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필자는 말한다. 작품에 사회에 대한 강렬한 비판과 아주 많은 성性 묘사를 담고 있어 광범위하게 유전되지는 못한 것이다. 광범위하기는커녕 유통되지 못하게 탄압되었던 것으로도 추정된다. 청대의 각종 장서 목록이나 금서 목록에도 『고망언』의 기록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고망언』은 최근까지 이름만 남아 있고 사라진 소설이었던 셈이다.

이런 『고망언』이 세상에 알려진 스토리는 다소 극적이다. 1848년 베이징에 파견되어 왔던 스카치코프skachkov라는 사람에 의해 『고망언』의 필사본이 러시아로 건너가게 된다. 이것은 그때부터 지금의 러시아 국가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가 1960년대에 희귀 필사본과 목판본의 연구의 대가인 러시아 한학자 리프친李福淸 교수에 의해 발굴·소개되었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으로 지식인이 탄압받았던 정치·사회적 여건 때문에 중국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해 고전소설 목록을 수록한 쑨카이디孫楷第의 『중국통속소설서목中國通俗小說書目』에도 수록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망언』은 1990년도에 간행된 『중국통속소설총목제요中國通俗小說總目提要』에 이름만 언급되었고 1993년에 간행된 『중국고대소설백과전서中國古代小說百科全書』에는 낙질본 『고망언』의 판본상황이 조금 소개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1997년에 이르러 프랑스와 대만이 합작해 대만에서 『명청염정소설총서明淸艶情小說叢書』 사무사회보思無邪匯寶의 일부로 출판되면서 세상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이듬해인 1998년 발굴소개 형태로 최용철 고려대 교수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고, 2005년 최 교수는 「조거정曹去晶의 『姑妄言』: 새로 발굴된 청대의 염정소설」(『중국소설학보』)이란 논문으로 관련 사항을 고증·정리했다. 아직 『고망언』은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야 본격적으로 시작된 『고망언』에 대한 연구는 이 작품의 소설사에서의 위치, 주제의식이나 사상적 내용, 인물 형상, 창작방법이나 예술적 특징, 언어적 특징, 풍자예술로서의 가치 등을 다룬 논문을 포함해 『삼국연의』 『성세인연전』 『홍루몽』 등과의 비교논문 등 지금까지 47편(2013년 현재) 정도가 발표되었다.

논문에서 이수민 강사는 지금까지의 연구로 드러난 『고망언姑妄言』의 가치는 대체로 이러하다고 정리했다.

“사회 각 계층의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를 통해 명말 청초의 암울한 현실과 시민 사회의 생활을 반영하고 있다. 『고망언』은 『금병매』의 창작 계보를 이어 받았고 『유림외사儒林外史』와 『홍루몽』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중국의 역사, 문화와 중국 문학을 연구하는 데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속어俗語가 담겨 있어 언어의 예술적 성과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2013년 논문 4쪽)

특히 이씨는 “작품 속의 속어는 당시 현실 사회의 축소판으로 명말 청초의 암울한 현실과 도덕성 해이를 엿볼 수 있는 현미경”이라 할 수 있으며 “작가가 독자에게 폭로하고 비판하고자 했던 어두운 현실사회의 상흔을 분명하고도 강렬하게 표출”하는 데 있어 속어는 훌륭한 도구 역할을 했다는 결론이다.

박남윤 리뷰어  review@bookp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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