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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평등, ‘자산’에도 주목해야 할 때한국의 자산 불평등 다른 전병유의 논문
김종현 리뷰어 | 승인 2018.01.02 19:18
브라질의 수도 리우데자네이루의 빌딩들이 불평등의 상징처럼 나란히 서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한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는 이제 광범위한 합의가 있다. 그러나 흔히 불평등에 관한 논의에서 주목을 받는 변수는 ‘소득’이지, ‘자산 불평등’이 아니다. 그러나 자산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그 정도가 심각하며 어쩌면 경제주체들이 영위하는 삶의 기회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소득’에만 초점을 맞추면 경제적 불평등을 (사회학적 개념으로 치자면) ‘계층’ 개념과 연결시키기는 쉽겠으나 ‘자산’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는 ‘계급’에 대해서도 불완전하게나마 주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자산 불평등을 간략히 살펴보는 작업을 소개하는 일은 유의미할 것이다. 전병유, 「한국의 자산 불평등」, 『월간 복지동향』, 216, 216을 소개하고자 한다.

 

자산의 정의와
조사 현황

자산에 대한 연구는 기존의 개념들만으로는 난점으로는 어렵다. 우선 자신은 주류 경제학의 ‘자본’개념과 일치하지 않는다. OECD의 규정에 따르면, 자산은 “경제적 자원의 소유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 등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광의의 ‘자본’과는 다른 것이다. 또한 자산의 경우, 소득 불평등 연구에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지수인 ‘지니계수’로 연구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니 계수는 ‘양극화’를 나타내기에는 힘들고, 마이너스나 0의 값을 나타내는 경우를 고려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자산은 정규분포 형태가 나타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상위계층이 매우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포가 나타나므로 지니 계수로 그 불평등 정도를 표현하기가 힘들고, 또한 가계 부채 문제 때문에 순자산이 마이너스 혹은 0의 값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또한 ‘평균’값보다는 ‘중위가구’의 순자산을 기준으로 삼아서 조사를 진행하는 편이 나은데, 자산상위계층이 자산을 과소보고하고 표본조사의 경우 자산상위계층이 과소대표될 가능성이 높아 평균값은 적절한 대표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계총자산은 어느 정도일까? 이는 추계방식에 따라 다르다. 거시자료인 국민대차대조표에 기반해서 추계할 경우 7586조원에 달하고, 미시자료인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데이터에 기초할 경우 6137조원이며, 순자산은 각각 6366조원과 5034조원이다. 보시다시피 거시자료 대비 미시자료의 순자산규모가 79퍼센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데이터 출처가 바뀌었을 뿐인데 순자산의 추계치가 너무 크게 변하는 듯하다. 물론 거꾸로 ‘데이터 출처가 바뀌면 당연히 오차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OECD의 17개국 평균 거시자료 대비 미시자료의 순자산 규모 비율은 90퍼센트이다. 한국의 변동이 유독 큰 편이긴 한 것이다. 이런 오차는 금융자산 가치의 과소평가 탓이기도 하지만, 이는 어느 나라에서나 발견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요컨대 한국의 경우 비금융자산, 특히 부동산∙주택 등의 소유자가 자신의 자산에 대해서 과소보고를 하기 때문에 미시자료에서는 순자산규모가 과소 추계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국은 자산 과소보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자산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으며, 또한 무응답 등의 문제 때문에 자산 상위층에 대해 그나마 수집된 데이터도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알아둬야 할 것이다.


한국의
자산 불평등 추이

이처럼 가뜩이나 자산 불평등은 연구하기 어려운 주제인데, 한국의 데이터는 더군다나 왜곡이 많이 돼있다. 게다가 데이터의 축적은 더욱이나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전부터 몇 차례 자산불평등에 대한 연구가 시도된 적은 있었지만 대부분 산발적이었고 불연속적이었다. 국제적인 표준에 걸맞는, 그리고 체계적인 조사가 꾸준히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추진한 「가계금융복지조사」인데, 이것은 불과 2010년대의 일이다(!). 그래도 과거에 이뤄진 KDI, 대우경제연구소, 한국노동연구원, 통계청들의 데이터들을 짜맞추어 우리는 불평등의 추이를 어렴풋이, 그리고 부정확하게나마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당연히, 어느 나라나 그렇듯 순자산/총자산 지니 계수는 (비록 어느 출처에 근거했는지에 따라 절대 수치는 매우 다르지만) 0.5는 기본이거니와 0.6~0.7에 이르는 정도로 매우 높은 수치를 자랑한다. 이는 소득불평등에 비해 자산불평등이 역시나 어마어마하게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이다.

한편 한국은 자산의 비중의 경우, 금융 자산에 비해서 실물 자산의 비중이 제법 높은 편인데 쉽게 말해서 자산 축적을 채권이나 주식 구매를 통해서 한다기보다는 부동산 구매 등을 통해서 한다는 뜻이다. OECD평균 자산 중 실물자산의 비중은 72.2퍼센트인데, 또한 자산대비 부채의 비율은 17.9퍼센트로 OECD의 18개국의 평균인 15.6퍼센트에 비해 약간 높은 편이다. 한국의 자산 불평등에서, 비록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아주 많이 심각하다고는 못하겠지만, 부동산 소유의 유무와 가계부채 문제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 자산불평등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크게 증가하다가, 200년대 중반까지는 그 증가추세가 유지되고, 그 이후 약간 안정화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논문에서 크게 강조되지는 않지만 외환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자산불평등이 결코 완화된 적은 없다는 것은 지적해야겠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 안정화의 속도는 한 차례 느려졌다. 왜 자산 불평등이 한 차례 안정화를 겪은 것일까? 저자는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만,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자산과 주식 등 금융자산의 가격이 이전에 비해 다소 안정화됐음을 지적한다. 그래서 자산가격 상승으로 부를 축적하던 계층과 그로부터 소외된 계층 사이의 격차가 늘어나는 일이 다소 진정됐다는 것이다.

 

자산 불평등에 대한
국제적 비교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한국은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자산 불평등은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에 비해 스웨덴이나 독일 같은 소위 ‘복지국가’는 자산 불평등이 OECD에서 상당히 심한 편에 속하는 편이다. 한편 한국처럼 복지가 취약한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은 자산 불평등이 또한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물론 자산불평등도 높고 소득불평등도 심각한 미국 같은 케이스도 있다. 그런데 얼핏 역설적으로 보이는 이 현상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명확한 설명은 아직 없지만 몇 가지 가설은 제시되고 있다.

첫째로, 국가 복지가 잘 돼있는 나라는 하위층까지 굳이 자산을 축적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한편 국가 복지가 취약한 나라에서는 하위층마저도 최후의 안전망으로서 자산을 쌓아놓으므로 역설적으로 ‘자산’의 불평등은 완화된다는 것이다. 둘째로, 자산 불평등이 심한 국가들은 대체로 금융자산 소유로 인한 불평등이 심각한 케이스들인데, 스페인∙이탈리아∙한국 등은 아직 부동산 등 실물자산 위주로 자산소유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자산소유구조 하에서는 자산불평등의 격차가 드라마틱하게 심화되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통계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한국 등은 앞에서 말한, 통계조사에서의 누락 문제가 극심한 나라들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다른 나라들처럼 실제로는 자산불평등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통계에는 그것이 드러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자산의 구성 면에서 실물자산은 한국이 높은 편이지만 유럽에서는 남북유럽을 가리지 않고 7-80퍼센트대에 달하는 곳이 제법 흔하다. 이는 유럽에서의 자산가격 상승 경향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은 실물자산의 비중이 48.5퍼센트 밖에 되지 않은 특이한 케이스인데 이는 미국의 극심한 자산 불평등이 금융자산 불평등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저자의 설명과 정합적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렇다면 북유럽의 경우는 실물자산 소유비중도 높고 자산불평등도 심각한데 이는 어떻게 보아야 할지 궁금하다.

아무튼 각설하고, 부채에 대한 국제비교 문제로 넘어가보자. 한국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최근 난리이지만, 이는 국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부채 문제가 심각한 남유럽은 의외로 총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낮다. 반면 네덜란드나 노르웨이, 미국은 부채 비율이 높은 편인데, OECD 18개국 평균 부채비율이 15.6퍼센트라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의 부채비율이 18.7퍼센트라는 것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이는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해서 대출이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고 한다. 저자는 노르웨이가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채 증가의 전형적 케이스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를 보면 주택가격의 드라마틱한 상승 국면 자체는 끝났음에도 부채의 규모나 불안정성은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외의 점들도 여전히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또한 특히나 취약 가구에 부채가 집중되고 있는 현상이 최근에 한국에서 관찰되고 있는데, 이는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부채를 지고 있는 가구의 비율이 OECD 평균 51.6퍼센트보다 매우 높은 72.3퍼센트에 달한다는 점 역시 주의해야 한다. 물론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등 다른나라들도 심각하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DTI)가 한국(113.6)보다 이들 나라는 높다. 네덜란드는 거의 200퍼센트에 가깝다. 하지만 한국은 과잉부채 문제가 분명히 심각한 축에 속한다.

 

자산 불평등 연구에서
더 나아가야 할 점들

저자의 연구는 분명 한국의 자산 불평등 현황에 대한 여러 통계적 데이터들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하고, 이를 다른 나라의 데이터와 비교함으로써 그 실태를 확연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한국의 자산 불평등 데이터와 지금까지의 연구에 있어서의 문제점도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다만 너무 ‘리뷰’에 한정된 논문이라는 아쉬운 점은 있다. 이 데이터들을 중점 삼아서 논점을 확장시켰으면 흥미로운 쟁점들을 제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가령, 자산불평등이 자산소득 불평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의 문제는 정말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 문제가 자산 불평등에서 핵심이라면 임대소득이나 시세차익이 소득불평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혹은 부채 문제가 어떻게 소득불평등에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다소 어려운 매개를 거치는 연구이겠으나, 자산의 유형도 좀 더 세분화했으면 좋았겠다. 가령 생산적 자산에 대한 접근권을 갖는 사람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분류하고, 그들의 자산∙소득적 지위를 파악했으면 어떨까? 또한 그런 차이가 교육이나 훈련의 기회 등에의 접근권에 어떤 차이를 야기하는지 등에도 영향을 끼치는지도 연구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다양한 쟁점이 문제제기 가능할 것이다. 또한 불평등에 관한 사회학적 개념들과도 연결시켜보면 더 풍부한 연구가 가능하지 않았을까도 싶다.

다만 자산 불평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연구 자체가 적은 의미에서 이런 논문은 상당한 의미가 있고 영감을 주는 글이다.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가치가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임병인, 「자산빈곤율 추정의 쟁점과 자산빈곤율 시산」, 『보건복지포럼』 184, 2012

이정우∙이성림, 「한국 가계자산 불평등의 최근 추이」, 『노동정책연구』 1, 2001

김종현 리뷰어  mrkim_sa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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