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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된’ 서구의 근대가족1920년대 초 중국 『부녀잡지(婦女雜誌)』의 산아제한담론 분석
문지호 리뷰어 | 승인 2018.04.04 06:41

2013년 11월, 중국은 오랜 기간 강제해온 ‘한 자녀 정책’을 대폭 완화하였다. 극심한 성비불균형, 고령화 문제 등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 고심하던 중국이 근대 이후 강력하게 통제하던 인구 규제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런 최근의 변화를 논하기에 앞서 저자는 산아제한 정책이 제도화 되기 이전, 즉 인구 제한 문제가 사회적 담론으로 부상했던 5⋅4신문학 운동시기(이하 ‘5⋅4시기’)를 우선적으로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인구가 곧 국력이라는 전통적 논리가 오랫동안 지배해온 중국에서 ‘인구과잉이 위기’라는 인식은 20세기 이후에야 등장한 담론이다. 그 중에서도 김미란은 그의 논문  「1920년대 중국부녀잡지(婦女雜誌)』 산아제한담론 분석- 서구 인구담론의 '문명론' 수용방식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중심으로」 (『중국현대문학』 72, 2015) 에서 5⋅4시기 중국의 인구과잉론 담론이 맬더스의 산아제한론과 영국의 성심리학자 하블록 엘리스, 미국의 피임제창자인 마가렛 생어의 주장과 어떻게 엮이며 등장했고, 이게 중국의 산아제한정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부녀잡지(婦女雜誌)』의 글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산아제한론 담론의 기저에는 ‘선진문명 대 낙후한 문명’이라는 이원론적 인식론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낙태’를 둘러싼 이해는 시공간적으로 다른 이해와 해석을 낳았다.

<그림1> 『부녀잡지(婦女雜誌)』 표지 (출처: https://baike.baidu.com)

 

중국의 인구는 과잉인가?:
54시기 맬더스의 산아제한론

1920년대 5⋅4 신문학 운동시기는 근대 지식인들이 중국의 낡은 전통을 폐기하고 서구의 지식을 받아들여 진보된 사회를 희망했던 시기이다. 전통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비판은 전통적 대가족 제도에도 가해졌다. 그 중 ‘과잉인구 재앙론’을 주장한 지식인들은 맬서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 “중국의 빈곤과 낙후의 원인이 제국주의의 침탈이 아니라 인구과다에 있다”고 보았다.(106쪽) 반면, ‘인구증가 낙관파’는 미국과 러시아의 부와 식량 생산량이 증가했던 시기가 인구가 증가했던 시기와 일치했던 사례를 들어 맬서스 이론에 반박하며, 중국이 빈곤한 이유를 제국주의의 침략과 강대국의 자본가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에 낙관파는 인구 감소로 인한 부작용을 경계하여 인구 증강책을 실시한 독일과 일본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서구 지식의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5⋅4시기 신지식인들에게는 약소국 사례에 주목한 낙관파 주장보다 ‘과잉인구 재앙론’을 더 매력적인 주장이었는데, 이를 두고 논문의 저자는 5⋅4시기 산아제한론을 “지적 편향 속에서 산생된 ‘역사적 산물’”이라고 평한다.(108쪽)

 

“현재적 관점에서 보면 맬더스 인구론은 기술의 발전과 정치⋅사회적 변인을 간과하였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 것이라 비판받을 수 있겠으나 사회학⋅생물학⋅정치사상 등 서양 학문을 통해 지적 체계를 새롭게 구축했던 5⋅4시기 신지식인들에게 그것은 적극적 수용의 대상이었으며 ‘진보’를 위한 대안으로 간주되었다.”(109쪽)

 

더 나아가 신지식인들은 중국의 대가족제도와 이를 유지시키는 부모를 통한 중매결혼이 사회의 ‘진보’를 막는 해악이라 규정하며, 영미의 근대가족 모델과 같이 ‘자유연애’를 통한 소가정을 이루는 것이 문명화의 길을 위한 이상적 모습이라고도 주장하였다.

 

“오늘날의 연구성과는 중국 전통사회의 보편적 형태가 ‘대가족’이 아닌 세 자녀를 둔 소규모 가정이었으며 서구의 경우에도 근대 이전에 이미 소가정이 널리 존재하였으므로 ‘근대가족=소가정(형태)’이라는 도식 자체가 상상의 산물이라고 본다. 즉 ‘근대가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집단적 감정을 주로 연구하는 1960년대의 역사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산물이라는 데 동의한다.”(127쪽)

 

문명론과산아제한’:
중국사회의 현대화를 위하여

『부녀잡지』는 피임을 통한 산아제한론을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는데, 이 잡지의 특집호에는 ‘출산율과 문화수준’의 연관성을 설명하며 낮은 출산율과 낮은 사망율이 문화가 높은 사회의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한 사회 안에서 계층에 따라 출산율과 사망율이 다르다고 주장한 영국의 성과학자 하블록 엘리스(Havelock Ellis)의 말을 빌린 것이다. 그러나 엘리스의 주장은 중국에 와서 낮은 문화가 중국 사회 전체의 낙후함을 지칭한 것으로 바뀌었고, 문화적으로 열등한 중국이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 출생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높은 출산율이 가난의 원인이라며 산아제한 정책을 옹호한 지식인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당시 중국은 인구증가가 정지 상태였다. 그럼에도 맬더스의 인구론과 엘리스의 주장이 중국에서 높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엘리스의 주장은 우생학의 창시자인 골턴이 인간을 ‘적자’와 ‘부적자’로 구분한 주장을 계승하여 사회의 하층민 계급이 자식을 많이 낳는 현상을 비판한 것이었는데, ‘문명과 생식률이 반비례한다’는 관점을 1920년대 중국의 신지식인들이 무비판적으로 폭넓게 받아들인 것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엘리스의 폄하된 인식이 그대로 수용된 결과로 평가한다. 마찬가지로 당시 중국 대부분이 ‘소가정’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지식인들이 주장한 ‘근대가족=소가정’ 담론 역시 “서구 근대에 대한 과잉 선망에 기반한 이들의 ‘상상’의 산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116쪽)

 

낙태는야만
피임은문명’?

문명화에 대한 신지식인들의 이원론적 인식은 소가정을 이루기 위한 피임법에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콘돔과 같은 ‘과학’의 힘을 빌린 사전 임신방지만이 문명적인 것이며, 낙태는 살인과 동일한 ‘야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한 낙태를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라는 입장에서 중요성을 옹호한 엘리스를 포함한 산아제한 지지자들(사회주의운동가, 여성주의자,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자)의 입장과는 다르게 중국의 지식인들은 ‘과학적 지식’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여 사전 피임을 옹호하였고 개인의 권리보다는 정부의 개입을 지지하였다.

 

“전통적 조절법으로 사용되어 오던 낙태는 이들에 의하여 '인명살상이라는 자각도 없이' 행해지는 ‘야만적’인 것으로 규정되었으며 문명사회로 가는 방법은 사전피임을 통한 산아제한 뿐이라는 주장이 유포되었다.”(128쪽)

 

이처럼 5⋅4시기의 낙태금지론이 때로는 산아제한론과 동시에 주장되는 아이러니함이 있었는데 저자는 이 배경을 두고 저자는 “중국이 선진 과학문명에 도달하지 못하였다는 문명적 열등감”이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21세기 들어 ‘낙태’를 ‘경제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던 때와는 다르게 5⋅4시기 지식인들의 문명론적인 접근으로 낙태는 ‘반문명’으로 정의된 것이다.

 

한편, ‘낙태’에 대한 신중국의 입장은 1950년대 초와 중후반 이후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1950년대 초 건국 직후에 정부 당국은 전쟁으로 인해 손실된 인구를 보충하고자 예외적인 특정 사례를 제외하고는 불법 낙태를 엄중히 금했지만, 오래지 않아 1953년 이후 인구증가율이 급증하자 피임을 지지하며 산아제한 정책을 찬성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다 1958년 마오쩌둥의 1958년 대약진운동 이후에는 다시 산아제한정책이 금지되었다가, 1979년 이후 개혁개방 시기에 와서는 ‘한 자녀 정책’과 ‘강제적 낙태’가 다시 부상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자료:

박민호, 1920년대 초 『부녀잡지(婦女雜誌)』에 나타난 중국의 여성 담론과 사회주의, 『중국어문학논집』 72호, 2012.

류련보, 1920년대 마거릿 생어의 중국 방문과 산아제한에 대한 사회적 반응, 『중국사연구』 67호, 2010.

 

문지호 리뷰어  lunatea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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