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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학으로 사회에 개입하기1924-1931년 중국의 우생학 논쟁 검토
문지호 리뷰어 | 승인 2018.05.03 07:43

19세기 이후 중국의 일부 지식인들은 제국주의 열강의 침입에서 벗어나 “강한 ‘종족’의 육성을 통해 부국강병을 모색”하려하였다. 이러한 와중에 진행된 우생학 논쟁은 생존경쟁에 입각한 우수한 종의 개량을 목적으로 지식인들이 유전자와 환경이 종의 특성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입장 차이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중요한 것은, 1924년부터 1931년까지 진행된 중국의 우생학 논쟁을 돌이켜보는 것이 단순히 당대 지식인들이 우생학이라는 과학 지식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를 확인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당대인들의 정치 이데올로기의 실행과 긴밀하게 엮여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유연실은 그의 논문 「民國時期 중국의 우생학 논쟁유전과 환경의 논쟁을 중심으로」 (『중국근현대사연구』, 73, 2017)에서, 20세기 초반 중국에서 벌어진 세 차례의 우생학 논쟁을 간략히 설명하며 그 중에서도 우생과 환경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논쟁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유전과 환경’의 문제가 중국의 문화적ㆍ정치적ㆍ사회적 변혁 담론과 결부되어 어떠한 의미를 구성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66쪽) 더 나아가 우생학 논쟁은 중국에서 ‘신체통제’가 활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살펴볼 가치가 있었다. 

“중국의 유전과 환경의 논쟁은 1924년부터 1931년까지 東方雜誌ㆍ社會學刊ㆍ二十世紀에서 벌어진 潘光旦ㆍ周建人ㆍ孫本文ㆍ任卓宣의 논쟁으로 대표된다”(68쪽)

 

모든 것은 유전으로:
유전적 우생학

서구에 기원을 두고 있는 우생학은 골턴과 바이스만, 그리고 멘델의 계보에서 나온 유전론적 성격과 유전이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라마르크주의의 환경론적 성격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우생학 논쟁의 핵심은 ‘인간의 본성을 결정하는 것이 천성인가 양육인가’ 였지만, 중국에서의 우생학 논쟁은 “계급에 대한 관점, 사회 개혁에 대한 방향, 정치적 지향점 등을 둘러싼 여러 집단의 사회적 이해관계가 얽혀있었다.”(68쪽) 

논쟁의 발단은 潘光旦이 1924년 11월 東方雜誌에 「中國之優生問題」라는 글을 실으며 우생학으로 중국의 사회 문제를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潘光旦은 우생학 운동이 활발했던 1920년대에 미국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며 자연스럽게 우생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인물로, 그는 인간을 적자와 부적자로 구분하여 적자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인간의 신체적ㆍ정신적 특성은 좋든 나쁘든 모두 유전된다고 믿었던 潘光旦은 체질적으로 병약한 사회 부적격자들의 퇴화가 국가의 경제 부담을 줄여주고 결국 종족의 ‘질’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는 인위적으로라도 ‘부적격자’를 제거하여 ‘민족개량’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그는 유전적으로 우수한 사람들에게만 결혼과 생식을 장려하고 그러한 사람들에게만 선택적으로 교육을 제공하여 사회 자원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특정 가문에서 엘리트가 많이 배출되는 자료들을 근거로 들어 사회적 계급의 높고 낮음 역시 지능의 유전으로 설명하면서 “사회적 위계질서를 인간의 생물학적 차이에 근거한 당연한 귀결로 치부”해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작용시켰다.(74쪽) 

중국의 사회문제를 우생학적으로 해석하려 했던 최초의 시도를 한 潘光旦

潘光旦의 이러한 주장은 그가 중국 전통의 가족주의ㆍ혼인제도ㆍ과거제도ㆍ농본제도 찬성하게 하면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민족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경제적 평등의 원칙을 가진민주주의나 정치적 평등의 원칙을 가진 사회주의 체제를 모두 비판하게 만들었다. 즉, “潘光旦은 유전이 인간 행동과 사회 진화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유전을 사회 개선과 민족 개량의 가장유용한 수단으로 상정“하며 “유전적으로 열등한 존재는 끊임없이 국가적ㆍ의학적 감시를 받아야만 한다는 신체 통제의 논리를 정당화했던 것이다.” (73, 80쪽) 

 

우수한 종족은 평등한 환경과 개인의 행복으로부터
환경론적 우생학(1)

반면, 周建人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 작용을 중시하며 潘光旦의 유전자 만능론에 반대했다. 周建人은 재능이 유전되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재능이 발현되려면 그에 적합한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면서 潘光旦의 주장을 하나 하나 반박하였다. 그는 지능과 계급 또는 건강의 상관성을 부정하였고, 가족주의ㆍ혼인제도가 유발할 인구증가의 부작용을 걱정하며 아름다움ㆍ지혜ㆍ건강을 기준 삼아 이성을 선택하는 개인의 자유 연애가 오히려 더 우생학에 부합하는 문화라고 하였다. 또한 사회주의는사회적ㆍ경제적 차이와 무관하게 우수한 사람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생학에 도움이 되며, 서구 열강의 침입으로 반식민지로 전락한 중국이 진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전통 제도에서 벗어난다고 하였다. 

周建人과 潘光旦의 논쟁은 이후로도 몇 차례 더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周建人은 “멘델주의적 유전론을 인정하면서도, 획득형질의 유전과 환경이 인간의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신라마르크주의적 입장을 고수”한 인물이었다. 그는 민족 개량을 목적으로 사회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潘光旦와 동일한 입장이었지만, 潘光旦와는 다르게 중국의 가부장제와 유교 문화를 야만적인 종교나 미신으로 보고, 여성을 생식의 기계로 보는 시선을 벗어나 개인의 행복 추구와 자유 연애가 더 ‘질’ 좋은 자녀를 출산하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1931년 任卓宣은 환경론적 우생학을 주장하며 周建人을 보완하는 설명을 내놓아 논쟁에 참여한다. 그는 프랑스와 소련에서 유학한 배경을 가진 학자였는데, 그가 유학한 시기의 프랑스는 평등주의를 추구하고, 유전보다 환경적 요인을 중요하게 생각한 라마르크 이론 전통이 강한 시기였다. 때문에 그는 환경개량을 통해 사람들에게 평등한 삶을 제공하는 환경적 우생학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 任卓宣은 환경의 변화가 생존 경쟁의 원인이며, 자연 선택은 환경에 적응하느냐 그렇지 못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생물의 변이와 진화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이 환경의 변화와 적응에 달려있다고 주장하였다. 

기본적으로 周建人의 입장에 있었던 任卓宣은 ‘양육’이 천성보다 중요하며, 진화 과정에서 획득한 형질은 자손에게 유전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선천적 지능과 천재를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해석한 潘光旦의 주장을 비판하며, 지능의 높고 낮음은 선천적인게 아니라 경제력의 높고 낮음과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潘光旦의 주장이 상층 계급의 이익과 사회적 차별을 옹호하는 특권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런 점에서 任卓宣의 환경적 우생학은 “특권 계급의 이익을 억제하고, 하층 계급의 이익을 옹호하는 평등주의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할 수있다.(89쪽) 任卓宣은 계급적 차별과 불평등을 경계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환경을 조성하는게 중요함을 강조하였고, 더 나아가 환경적우생학을 “제국주의적 세계 질서와 경제적 계급 구조를 전복시킬 수단으로 간주하였던 것이다.”(90쪽)

 

문화결정론:
환경론적우생학(2)

논쟁은 문화 인류학과 행위 심리학을 공부한 사회학자 孫本文이 등장하면서 다시 점화되었다. 그는 ‘문화’를 사회의 기본 요소로 상정하며 “인류 사회 행위의 근본적 활동 요소는 바로 심리적 영향과 문화적 영향”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요소의 발현이 사회적(문화적) 환경에 따라 좌우된다고 믿었다.(91쪽)

孫本文


“孫本文과 潘光旦은 유사한 시기에 미국의 콜롬비아 대학에서 유학을 하였다. 그러나 潘光旦은 생물학과 우생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생물학적 기초를 통해 사회를 이해하고자 하였고, 孫本文은 문화사회학적 이론을 통해 사회를 문화의 결정체로 바라보았다.”(92쪽)

 

서구의 우생학이 중국에 들어왔을 때:
몸의 정치학에 동원된 우생학

우생학에 대한 각 학자들의 입장 차이는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설정하고, 중국 문화에취하는 태도를 달리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潘光旦와 孫本文이 우생학에 가진 차이는둘이 국가적 통제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나타내게 했는데,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자손을 많이 낳는 것이 사회를 진보시킬 수 있다고 믿은 潘光旦은 생식과 신체에 대한 국가적 통제를 찬성한 반면, 환경의 개선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믿으며孫本文이 지지한 의료ㆍ자선사업ㆍ교육의 개선에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전론자와 환경론자 모두 인간의 출산을 인위적으로 통제하여 종족의 ‘질’적 향상을 꾀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졌다. 그 예로, 1930년대 경제적으로 가난하거나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피임을 권장하는 유전적 우생학자들의 산아제한 정책이 산아제한을 공공위생의 영역으로 간주하여 피임 의료 보급을 통해 여성의 건강을 도모한 환경적 우생학자들의 정책과 동시에 진행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처럼 국민정부의 인구정책에는 환경과 유전의 우생학적 입장이 혼재되어 있었는데, 이는 사실 우생학에 입각한 생식통제 혹은 신체통제의 논리가 근대 국민국가의 생체권력(Bio-Power)의 확립에 중요한 이데올로기적 작용을 하였음을 의미한다. 우생학은 유전론과 환경론을 막론하고 이른바 몸의 정치학(Politics of the body) 또는 생체 정치(Biopolitics)을 과학적 방식으로 실현하기에 더 없이 좋은기제였던 셈이다.“ (101쪽)

문지호 리뷰어  lunatea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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