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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가정’이 여성의 전유물이었나?일상 지식 백과사전 《가정보감》의 재해석
문지호 리뷰어 | 승인 2018.01.02 19:12

 

《가정보감》은 “식민지 시기 대중용으로 출판되고 소장된 한글 가정백과사전”으로 191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여러 출판사에서 꾸준히 발간되었던 서적이다. 하정옥은 「일상의 변동, 그리고 전/근대-식민/제국의 지식생산과 성별분업: 식민지기 〈언문 가정보감〉의 출판과 확산 」 (『페미니즘 연구』 17호, 2017년 4월)에서 《가정보감》의 성격을 재정의하고, 《가정보감》의 분석을 통해 ‘가정’의 복합적인 의미와 이 의미가 시기를 거쳐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가정보감》은 여성이 아닌 남성을 주요 대상으로 일상 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망라한 백과사전형 출판물이다.

 

《가정보감》 표지: "책 제목의 위에 “일상생치(日常生治) 백과 사전(百科辭典)”이라고 이 책의 효용을 집약"하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30-31쪽)
 

《가정보감》의 주요 독자층:
가정에서의 여성의 역할 변화

《가정보감》은 ‘표준화된 지식’의 실용 사전이었다. 여기에 포함되는 내용은 “한글과 셈법 학습, “척독”이라 불린 서간문의 각종 형식, 관혼상제로 대표되는 의례 절차, 사주나 토정비결 등의술수, 그리고 술수의 내용과 혼재된 응급처치 등”이다. 

필자는 이전의 연구들이 《가정보감》을 여성이 주 독자층인 ‘여성용 백과사전’으로 분석함으로써 ‘가정’을 여성만의 영역으로 한정했던 오류를 지적하며, 오히려 당시 ‘가정’은 남성을 포함한 대중을 포괄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가정보감》에서 지칭하는 ‘가정’은 ‘일상’과 비슷한 의미로 ‘가정’을 관리하는 주요 행위자가 남성이었던 조선시대의 맥락을 토대로 오늘날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이분법화된 시각에서 벗어나 《가정보감》을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필자는 《가정보감》에서 담고 있는 내용이 “‘가정의 운영(家政)’에 필요한 내용이라기보다는 개인이 일상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라는 점에서도 여성을 주독자층으로 설정한 《가정학 교과서》와는 다르게 남성 가장을 주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식민시 시기는 ‘가정’ 공간의 의미가 조선시대와 비교해 많은 변화를 겪는 과도기적 성격을 가진 시기로, 가정에서 남성들의 주된 의무는 친족을 관리하는 역할인 반면 여성들의 역할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어머니의 역할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필자에 따르면 여성에게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하는 부분은 조선시대와 다를바 없으나 이 역활이 여성이 가정에서 해야 했던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남성 가장의 배타적 영역이었던 ‘교육’의 역할이 주어진다”는 점은 성별분업의 주요한 변화 중 하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범적 어머니상은 ‘근대 과학에 기반한 전문적 지식을 익’히는 사람으로 묘사되었고, 그렇지 않은 ‘무지한 어머니’는 나쁜 어머니상의 대표가 되었다.   

 

《가정보감》의 출처:
현대판 《만보전서》의 상업화

저자는 《가정보감》이 실용적 목적의 대중적 지식을 망라한 백과사전, 즉 ‘일용유서’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정보감》에 담긴 내용들은 중국에 있는 문헌들을 참조하면서도 조선의 실정에 맞게 재편집한 ‘일용유서’와 상당 부분 비슷하고, ‘가정’이라는 명칭은 조선시대에 ‘산림’ 또는 ‘임원’으로 지칭된 ‘일상’의 의미가 식민지 시기에 와서 변한 결과이다. 저자는 ‘《가정보감》에는 제사 사차림이나 지방 쓰는 법에 대해서는 나오지만 음식을 어떻게 조리하는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으며, 관혼상제 각 의례에 어떤 옷을 입어야 되는가에 대해서는 나오지만 그 옷을 짓는 방법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즉, 《가정보감》은 일상에 필요한 지식을 총망라한 서적이라는 점에서 여성이 주독자층이라는 이전의 설명은 재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가정보감》은 20세기 전반 유행했던 딱지본 소설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는데, “일반 대중들에 의해 주도된 수요 중심의 출판물”인 《가정보감》의 원저자는 불분명하며 때로는 출판사들끼리 협력하여  출판하였고, 철저하게 상업적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수록된 내용 역시 도덕적 교훈이나 가치에 중심을 둔 게 아닌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실용적 지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편지쓰기 양식이나 제사 의례 절차, 응급처방에 대한 지식 등이 그 주요 내용으로, 저자는 《가정보감》이 일상 지식을 대중화하였을 뿐 아니라 표준화했다는 점에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 내용을 보면, 오늘날과 같은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 성별분업의 공간으로서의 ‘가정’에서의 일을 다루고 있다기보다는, 그야말로 일상의 필수 지식을 다루고 있다. 손닿는 가까운 곳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펼쳐보는 매우 실용적인 기능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마치 오늘날 우리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21쪽)

저자는 《가정보감》의 내용을 그 내용의 출처로 추정할 수 있는 조선 후기의 《만보전서언해》와 《증보만보》, 그리고 이 두 책의 저본인 명·청대의 《만보전서》와 비교하며 구성과 내용이 상당 부분 유사한 점이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주요 강조점과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차이점이 있었는데 저자에 따르면 “《만보전서》는 유서의 기본 편제인 천(天)-지(地)-인(人)-사/물(事/物)을 따르면서도 매우 대중적으로 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가정보감》은 그 중에서도 “사/물”(위의 구성에서는 “사회생활”과 “물질생활”)에 집중하고” 있었다. (28쪽)

 

과학과 미신의 공존:
향후 연구 제안

흥미로운 점은, 근대 과학화(위생화)를 지향했던 《가정보감》에 ‘근대과학’이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삼고 있는 미신으로 알려진 술수에 대한 내용이 중요하게 다루어진 사실은 모순적이다. 예를 들어, 《가정보감》은 제국의 상징적 과학기술인 철도 이용 정보를 소개하는 한편, 길일을 택하고 태아의 성별을 판별하는 술수와 관련된 내용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였다. 

“식민지 조선에서 대중적 필요에 의한 지식 생산이 전근대와 근대, 전통과 현대, 그리고 식민지와 제국의 경계를 이리저리 넘나들며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6-7쪽)

이러한 맥락에서, 논문의 저자는 마지막으로 ‘술수’에 대한 보다 진지한 연구가 학문적으로 진행되어야만 《가정보감》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 제안한다. 

 

《가정보감》 표지: "책 제목의 위에 “일상생치(日常生治) 백과 사전(百科辭典)”이라고 이 책의 효용을 집약"하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30-31쪽)
 

문지호 리뷰어  lunatea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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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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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syi 2018-01-04 09:40:53

    안녕하세요,
    리뷰어께서 어떤 논문/책을 리뷰 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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