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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문학의 인조인간 담론 고찰일제강점기 조선의 시대상과 SF문학의 상관성
문지호 리뷰어 | 승인 2018.04.04 06:38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은 과학을 일상적이고 통속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거나 취미로 재미 삼아 얘기하는 신기한 유희거리 정도로 여겼다. 그런 한편, 당시 대중들에게 과학은 과거를 알아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상상의 산물이기도 하였다. 저자에 따르면 "통속과학으로 포장된 지식들은 유희적 상상과 환상이라는 인식통로를 통해 식민지 현실에 대한 감각을 세우거나 무디게 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과학의 이중성은 SF(science fiction) 문학 장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민주는 인조인간의 출현과 근대SF문학의 테크노크라시」 (『한국근대문학연구』 25, 2012 4) 논문에서 1920-30년대 '로봇'이 문학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는지를 분석하며, 이를 통해 근대 '인간학'의 형성과 과학과 문학의 상관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인조인간의 출현과 발전:
매혹과 공포의 이중적 산물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본주의 욕망의 실현체로 등장한 인조인간의 출현으로 사람들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과 인조인간이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완전히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당시 인조인간은 위계구조상 인간보다 낮은 서열에 위치한 기계로 묘사되었지 대체적으로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지칭하는 단어로 대체되면서 "계급성을 투사하는 대상이 되었다."(424쪽) 낮은 사회적 위치에 있던 여성 역시 이와 동일한 위치 선상에서 논의된다. <그림1>

 

<그림1> ""이 여자는 인조인간(로보트)이올시다.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모양만 아름다운 것이 안이라 이러케 글씨까지 쓴답니다." 라는 구절과 함께 게재된 왼쪽의 사진 이미지는 시각적인 전시성 속에서 대상(기계와 여성) 을 타자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른쪽의 사진은 비록 여성이 인조인간은 아닐지라도 하위주체로서의 면모를 더 강하게 드러낸다."(425쪽)

 

이처럼 인조인간을 중심으로 타자를 분류하는 방식은 인간 자체를 개조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1930년 중반을 전후하여 유전공학의 발달로 인조심장이 발명되고, 성전환 수술 등이 가능해지면서 "과학을 통한 개조의 영역이 인간, 민족의 차원에서 남녀 성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426쪽) 이에 1920-30년대 식민지의 통속과학은 계급과 젠더, 민족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이런 환상은 과학이 계몽의 대상을 어떻게 타자화하는지를 잘 보이며 차이를 더 부각시키는 모순을 낳기도 하였는데 당대 인조인간 담론들 역시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타자를 구성해내는 담론으로 기능한 "매혹과 공포의 이중적 산물인 타자"로서의 인조인간(과학기술)은 문학적으로 어떻게 사용되었을까? 저자는 과학적 지식에 대한 주체의 인식 작용이 SF소설을 향유하는 중심축이 되기 때문에 SF문학의 분석을 통해서 당대의 특정한 관점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1920년대 차뻭의 로봇R. U. R 과 H. G. 웰스의 『로봇R.U.R』과 H.G. 웰스의 『타임머신』 의 번역 연재에 주목한다. 두 작품은 모두 과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자본주의의 폐해와 계급투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공통점이 있는데, 저자는 이 두 번역본에 대한 당대의 문학적 반응을 과학담론과의 연계성 속에서 살펴보려 한다.

1925년 박영희는 『인조노동자』라는 제목으로 차뻭의 완벽본을 잡지에 연재한다. 『인조노동자』은 인조인간이 그들을 함부로 대하는 부르주아지에게 저항하고 혁명을 일으켜 새로운 로봇 연맹을 건설하는 내용이었는데, 당시가 노동문학이 대두한 시점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이 번역의 등장은 시기적절한 현상이었다. 『인조노동자』에 대한 문학계의 반응은 다양했다. 우선 번역자인 박영희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헤레나를 "프롤레타리아 무산계급해방을 위한 여성 운동가의 상"이라 해석하였고, 노동자가 기계인간과 같은 대우를 받는 현실을 비판하며 인류 전체의 해방을 위해 한 몸 희생하는 헬레나를 통해 노동자와 젠더의 계급투쟁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려 하였다. 극작가 김우진은 작품 속 로봇사 대표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키고자 로봇을 계속 만들었으나 그 노동해방이 인류 전체의 해방이 아님을 지적하며 근대과학기술이 때로는 인간에게 이롭지만 동시에 억압하는 존재가 되는 이중성을 지적한다.

 

"1933년 3월 신동아 권두면에 실린 인조인간의 그림은 로봇의 외면뿐만 아니라 내부까지 공개되어 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그 내부가 전선회로의 복잡한 연결망으로 이루어져있는 이 사진은 로봇이 외형적으로든 내부적으로든 기계라는 대상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한 장의 사진은 타자를 공표화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433쪽)

작품 속 인조노동자의 욕망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욕망이기도 하였고 이는 다시 식민지 조선인들의 욕망과도 겹쳐 있었다. 여덜뫼는 혁명을 통해 인조노동자의 사회를 건설한 후 다시 자연의 생활로 돌아가는 내용을 통해 인간이 현재의 부조리한 자본주의 사회를 청산한 후 본능을 따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류의 재생이라 평가한다. 그 뒤에 건설하는 새로운 유토피아 사회에는 당대 사람들의 관심이었던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이 녹아있었다. 상호부조론은 사회의 구성원리를 경쟁이 아닌 서로 돕고 살아가는 데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저자는 『인조노동자』에 반영되어 있는 상호부조론의 유토피아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SF문학이 계급문학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음을 주장한다.

 

상호부조론과
일본에 대항하는 식민지 조선의 시대상

문학이 시대상을 반영하듯 1920-30년대는 '마르크시즘'의 과학적 태도가 사회주의 문학으로 발전하는 시기였다. 사회주의자들은 과학적 해석을 근거로 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주장하고 건설하려 했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의 결과로 등장하는 유토피아는 처절한 현실의 적나라한 반영이기도 하다. 여기서 저자는 일부 과학적 사회주의자들의 지지했던 크로포트킨의 이론에 주목한다. 저자는 크로포트킨이 다윈처럼 사회의 구성원리를 '경쟁'으로 보는 것과 대조적으로 '상호부조', '호조(互助)의 법칙(法則)'으로 보며 인류가 진화해야 할 방향을 새로이 설정했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은 자본주의와 그 원리인 사회진화론을 비판하기 위해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을 활용하였고, 개인주의와 제국주의를 비판하였다. "다윈의 생존경쟁설의 대타항으로 기능했던 상호부조론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대항할만한 원리를 찾던 식민지 조선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438쪽)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는 어떤 시대이며, 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인재상은 무엇이었나? 크로포트킨은 이상적 인간상으로 '발명가'를 제시하며 과학과 육체적 노동이 균형있게 결합한 교육이 완전한 교육이라 설명하였다.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노동이 아닌, 결합된 형식으로 교육 받은 사람들이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성취된 부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평화로운 시대가 유토피아인 것이다. 그리고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필수조건이다.

1920-30년대 과학담론에서 SF문학은 계속 중요하게 화자되고 의미화되었으며, 이는 1920년대 과학기술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이 1930년대 '테크노크라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발판을 만들었다. 과학적 관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테크노라시 운동은 전 세계적인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인류의 유토피아를 위해서 과학의 응용이 사회개조운동에서 필연적 과정이라 여겼다. 그리고 이들은 인류가 노동을 잃게 되는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이 당연하며, 오히려 노동에서 해방된 인류가 만끽할 생활의 여유를 희망했다. 저자에 따르면 ‘인조인간’ 담론은 이러한 “‘상호부조’론과 ‘테크노크라시’ 담론과의 연계성 속에서 살펴졌고”, 새로운 유토피아와 인간상을 창조하려는 식민지 조선인들의 기획은 SF문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문지호 리뷰어  lunatea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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