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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의 사회언어학‘예/네’의 사용에 따른 차이
최종원 리뷰어 | 승인 2018.01.03 21:45

얼마 전 SNS상에서 대답을 ‘네’로 하기보다 ‘넵’으로 하는 현상에 대하여 농담반 진담반으로 어떨 때 ‘네’를 쓰고 어떨 때 ‘넵’을 쓰는지 누리꾼끼리 왈가왈부했던 일이 있었다. 대답을 선택할 때 영향을 미치는 정확한 변인이야 궁구하여야 알 일이지만, 적어도 문자 텍스트로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많아졌고, 음성으로 전달할 뉘앙스를 문자로 전달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좀 더 근원적인 현상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예’와 ‘네’의 차이는 무엇인지, 우리는 설명할 수 있을까? 선뜻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강현석 단국대학교 영어과 교수「국어 담화 표지 ‘예’와 ‘네’의 사용에 나타나는 변이에 대한 연구」, 『사회언어학』17(2)에서, 그 차이에 대한 일면을 밝히고자 하였다.


표준어 규정

1988년 공표된 <표준어 규정>에는, “‘예’와 ‘네’를 동시에 표준어로 인정하지만 ‘네’를 원칙으로 하고, ‘예’도 허용한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 “‘네/예’에서 지금까지는 ‘예’만을 표준어로 인정하였으나, 서울말에서 오히려 ‘네’가 더 보편적으로 쓰여 왔고, 또 쓰이고 있으므로, 그것을 앞에 내세워 ‘예’와 함께 쓰기로 한 것이다”라는 설명이 부가되었다. 필자는 그 설명은 두 가지 함축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첫째, 서울말에서는 ‘네’가 ‘예’보다 더 높은 빈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네’를 원칙적으로 표준어로 하고, ‘예’를 부차적 표준어로 인정한다. 둘째, 비서울말에서 ‘네’가 ‘예’보다 더 높은 빈도로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

 

문자 텍스트로 주고받는 문화에서 대답 표현은 더욱 다양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이러한 현상은 사회언어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대답 이외의 기능

이외에 주요한 여러 사전에서도 ‘예’와 ‘네’의 정의는 거의 유사하고, 그에 더하여 단순한 대답어의 기능뿐 아니라 더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름에 대답’, ‘부탁, 명령에 동의’, ‘상대의 말 재확인’, ‘조르거나 사정할 때’ 등의 ‘예/네’가 그것이다. 즉 이 두 대답은 기능적 혹은 의미적 등가를 가진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언어 화자들이 같은 의미·기능의 두 요소를 선택하며 사용한다면, 그 선택에 영향을 주는 어떤 변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변인은 언어적 요인이라기보다 비언어적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이 ‘예/네’를 비언어적 요인의 사회언어학적 의미를 언어적 요인과 함께 점검할 수 있는 한국어의 대표적 어휘적 사회언어학적 변수로 파악한다.


주요 변인과 자료

‘예/네’ 표현의 사용은 대화 참여자 간의 관계가 중요한 변인이다. 대화 참여자 간의 연령, 사회적 힘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 둘 사이의 관계가 친밀하지 않을 때 주로 사용된다. 필자는 ‘예/네’ 사용이 어떻게 다른지 탐구하기 위하여, 다양한 연령, 사회적 관계를 가진 여러 화자가 다양한 상황에서 대화한 자료를 분석해야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에 따른 자료는, 1. 영화에서의 대화, 2. TV 토크쇼에서의 대화 <영화 대본의 ‘통제성’ 보완을 위함> 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 토크쇼인지에 대한 정보는 원문 63-64쪽에 실려 있다) 또한 ‘예/네’뿐만 아니라 ‘에/녜’도 ‘예/네’의 하위 변이형으로 가정하고 분석하였다. ‘에/녜’는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 문맥에서 쓰이는 ‘예/네’의 변이형으로 본 것이다.

 


담화기능적 의미

본 연구에서 독립 변수로 본 것은 ‘예/네’의 담화적 의미이다. 화자의 ‘성별’, ‘연령’, ‘방언’, 화자·청자의 ‘연령’(혹은 ‘권력’) 관계이다. 그리고 본 연구에서 구분한 ‘예’와 ‘네’의 담화기능적 의미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다른 사람의 부름이나 걸려 온 전화에 응답할 때 쓰는 표현
2. 대화 상대자의 질문이나 요청에 긍정적으로 응답할 때 쓰는 표현
3. 대화 상대자의 발화 내용을 다시 질의할 때 쓰는 표현
4. 대화 상대자에게 어떤 요구를 한 후 조르거나 사정할 때 쓰는 표현
5. 대화 상대자의 평서적, 감탄적, 의례적 진술에 대한 청자의 인지나 긍정을 나타내는 표현
6. 위의 다섯 기능과는 뚜렷한 관련 없이 (아마도 대화 상대자에 대한 결속적 의미 표시를 주 기능으로) 사용되는 표현

자료별로 위의 여섯 기능은 어떻게 나타날까? 영화자료에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대화가 이루어져서, 위의 여섯 용법이 모두 충분한 빈도로 잘 나타났음이 확인되며, 토크쇼의 경우 제한된 상황에서의 대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각 용법의 사용례가 모두 충분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특히 3, 4의 용법을 극소수).

 

'예'와 '네'의 차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답변. 단순히 높임에 차이가 있느냐로 보면 두 표현은 차이가 없겠으나,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 어떤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지, 그 기능은 얼마나 다양한지와 같은 사회언어학적 견지에서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분석 결과

‘예/네’ 선택에 있어서, 영화자료에서는 화자의 성별, 담화의미, 화자·청자의 연령 관계가 유의마한 변인으로 분석되었다. 토크쇼의 경우 담화의미는 충분한 빈도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제외하고, 화자의 성별, 화자·청자의 연령 관계가 유의미한 변인으로 분석되었다. 최종 분석은 영화, 토크쇼 자료를 통합하여, 자료유형을 새로운 독립변수로 추가하였다. 그에 따라 화자의 성별, 자료유형, 화자·청자의 연령 관계, 담화의미가 종속 변수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예/네’의 차이

자료를 분석하여 필자가 얻어 낸 ‘예/네’의 사용에 대한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여성 화자가 남성 화자보다 ‘네’를 뚜렷이 더 높은 비율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2. 구어 자료에서는 ‘예’는 남성 화자에게 월등히 우세한 변이형이고, 여성의 경우에 ‘네’와 ‘예’가 비슷한 비율로 사용된다.
3. ‘예’와 ‘네’만이 아니라 ‘예’의 비형식적 변이형으로 추정되는 ‘에’로 중요한 변이형으로 대화에서 사용된다.
4. ‘예’와 ‘네’의 사용에는 화자의 성별과 더불어 ‘예’와 ‘네’의 담화적 의미, 화자-청자 연령 관계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5. ‘예’와 ‘네’는 어휘적 사회언어학 변수이기 때문에 개인의 스타일, 취향에 따른 개인어적 변이도 높게 나타난다.
6. 수도권 방언과 비표준 방언은 ‘예’와 ‘네’의 사용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7. 영화 대본에 나타난 ‘예’와 ‘네’의 출현 양태는 영화 대본 작가들이 이들의 변이에 나타나는 성차에 대해 갖고 있는 암묵적 지식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 연구 결과를 통하여 사전에서의 ‘예, 에, 네’ 등의 정의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가진 가장 흔한 기능 중 하나는 대화 상대방의 진술을 잘 듣고 있다는 의미, 즉 청자 반응 신호(back channel cue)로 사용되는 용법이었다. 이러한 담화적 의미는 사전적 의미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또한 ‘에’도, 단순한 ‘예’의 오류 및 방언형이 아니라 ‘예’의 더 편한(casual) 변종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사전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최종원 리뷰어  zwpow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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