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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경제학스라피안이 읽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자본 이해
박알림 리뷰어 | 승인 2018.04.10 14:31

1. 서론

자본개념에 관한 소동은 경제학의 역사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그가 사용한 자산(assest)으로서의 자본개념에서부터, ‘생명자본’, ‘정보자본’, ‘매력자본’ 등 갖가지 자본개념이 새로 출현할 때마다, 쟁점이 되어오고 있기도 하다. 사소하게는 근래 사내유보금에 관한 이슈에서도 자본항목에 해당되는 자본잉여금 등에 관한 작은 소동도 있었다. 꽤 이슈가 되었던 페이퍼, 로머(Romer)의 ‘Mathiness in the Theory of Economic Growth’에서도 자본개념에 관한 쟁점이 등장한다. 로머가 언급한 것은, 이른바 ‘케임브리지-케임브리지 자본논쟁’(이하 자본논쟁)으로 불리는 것으로, 1950-60년대, 나아가 197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계속되어왔던 포스트케인지언 학파(스라피언 학파)와 신고전학파종합 경제학과의 격론이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을 주축으로 한 포스트케인지언 학파와 미국의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MIT를 주축으로 한 신고전학파종합 간의 격론으로, 이른바 케임브리지-케임브리지 자본논쟁으로 불린다. 본 글에서 소개할 논문은 박만섭. (1999).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스라피안이 읽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자본 이해’. 『경제학의 역사와 사상』, 2.으로 박만섭(1999)는 자본논쟁의 함의는 단순히 신고전학파에서 사용되는 생산함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고전학파 경제이론 전체에 걸쳐 유효한 비판임을 주장한다.

Piero Sraffa

2. 자본논쟁의 시작

자본논쟁의 시작은 1953년 조안 로빈슨(Joan Robinson)의 논문, “Production Function and the Thoery of Capital”, Review of Economic Studies, vol. 21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알려진 바에 따르면, 스라파(Sraffa)의 리카도전집 서문(1951)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한계혁명으로 제본스, 멩거, 왈라스 등이 발전시킨 순수교환모형은 솔로우, 스완의 생산함수모형으로 발전되었고, 케인즈의 등장으로, 새뮤얼슨과 솔로우를 필두로 한 신고전파종합이 완성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핵심은 ‘희소성’이었고, 토지, 노동, 자본 서비스의 가격은 그 상품 또는 생산요소의 희소성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경제는 수요와 공급을 통해 작동되며, 소비자의 선호, 생산기술의 상태(즉 생산함수), 그리고 생산요소의 부존량을 통해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도출되며, 여기서 가격과 수량이 결정된다. 로빈슨은 바로 이러한 신고전학파의 이론적 체계에 불만을 표했고, 이를 시작으로 포스트케인지언 학파와 신고전학파 간의 일대 논쟁이 진행되었다.

가장 쟁점이 되었던 것은 솔로우-스완으로 대표되는 집계적생산함수였다. 이는 헤로드-도마로 대표되는 레온티에프유형의 생산함수와 대립되는 것으로, 후자가 생산요소 간 대체탄력성이 0으로 전혀 대체되지 않는 반면에, 전자는 일정한 대체탄력성을 가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지하듯이 두 모형의 가장 큰 차이는 생산요소 간의 대체성에 있다. 포스트케인즈학파은 여기서 복수의 생산기술이 존재하고, 임금률의 변화를 가정할 때, 임금률의 변화에 따른 다른 생산기술로의 선택을 상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일반적인 형태인 양(+)의 기울기를 갖는 공급함수와 음(-)의 기울기를 갖는 수요함수를 갖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균형가격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나, 이 경우 안정적인 균형가격을 도출할 수 없게 된다.

 

3. 희소성과 자본개념에 관한 비판

이러한 포스트케인지언의 지적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희소성 개념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유한한 자원과 무한한 인간욕구라는 대칭적 서술을 통해서 흔히 비유된다. 이러한 비유에서 알 수 있듯이, 희소성의 핵심적인 근거는 자원부존량에서 기원한다. 생산에 필요한 핵심적인 자원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생산요소로 일컬어지는 것으로, 토지, 노동, 자본을 고려한다. 그런데 포스트케인지언들은 스라파의 사상에 기초하여, ‘자본’이 과연 부존자원인지 묻는다. 즉, 재생산불가능한 한정된 자원이라는 의미에서, 토지와 노동은 ‘본원적 생산요소(original factors of production)인 반면에, 자본은 ‘주어져 있는’ 재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라파는 『상품에 의한 상품의 생산』에서, 자본은 ‘생산된 생산수단’으로써의 상품으로, 즉 자본재들의 총제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을 다른 ‘재생산 불가능한’ 자원들과 동일시하기 위하여, 신고전학파에서는 여러가지 수단들이 동원된다는 것이다.

신고전학파의 자본개념은, 고전학파의 내연적 지대(intensive rent)에 관한 이론을 확대한 것으로,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토지와 마찬가지로 동질적인 단위의 합산으로써 자본을 이해한다는 것과 토지가 노동에 대하여, 노동이 자본에 대하여, 등의 상대적인 의미에서 특정한 자원이 희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자본은 다른 생산요소와는 달리 생산된, 재생산가능한, 상품이므로, 다른 생산요소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생산비용에 그 가격이 생산비용과 갖도록 설정된다. 둘째로 자유경쟁으로 각 자본재는 수익률이 균등해지도록 하는 경향을 갖는다. 박만섭(1999)에 따르면, 이러한 자본개념은 서로 다른 두가지 정체성을 하나의 대상에 위치시켜, 마치 (논문의 제목과 같이)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같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우리는 자본이 갖는 두 가지 측면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상술한 바와 같이 자본이 부존자원으로써의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주어진 생산기술의 상태와 관련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자본을 측정하는 단위에 있다. 이에 여러가지 학설들이 제기되어 왔다. 가령, 뵙-바베르크는 이자로 계산되는 자본의 ‘평균 생산기간’을 고려하였는데, 이는 가격단위 자체가 소득분배에 영향을 주는 내생적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다. 한편 빅셀(Wicksell)의 경우, 가치(value)라는 단위로 자본재를 측정할 것으로 제안하는데, 이 경우에는 자본재가 이질적인 상품의 총체임을 고려할 경우, 생산요소의 수요함수와 상대적 상품공급량의 공급함수를 일반적으로 도출할 수가 없게 된다.

집계적 생산함수를 고려할 때,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첫째로 집계적 생산함수는 한계생산물 개념을 모호하게 하였다. 일반적으로 자본이 이질적 자본재로 구성되어 있을 때, 집계적 생산함수에서 구해지는 자본의 한계생산물은 이자율과 일치하지 않는다. 둘째, 이자율과 일치하더라도, 기술재전환과 자본역전을 통해 자본량과 이자율의 역관계로 표시되는 자본의 수요함수가 도출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생산기술의 수가 무한하지 않을 때, 기술선택은 가능한 이자율의 각 수준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이자율의 구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럴 경우 기술선택이 발생하지 않는 이자율의 구간에서 이자율이 연속적으로 변할 때, 자본재의 물질적 양은 변하지 않지만, 가치로 표현된 자본량은 이자율의 변화에 따라 변동하게 된다. 따라서 생산량과 자본량 사이의 유일한 관계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생산기술을 정의하는 생산함수의 의미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박만섭(1999)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점은 집계적 생산함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왈라스(Walras)의 일시적 균형이론이나 시점간 균형이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왈라스는 자본을 물질적인 양으로 정의한다. 첫째로 균형이론에서 도출되는 균형값들을이 현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본재의 이윤율이 균등화되지 않는 한, 구심점을 갖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변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러한 지속적인 변동이 개인들의 극대화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일시적 균형이론에서의 기대형성함수는 임의적인 성격을 갖는다. 이는 일시적 균형이론의 창시자인 힉스(Hick, 1965)에서 지적한 바 있다고 한다. 셋째로, 비교균형분석을 무의미하게 하는데, 이는 앞서 지적한바와 같이 자본재의 량이 ‘주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으로 연유한다. 네번째 문제는 ‘단기적 균형’을 고려할 때, 생산요소 간 대체 정도가 상당히 낮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신고전파의 희소성 개념에 근거하여 자본 개념을 이해할 때, 자본의 부존량을 측정할 필요가 있고, 이때 그 계산단위는 외생적이어야 한다. 이를 만약 뵘-베바르크처럼 이자로 측정되는 생산시간으로 계산할 경우 혹은 빅셀처럼 가치로 측정될 경우, 자본의 주어진 부존량도 소득분배로부터 내생적인 관계를 갖게 된다. 또는 왈라스처럼 물질적인 수량으로 정의할 경우, 자본재의 특성인 생산비용에 대한 수익률 균등이라는 자유경쟁의 원리에서 어긋나게 되며, 그에 따른 이론적, 방법론적 문제점을 갖게 된다.

4. 나가며

박만섭(1999)에 따르면, 자본논쟁의 함의는 솔로우의 집계적 생산함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왈라스 뿐만 아니라, 국제무역이론 중 하나인, 헥셔-올린-새뮤얼슨 모형이나, 스톨퍼-새뮤얼슨 정리, 조세에 관한 신고전파의 이론들, 경제성장이론, 유효수요이론 등 경제이론의 각 분야에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자본논쟁의 의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지속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자본논쟁은 솔로우나 새뮤얼슨을 필두로한 신고전파종합이 참여한 것이었으나, 오늘날 저명한 경제학자인 스티글리츠도 다음의 논문에서 재론하며, Joseph E. Stiglitz. (1974) The Cambridge-Cambridge Controversy in the Theory of Capital; A View from New Haven: A Review Article, Columbia University Academic Commons. 서두에 언급했듯이, 로머도 다음의 글에서 언급한다. Romer, P. M. (2015). ‘Mathiness in the Theory of Economic Growth’. American Economic Review: Papers & Proceedings, 105(5). 그밖에 저명한 마르크스주의경제학자인 폴리도 다음의 글에서 언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Foley, D. K. (2001). Value, Distribution and Capital: a review essay. Review of Political Economy, 13(3). 이처럼 자본논쟁에 대한 회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또한 자본논쟁 이후 스라피언 학파, 더 넓게 포스트케인지언 학파에서 독자적인 이론과 모형들이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음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자본에 관한 논쟁과 그 여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고민창. (2007). ‘장기유효수요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경상논총』, 25(3)

고민창. (2010). ‘스라파 경제학과 현대 고전학파 체계의 발전’. 『사회경제평론』, 35

홍기현. (2002). ‘스라파 장기균형가격이론의 성과와 한계’, 『경제논집』,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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