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2017 경제/경영 1
블록체인과 탈집중화된 경제라는 유토피아경제민주화를 가져다줄 기술인가?
김종현 리뷰어 | 승인 2018.02.14 08:00

암호화폐 투기 광풍과 함께, 그 근저에 있는 기술 ‘블록체인’에 대한 주목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마침 블록체인은 지난 수년간 한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키워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4차 산업혁명론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적잖이 있다는 점은 언급해야겠다.) 그런데 정작 ‘산업혁명’을 운운하면서도 블록체인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 똑 부러지게 설명하는 글을 잘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는 이에 관련된 글을 한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유성민 IT 칼럼니스트의 논문 ‘「블록체인은 과연 경제민주화를 이끌 것인가?」 『FUTURE HORIZON』(34),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17’이 바로 그런 논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집중화된 경제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 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분산원장 기술에서 비롯된 기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비트코인의 기술이 블록체인이다’라는 식의 인식보다도 ‘블록체인의 첫 성공사례가 비트코인이다’라는 인식이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에 따라 한국의 과학기술부에서도 보험금 청구서비스, 전기접촉 불량 포렌식, 대학 캠퍼스 전용 암호화폐, 개인간 전력거래 등의 시범사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켜서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전자투표, 전자계약, 전자문서 관리, 부동산 등기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생각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응용들이 있다고 치자. 블록체인 기술이 보안이 필요한 정보 저장이나 거래, 네트워크 구축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니 새삼 놀랄 일은 없다. 그런데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고자 한다면, 대체 어떻게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을 바꾼단 말인가?

저자는 기존 4차 산업혁명 기술들과 블록체인 기술을 비교한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이라는 4개의 키워드가 바로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의 핵심 특징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의 결합으로 굴러가는 경제는 ‘중앙성’이라는 특징을 지닐 수 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되는 서비스 플랫폼의 작동 방식을 보면, 사물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해서 클라우드로 전송되고 그 정보가 빅데이터 분석을 거쳐서 모바일로 전송이 된다. 이런 식으로 가면, 서비스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들은 정보를 독점하게 된다. 또한 신뢰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중앙에서 정보의 처리를 홀로 담당하기 때문에 정보를 왜곡시킬 가능성도 있고, 해당 서비스의 소비자들에게 프라이버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투명성이 매우 부족할 수 있다.

블록체인 시스템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달리 화폐 외에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서 본격적인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되고 있다. 출처: Wikipedia의 Ethereum 항목

블록체인과
경제민주화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들에 블록체인 기술이 가미된다면 이는 다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블록체인은 정보를 분산시켜서 저장하는데, 네트워크 참여자 과반수가 동의하지 않는 한 임의로 정보를 조작할 수도 없고 따라서 투명성도 보장되며 위변조 여부도 계속 확인되기 때문에 신뢰성도 확인된다. 신뢰의 강화와 더불어, 별다른 복잡한 절차 없이 블록체인 자체의 알고리즘만 따라도 보안성과 신뢰성은 담보되기 때문에 그 처리비용은 획기적으로 감소될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블록체인은 ‘경제적’이며, 따라서 블록체인은 ‘민주적’일 뿐 아니라 ‘경제 민주화’기술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경제민주화 기술’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그 중 인상 깊은 두 가지를 꼽아보겠다. 첫째로 온두라스의 사례이다. 이 곳은 부패가 심해서 공직자들이 토지 대장의 조작을 통해서 농부들의 토지를 수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는 토지 대장을 블록체인을 통해 관리해서(블록체인이 애초에 ‘분산원장’기술이므로, 누군가가 함부로 조작하지 못하는 장부를 만들기에는 딱 좋은 기술이다!) 방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둘째로 스웨덴에서도 토지 대장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려고 하는데, 스웨덴은 부패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블록체인은 처음에 입력할 때부터 정보를 분산시켜서 동시에 기록하므로, 나중에 정보를 일일이 공유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토지 처리에 드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감소한다. 즉 ‘비용 감소’ 목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대안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글을 마친다.

 

블록체인의 경제학과
블록체인의 기술적 한계

그러나 쟁점은 남아있다. 저자는 블록체인이 의사결정권(과 정보 접근권)을 특정한 경제주체에게 독점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강점으로 본다. 블록체인이 주는 ‘탈집중성’의 이점을 강조한 것이고 그런 사례를 저자는 부각했다. 분명 그런 부문이 일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자본주의적 경제체제 하에서) 그것이 항상 맞는 얘기일까? 하이에크 식의 사고를 한다면 그렇겠으나 때로는 정보접근권과 의사결정권이 어느 정도 집중돼있는 것이 효율적인 분야가 분명히 있다. 빠른 속도를 요구하거나 대규모의 경제활동과 연루돼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오늘날 자본주의는 대량생산사회라는 점을 볼 때 분명 꽤 많은 산업들이 바로 그런 범주에 속하리라. 게다가 기술적으로도 블록체인의 혁신성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는 점 역시 소개하고 싶은데, 포브스나 파이낸셜 타임즈 같은 해외 저명 언론에서도 이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경제적 변화를 기술 결정론적으로 보는 시각 역시 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세 가지 지점을 고려하면서 블록체인을 바라봐야 오늘날 부각되는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함께 읽으면 좋을 논문

이제영,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동향과 시사점」 『동향과 이슈』(34),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17

민병길, 성영조, 박원익,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쟁점 및 정책적 시사점,」 『이슈&진단』(307), 경기연구원, 2018

김종현 리뷰어  mrkim_same@naver.com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종현 리뷰어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글항아리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1층  |  대표전화 : 031)955-8898  |  팩스 : 031)955-2557
등록번호 : 경기, 아51383   |  등록일 : 2016.05.13   |  발행인 : 강성민  |  편집인 : 강성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현민
Copyright © 2018 리뷰 아카이브.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