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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로 바라본 한국은행현행법상 한국은행의 법적 성격
박알림 리뷰어 | 승인 2018.05.03 07:36

한국은행의 법률적 성격은 무엇인가

지난 2007-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연준이 실시한 비전통적 통화정책, 이른바 양적 완화는 경제위기 시기의 중앙은행의 역할이 가지는 중요성을 새삼 다시 주목하게 하였다. 한국은행 역시 한국은행법 제1조에서 한국은행의 설립목적으로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국민경제의 안정과 발전에 그 목적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법률로서 중앙은행은 어떤 성격을 가질까. 노철우. (2010). 현행법상 한국은행의 법적 성격. 『금융법 연구』, 7(2)는 현행법상 한국은행의 법률적 성격을 고찰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은행의 법적 성격은 한국은행의 설립근거가 되는 한국은행법에 명시된 ‘무자본특수법인’이라고 답변하는데, 이는 중앙은행으로서의 한국은행이 가지는 법률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된 것이 아니다. 이에 노철우(2010)은 한국은행이 현행법상 가지는 법적 성격을, 법인으로서의 성격, 행정주체로서의 성격, 금융기관으로서의 성격, 법률상 기관으로서의 성격, 국가기관으로서의 성격, 공공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각각 검토하고, 법률상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지적한다.

한국은행 본부 전경 (위키백과)

현행법상 한국은행의 법적 성격: (1) 법인으로서의 성격

앞서 지적하였듯이,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상 ‘무자본특수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의 설립근거가 되든 한국은행법의 제2조에 따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법인이라고 함은 자연인 외에 법률에 의하여 법인격이 인정된 것으로, 자연인과 같이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법률적 주체로 인정된다. 한국은행이 이러한 법인의 성격을 가지는 것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정부가 직접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조직과 분리된 독립적인 법인이 수행하는데 있다.

이러한 한국은행의 법인으로서의 성격을 1) 공법인, 2) 무자본법인, 3) 특수법인의 측면에서 각각 살펴볼 수 있겠다. 먼저 공법인이라고 함은 전통적으로 법인을 사법인과 공법인으로 구분하는 것에 기초한 것으로, 국가에 의해 설립되고 법률에 의해 기본적인 사항이 규정되며, 집행기관이 국가에 의해 선임되고, 해산의 자유가 제한되며, 조세면제의 특전이 부여되는 법인이다. 여기서 공법인과 사법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표준적인 정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데, 예컨대 준거법인 공법인지 사법인지, 또는 설립방법이 강제적인지 임의적인지, 또는 법인 목적이 공익인지 사익인지 등 여러가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기준에서도 한국은행이 사법인이 아니라 공법인임은 명료하다. 그렇다면 무자본법인으로서의 한국은행은 어떤 성격을 가질까. 이는 한국은행이 자본금을 가질 경우 출자로부터 간섭이나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떄문에, 무자본법인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물론 이는 자본금계정이 회계장부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실질적으로는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무자본법인으로서 중앙은행이 존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의 경우도 1950년 구 한국은행법에서는 15억원의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개정된 이후로 무자본법인으로 바뀌었다. 다음으로 특수법인으로서의 성격을 살펴보자. 법인설립에 관한 법률은 민법에 의거한 비영리법인, 상법에 의거한 영리법인, 그리고 특별법에 의한 특수법인이 있는데, 특수법인이라 함은 일반법이 아니라 그 법인의 설립만을 위해 제정된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을 지칭한다. 한국은행은 물론 한국은행법에 의해 설립되었으므로 특수법인이라고 볼 수 있다. 특수법인은 반드시 비영리법인일 필요는 없는데, 한국은행은 물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영리법인이라고 볼 수 있다.

 

현행법상 한국은행의 법적 성격: (2) 행정주체로서의 성격

행정주체라고 함은 자기의 이름으로 행정을 행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 행정법관계의 일방의 당사자를 말한다. 따라서 행정주체의 수족으로서 행동하는 법적 단위에 불과한 행정기관과는 구별된다. 일반적으로 행정주체의 종류는 1) 국가, 2) 공공단체로 구분되며, 다시 이 공공단체는 지방자치단체, 공공조합, 영조물법인 등으로 구별되는데, 한국은행은 영조물법인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며, 여기서는 영조물법인으로서의 한국은행의 법률적 성격을 살펴볼 것이다.

영조물법인이라고 함은 ‘일정한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설립된 인적·물적 결합체에 공법상의 법인격을 부여하고 있는 경우’를 지칭하는 것이다. 예컨대 영조물법인에는 다리나 댐과 같은 물적 성격만을 가진 경우는 포함되지 않으며, 공사, 특수은행 등이 포함된다. 한국은행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측면에서 영조물법인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첫째로,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이라는 행정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이다. 둘째로,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라는 의결기관, 총재·부총재·부총재보 및 직원의 집행기관, 감사로 이루어진 인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그 순이익금으로 적립되는 적립금과 한국은행 주사무소·지사무소 및 대리점 등의 물적 요소 또한 구비하고 있다. 셋째로, 한국은행은 인사와 예산회계에 있어 그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처럼 영조물법인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며, 따라서 그 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국가의 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그러나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으로서의 임무가 가지는 특수성이 있고, 때문에 정부와의 관계에서 일반적인 영조물법인과는 다른 특수한 지위를 가진다. 때문에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의 수립 및 집행에 있어서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하며, 전문적인 성격 상 감독을 받는데 부적합함이 있다. 또한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의 수립 및 집행에 관한 독립성은 한국은행이 특수법인으로서 설립근거가 되는 한국은행법 상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행법상 한국은행의 법적 성격: (3) 금융기관으로서의 성격

경제학 상에서 금융기관은 자금의 수요공급을 중개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금융기관이라고 함은 예급취급기관과 기타금융기관으로 구분되며, 전자는 협의통화(M1), 광의통화(M2)를 공급하는 기관이며, 이는 다시 중앙은행과 기타예금취급기관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기타금융기관은 기타금융중개기관, 보험회사 및 연기금, 금융보조기관으로 나뉜다. 법률적으로 금융기관은 금융관련 법률마다 서로 상이하게 구분되어 있는데, 은행법에서 금융기관은 ‘은행법을 규칙적·조직적으로 영위하는 한국은행외의 모든 법인’으로 정하는 반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서는 한국은행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기관이 수행하는 기능으로 볼 때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임은 명료하다.

중앙은행의 유래는 국가별로 다소 상이하지만, 금융기관으로서의 중앙은행이 수행하는 역할은 일반적으로 다음의 세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다. 1) 은행권의 독점발행, 2) 은행의 은행·정부의 은행으로서 정부와 금융기관·금융시장에 대한 궁극적인 통화공급, 3) 재할인·공개시장조작·지급준비율 및 금리의 변경 등과 같은 정책수단에 의해 국가의 통화신용에 관한 정책을 수행. 한국은행도 이러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으로서의 중앙은행임은 명료한데, 일본은행법, 독일연방은행법 등과 같은 경우와는 달리 설립근거가 되는 한국은행법에서 중앙은행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임은 명백하다.

 

현행법상 한국은행의 법적 성격: (4) 법률상 기관으로서의 성격

행정부로부터 독립하여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 기관을 설립하고 그 기관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은 헌법에서 직접 부여하는 방법과 법률을 통해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독일이나, 포르투갈, 핀란드, 스웨덴, 등 여러 나라들에서 중앙은행을 헌법상의 기관으로 지정하고 있다. 한편 법률상 기관은 헌법상의 기관보다는 일반적으로 그 독립성의 정도는 약하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경우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아 혼란이 야기된다는 측면이 있다.  한국은행의 경우 법률상의 기관에 해당되며, 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들에 해당된다. 한국의 헌법을 살펴보면, 헌법 상에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당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 (···)’해야한다는 것을 지적하여 중앙은행 설립의 당위를 지적하고 있다.

 

현행법상 한국은행의 법적 성격: (5) 국가기관으로서의 성격

국가기관이라는 용어는 헌법, 법률 등 실정법에서 종종 사용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으나, 실정법상 국가기관이 무엇인지 정의나 포괄범위 등에 대한 규율이 거의 없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국가기관인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난망한 측면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국가기관의 정의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며, 그 포괄범위도 협소하게 설명되기도 하고 포괄적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저자는 국가기관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1) 그 국가기관이 헌법에 의해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 받고 있을 것, 2)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를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기관이나 방법이 없을 것, 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첫번째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가기관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무자본특수은행으로서의 성격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행위는 국가에 귀속되지 않고 한국은행 그 자체에 귀속된다는 점에 미루어 볼 때, 한국은행은 국가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행법상 한국은행의 법적 성격: (6) 공공기관으로서의 성격

현행법상, 정보공개법에는 특수법인을 공공기관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법에 의해 설립된 한국은행은 특수법인에 포함되므로 공공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공공기관법에서는 다소 분명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공공기관법은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이 폐지되고 신설된 법률인데, 종전의 법률인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에서는 한국은행을 비롯하여 한국방송공사, 금융감독원 등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신설된 공공기관법에서는 공공기관에 포함되는 기관에 ‘정부지원액이 총수입액의 1/2를 초과하는 기관’이 포함되며,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 상 그 수입액을 ‘독점적 사업’에 의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해석하면 한국은행은 공공기관으로 볼 수 있다.

 

법적 성격 관련 문제점 입법론적 개선방안

공공기관은 공공기관법상 기획재정부장관이 매년 공공기관 지정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앞서 지적한 것을 근거로 한국은행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경우, 한국은행은 공공기관이 된다. 그런데 이 경우 공공기관은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으므로,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앞서 지적했듯이 한국은행법상의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해야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규정과 상충된다.

두번째 문제는 정부에 의한 한국은행의 권한침해시 구제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행정부에 의해 침해될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다. 그런데 행정소송법상 동일한 주체 간의 소송은 기관소송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 기관소송이 아닌 경우,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에 해당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나 앞선 견해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국가기관이 아니므로, 여기에도 해당될 수 없다.

저자는 한국은행이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행법상으로 그것이 온전히 구현될 수 없다고 평가한다. 또한 앞서 지적하였듯이 그 법률상 성격에 의하면 권한침해 경우 구제장치도 미흡하다. 이에 저자는 한국은행의 헌법기관화를 추진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과 동시에, 권한침해의 경우 구제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함께 읽어 논문

노철우. (2015).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체계 및 중앙은행제도 개편방안에 관한 연구. 『법과기업연구』, 5(1), 3-46.

백웅기. (2004). 금융안정과 거시경제정책. 『한국경제연구』, 13, 155-187.

송종운. (2011).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치경제학. 『마르크스주의 연구』, 8(3), 221-248.

박알림 리뷰어  allim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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