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2017 인문/역사
키르케고르 산책 2종교적 실존: 종교성 A 그리고 B
정지원 리뷰어 | 승인 2018.02.27 08:49

앞선 키르케고르 논문 리뷰에서 볼 수 있듯, 키르케고르는 '실존'을 화두로 던지며 '심미적 실존', '윤리적 실존', '종교적 실존'의 실존의 3단계를 구별하였다. 그는 여기서 실존의 최고 경지를 '종교적 실존'으로 지칭하였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종교적 실존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이를 위해 이번에는 군산대 임규정 교수의 논문 「키에르케고르의 주체성의 지양과 “죄책감”에 대한 고찰」 (『철학연구』 76, 2000년 11월)에 대한 리뷰를 통해 종교적 실존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The Angel Hinders the Offering of Isaac by Rembrandt

당시 키르케고르의 주된 비판 대상은 헤겔로 표상되는 독일 관념론의 사변철학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헤겔이 중시했던 전체, 보편, 체계 중심의 사유가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보았는데, 그것이 바로 개별자의 실존이다. 그는 전체가 진리라고 주장하는 헤겔에게 이성보다는 정열이 중요하고, 실존하는 개별자의 주관적인 체험이 가장 현실적인 것이라고 반론한다. 그에게 진리는 보편적·객관적으로 박제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정열적으로 행동하는 지금 이 순간의 개별적인 '현실(Virkelighed)'에 있다. 키르케고르에게 이 실존에서 중요한 것은 주체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존적인 주체성의 자각은 '죄책감'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우리는 추상성과 객관성의 덫으로부터 빠져나와 참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종교성 A
에 관하여

그렇다면 키르케고르의 3단계 실존의 정점에 있는 종교적 실존은 어떤 양상을 띄는 지 살펴보자. 그는 종교적 단계의 실존을 '종교성 A'와 '종교성 B'로 구별한다.

실존을 자각하지 못하는 심미적 실존의 단계와 달리 윤리적 실존의 단계에서는 실존이 자각된다. 이러한 윤리적 실존의 단계에 있는 사람은 단지 세상 흐르는 대로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게 사는 심미적 실존 단계의 사람과 달리 보편성을 자각하는 보편자로서, 개별자인 자신을 부단히 보편자와 통합시키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윤리적으로 실존하는 자는 양자의 근본적인 차이에 의해 항상 그 통합에서 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다. 개별적 상황은 항상 보편적인 기준과 어긋남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윤리적 실존에는 이미 주체성이 내포되어 있다. 윤리적 실존자는 보편적인 관점에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판별하고 그에 맞춰 행위하는 것을 결단한다. 케르케고르에게 자기 자신이 주체적으로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내재성을 통한 자기 이해는 윤리적 실존과 종교성 A와의 연결점이 된다. 종교성 A에서 이 내재성은 한 차원 더 높게 고양된다. 윤리적 실존자가 자기로서 존재하고자 분투하는 과정에서 이 내재성은 절대적 내재성을 확보하며 종교적 실존으로 고양될 수 있다.

종교성에서는 '절대성'이 그 핵심적인 특징으로, 이는 상대성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윤리성과 전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런데 내재성과 관계하는 종교성 A는 내재성이 아닌 초월성을 지니는 기독교의 신을 기반으로 하는 종교성 B와는 다르다.


종교적 내재성:
체념, 고뇌, 죄책감

“영원한 행복을 목표로 삼는 것은 내재성의 주체적 정립인 윤리적 실존과는 다르다. 종교적 내재성의 정립은 윤리적 교화에 필요한 자기 신뢰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키르케고르는 체념, 고뇌, 그리고 죄책감을 통해 설명한다”(265쪽)

종교적 실존의 단계에 있는 사람은 윤리성에 수반되는 상대적 가치를 넘어선다. 윤리적인 것은 상대적일 수 밖에 없다. 윤리적 실존자가 자신이 윤리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상대성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절망할 때 그는 '체념'하게 된다. 체념한 자는 '고뇌(lidenskab)'한다. “인간은 구체적이며 주체적으로 실존해야 하지만 궁극적 내재성, 궁극적 목적에 대한 자기 관심을 실현할 길을 찾을 수 없음을 깨닫고 고뇌한다”(267쪽) 고뇌하는 자는 신적인 절대성, 직접적인 세계의 상대성과 각각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다 그것의 무익함을 자각한다. 그렇게 그에게는 '죄책감(skyld)'이 생겨난다.


종교성 B
혹은 기독교

종교성 A는 자신이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이 상대적인 현실과 충돌하는 데에서 나온다. 그리고 양자의 통합을 포기하며 내재성이 한 차원 더 고양된다. 그런데 종교적 A의 차원에서 자신의 목적인 절대적 행복에 대한 추구는 객관적 상태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시간의 틀 안에서 절대성은 필연적으로 모순과 맞닥뜨린다. 반면 종교성 B인 기독교에서의 실존은 내재성의 고양을 토대로 삼는 종교성 A와 달리, 실존자가 이 종교적 실존에서의 내재성을 심화시키는 자기신뢰를 포기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종교성 A의 주체성의 진리는 주체성의 비진리를 통해 극복된다. 성서의 아브라함의 경우가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신의 아들인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신의 요청에 응한 아브라함은 세상의 윤리적 기준을 초월한 단독자로서 신과 대면한다. 이를 통해 신과 아브라함의 관계는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고, 이에 대해 설명할 수도 없는 초월적인 단계로 나아간다.

“진리는 한편으로 실존과 관계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존에 대해 타자적이어야 한다”(271쪽) 이러한 종교성 B에 있는 사람은 신이자 인간인 예수 그리스도의 변증법적 역설을 통해 궁극적 실존의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신-인간의 변증법적 역설은, 세계와 무관한 것으로 피안에 남아 있기만 한 것이 아닌, 세계에 인간으로 나타난 절대성이라는 역설적 상황으로 나타난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자기관계와 자기됨: 키에르케고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중심으로」, 변주환, 『해석학 연구』 21, 2008. 3.
「키르케고르: 죽음에 관한 진지한 사유와 죽음의 형이상학적 의미」, 이명곤, 『철학연구』 131, 2014. 8.



 

정지원 리뷰어  j.je@fu-berlin.de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지원 리뷰어의 다른기사 보기
icon관련기사 icon키르케고르 산책 1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글항아리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1층  |  대표전화 : 031)955-8898  |  팩스 : 031)955-2557
등록번호 : 경기, 아51383   |  등록일 : 2016.05.13   |  발행인 : 강성민  |  편집인 : 강성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현민
Copyright © 2018 리뷰 아카이브.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