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2015 기타 5
편집장이 중요한 이유국립국악원 해외보급사업 ‘한국 음악학 시리즈’ 비판의 도마
강성민 리뷰위원 | 승인 2016.03.04 17:33
<한국의 춤> 영문판 표지 (www.gugak.go.kr)

국립국악원의 영문판 ‘한국 음악학 시리즈KOREAN MUSICOLOGY SERIES’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한국 음악학 시리즈’는 국립국악원이 지난 2007년부터 해오는 한국학 해외 보급 사업이다. 국내의 미국인 연구자 시이달이 쓰고 양민아 번역, 최해리 감수 「편집장의 부재로 좋은 기회를 놓친 국립국악원의 영문 학술서」(『무용역사기록학』 37, 2015년 6월)라는 긴 제목의 서평에서는 이 시리즈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음이 지적되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번역된 각 원고들을 통일성 있게 하나의 책으로 묶어 내는 일에 계속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어 원문들이 제대로 서술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번역가들이 영어 논문으로 번역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어민들이 책을 읽어보면 문법적으로는 맞지만 길고 어색하며 의미가 없는 문장들을 여러 군데서 발견하게 된다.” (233쪽)

서평자가 일례로 든 2014년에 출간된 『한국의 춤Dance of Korea』의 첫 번째 문단은 단 두 개의 긴 문장으로 되어 있다. 논문에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국악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것을 통해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In Korea, the term “Korean dance” is broadly used to designate general “dance” or chum, and more narrowly, as the traditional dance of a society, the dance tradition transmitted with the inherited stylistic characteristics that are distinctly Korean. Overall, the scope of Korean dance includes two viewpoints: the chronological view which includes the vertical consideration of the historical context of dance preserved from the pre-historic period to the present; and the synchronic view that encompasses the horizontal consideration of a variety of dance phenomena which exist in contemporary Korean society.” (“Introduction _ The World of Aesthetics and the Transmission of Korean Dance,” p.9, 국악원 홈페이지 참조.)

서평자는 이 영어가 얼핏 문법에 맞는 듯하지만, “철저하게 분석해보면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다시 쓸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한다. 이어 “한국춤 학자이자 영어 원어민인 서평자가 책의 첫 번째 문단에서 이렇게 많은 정신노동을 하는데, 이 책이 과연 독자들에게 한국춤의 아름다움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가?”라고 덧붙이고 있다. 과연 어느 정도인데 이런 지적이 나올까? 서평을 한국어로 옮긴 양민아 씨는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위의 영어를 다시 한국어로 바꾸어서 보여주는데 아래와 같다.

“한국에서 ‘한국춤’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무용dance’ 또는 ‘춤chum’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보다 협의의 의미에서 한국 사회의 전통춤으로써 전승되어 왔으며, 양식에서 명백하게 한국적인 특징들을 내포한 춤이다. 대체적으로 한국춤의 범위는 두 가지 관점을 포함한다.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보존된 춤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종적 고찰을 포함하는 통시적 관점과 당시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춤현상의 다양성에 대한 횡적 고찰을 아우르는 공시적 관점이다.” (논문 233쪽)

얼핏 봐도 문장이 조악하며, 의미하는 바가 불분명함을 알 수 있다. 서평자는 이 같은 경우를 포함한 몇 가지 문제가 책의 기획에서부터 출간의 전 과정을 통솔하는 편집장이 없다는 데서 기인한다고 보았다. 가령 △내용의 중복과 필자들 사이의 의견이 모순되는 현상 발생 △화랑도, 화백, 상고대, 여와, 신시, 풍류가 등 한국어 원문에 대한 역주의 미흡함 발생 △9명의 저자 중 2명만 참고문헌을 제시하는 등 참고문헌 누락으로 인해 영어권 독자들에게 학문적 수준을 폄하받을 수 있음 등이다.

예를 들면 내용 중복현상은 이런 식이다. 제1장 ‘한국춤의 역사’는 10페이지에 걸쳐서 1, 2, 4, 5, 8장의 내용을 요약하고 있다. 그리고 4장 ‘한국의 전문 민속춤’에서도 1장과 3장에서 이미 언급된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 “명백히 편집과정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는 게 서평자들의 의견이다. 이는 독자들의 흥미를 급격히 저하시킨다.

물론 이러한 아쉬움들이 크지만, 서평자는 이 책이 사진 위주로 편집된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한국의 춤에 대한 학술적이고도 방대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권 독자들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학자이자 춤평론가인 채희완 민족미학연구소 소장이 쓴 서론 「미학의 세계와 한국춤의 전승」은 한국춤의 전반적인 형태와 춤사위에 대한 매우 중요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 외에도 각 장별로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춤이 어떻게 변모되었는지, 해방과 분단 이후로 근대 사회와 무대화 과정에 대한 설명, 유교 의식의 일무에 대한 풍부하고 자세한 특징들을 사진, 가사, 동작설명으로 제시한 점, 한국 민속춤의 종류를 표로 제시하고 있는 점, 경기도당굿·동해안 별신굿·제주도굿에서 춤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설명한 부분, 한국 불교에 대한 개관과 불교 의식의 실체 및 의식에 사용된 무용의 흐름 등이 돋보였다고 보았다. 이러한 내용들은 분명 오랜 연구 끝에 정리된 경험적 통찰을 갖춘 체계적 지식인지라 한국 무용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금싸라기’ 같은 정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용적 풍부함이 있음에도 내용적 불균일이 재차 문제가 되고 있었다. 제8장 ‘신무용(한국근대 그리고 신무용)’에서는 몇 문단이 매우 이해하기 힘든 영어로 기술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서평자는 “정확하게 번역하려고 노력했으나, 한국어 원문이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지적했다.

서평자는 이 책이 한국 궁중무용에 대해 알고 싶은 외국 학자들에게 효용성이 높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좋은 의도에 비해 “기회를 놓친 미완성본인 것 같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아래에 마지막 멘트를 인용해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국립국악원은 유명한 (심지어 은퇴한) 학자들로 구성된 이 책의 집필자들에게 다시 글을 다듬고 참고문헌을 추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편집장을 찾아야 한다. 한국공연예술계를 선도하는 국립기관이라면 이와 같은 수준 높은 학문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237쪽)

강성민 리뷰위원  paperface@naver.com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성민 리뷰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글항아리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1층  |  대표전화 : 031)955-8898  |  팩스 : 031)955-2557
등록번호 : 경기, 아51383   |  등록일 : 2016.05.13   |  발행인 : 강성민  |  편집인 : 강성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현민
Copyright © 2019 리뷰 아카이브.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