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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산업화’는 저생산성의 원인이 아니다서비스산업의 '전후방연관효과'를 실증하다
김종현 리뷰어 | 승인 2017.12.27 08:16

종종 ‘탈산업화’, 즉 전체 산업구조에서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제조업의 쇠퇴’와 같은 말과 엮어가면서 경제가 모종의 위기 상태로 빠져가는 징조라는 주장을 전개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경제의 서비스화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통념에서뿐 아니라 경제학계에서조차도 그다지 낯설지 않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은 바로 그런 사고를 정식화한 바 있는데, 그래서 이러한 인과관계 구조를 ‘보몰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서비스 산업이 현대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그에 반해 생산성의 일반적 저하는 일어나고 있지 않다.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자본주의가 어느 정도 성숙했다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생산성이 여전히 성장하는 나라는 분명히 많다. 이것을 어찌 봐야 할까? 김수은∙황윤섭「서비스 산업의 성장과 생산성: OECD 13국을 대상으로」 『통상정보연구』 14(2), 2012에서 OECD 13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에 대한 실증적 검토를 수행하고 있다.

마침 최근 한국에서도 저임금-저생산성-서비스직 노동에 관한 담론이 활발한데, 경제학적 문제부터 이와 연관된 여러 사회학적 현상에 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한 공론에 참여하는 뎅 독자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이 리뷰가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보몰의
역설

윌리엄 보몰은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향상 속도가 제조업에 비해 일반적으로 낮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국민경제에서 높아지면 경제 전체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게 그의 추론 결과였다. 게다가 자원은 생산성 상승 속도가 느린 산업으로 몰릴 것인데 이는 총생산성 변화율을 더욱 낮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의 서비스 산업 비중은 계속 높아져왔고 70~80퍼센트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들 선진국에서의 전체적인 생산성 증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패러독스가 바로 보몰의 역설이다. 이에 대해 Oulton은 대안적 설명을 내놓았다. 서비스 산업 자체의 생산성 향상은 미미할지라도, 서비스 산업을 중간재로 소비하는 산업들에서 생산성 향상이 유발된다면 경제에 있어서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한 산업 그 자체의 생산성 향상을 볼 것이 아니라, 그 산업의 생산성 향상이 다른 연관 산업의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전후방연관효과)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서비스산업의 산출물이 단지 최종재가 아니라, 다른 산업에의 ‘중간재’로서 활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잖은 논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오히려 서비스산업 육성은 신성장동력으로서 주목할 가치가 있으며 경제 선진화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는 목소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이런 목소리는 늘어나고 있다. 이번 리뷰 대상이 되는 논문에서는 서비스업 발전이 생산성의 전반적 발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추적할 뿐 아니라, 지식 서비스와 일반 서비스를 구분하여 이를 분석하기도 한다. 특히 저자들은 지식 서비스는 그 자체로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해당 산업의 생산물인 ‘지식’상품은 다른 산업에 아주 중효한 중간재로서 국민경제 성장의 촉매라는 점에 주목한다.

 

경제의 서비스화,
그리고 그에 대한 연구들

우리 나라도 전체 취업자 중 68.5퍼센트가 서비스업 종사자이며, GDP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60.7퍼센트에 달한다. 이는 약 20년 정도 이전과도 비교해도 폭발적인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 모두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발맞추어 서비스 산업 관련 국내 연구들은 서서히 늘어나고 있어왔지만, 대부분은 서비스 산업의 혁신 방안이나 그 산업 부문 자체에 대한 것일 뿐 보다 거시적인 효과나 다른 산업들에 끼치는 영향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분석이 축적되지 않았다. 특히 아주 중요한, ‘연관효과’에 대한 분석은 아직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시점이다. 게다가 해외에서 이뤄진 Oulton의 선구적 연구도 핵심적으로는 이론적 작업이지, 실증적 작업은 더욱이나 부족한 시점이다.

(참고로 그 동안 국민경제 생산성 결정 요인에 대한 실증연구들은 서비스업이라는 쟁점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진 않은 반면, 다른 지점들에 대한 연구들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를 축적해왔다. R&D 활동이나 인적 자본의 축적, 혹은 국제무역으로 인한 선진기술 확산으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되는 효과 등이 대표적이다. 이 요소들 모두 생산성에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인과관계가 얼마나 확정적인 것인지, 실증 연구가 얼마나 제대로 된 것인지, 역효과 등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다들 논쟁 지점은 있다.)

아무튼 중간재 서비스 산업의 성장이 경제성장∙생산성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경로에 대한 기존 연구들을 검토해보자. 첫째, 많은 기업들은 기업 내에서 조달하던 서비스를 외주해서 자신들 고유의 업무에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고 생산성을 높이기도 한다. 둘째, 그에 따라 서비스 업무를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기업이 출현하게 되고, 이는 해당 서비스 부문에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게 해서 생산성이 제고되게 한다. 예컨대 과거 제조업체 내부에서 회계 담당 직원을 고용했다가 이제는 회계전문업체와 계약을 맺었다고 생각해보라. 셋째, 전문화된 서비스업 수요 증가가 단지 수요의 증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부문에의 기업 진입 증가로 이어질 경우까지 상정해보자. 해당 부문의 경쟁압력이 높아져 생산성이 높아진다. 심지어는 다국적 기업의 국내진출도 이에 기여한다. 게다가 ‘서비스 산업’이라고 이질적인 여러 산업들을 한데 묶어서 사고하는 것부터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ICT의 발달로 결코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기본적으로 뒤진다고 할 수 없는 부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과거 공단지구였던 곳이 현재에는 사무실들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 출처:Wikipedia

생산성 증가에 대한
계량적 모형

이 리뷰의 대상은 실증적 논문이기 때문에 아래 몇 문단은 측정 방법과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에 관한 아주 간략한 소개만을 담고 있다. 계량경제학∙통계학에 크게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이에 대해 생략해도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본 리뷰는 논문에 대한 ‘요약적’ 소개를 목표로 하므로 굳이 계량경제학 모형을 지면에 옮겨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독자들이 흥미를 느낀다면 논문을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다만 간단히 소개하자면, 흔히 생산성을 실증적으로 검토하는 계량경제 모형이 그러하듯, 솔로우 모형을 바탕으로 실증이 진행된다. 전체경제성장에서 노동생산성, 자본생산성, 각종 비용 등을 제하고도 남는 부분(‘잔차’)은 총요소생산성(‘솔로우 잔차’라고도 부름), 온갖 생산요소들과 관련된 ‘기술진보’의 효과로 볼 수 있지 않냐는 것이 솔로우의 제안이었다. (여기에서는 솔로우 잔차를 총요소생산성이라고 규정하지는 않고, ‘다요소생산성’이라고 규정한다.)

계량적 모형을 소개한 이후, 저자는 데이터들을 실증적 추정에 적합하게 ‘가공’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는데, 이 역시 자세히 설명할 것은 없을 듯 하다. 다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통계자료가 왜곡되는 것 등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를 약간 가공하는 과정이 가미된 것뿐 크게 심오한 것은 없다. 이외에도 저자들은 접근 가능한 데이터들의 장단점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리고 저자는 더 나아가, 다요소생산성은 (국민경제에서의 중간재서비스의 비중+기술집약제조업의 중간투입 비중+무역액 비중+R&D투입 비중)의 가중치합으로 규정된다고 모형을 구성한다. 중간재서비스의 비중은 더 세분화하면 일반서비스와 지식서비스의 비중으로 나누어서 모형화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 외에도 관측 불가능한 효과들 역시 모형에 간략히 포함된다.

이와 같은 다요소생산성 모형을 사용하는 경우, 단지 투입요소들 자체의 생산성 효과뿐 아니라 이들의 결합 효과(Joint Effect)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의 성장이 그 산업 자체의 생산성에 갖는 함의 뿐 아니라 다른 산업과의 연관 속에서 갖는 함의를 고려하는 이 연구에서는 아주 큰 장점을 갖는다.

 

서비스 산업 성장과
생산성 증가의 현실

저자들은 이상의 모형을 바탕으로 실증연구를 수행한다. 일본, 한국, 영국, 미국 등이 꾸준한 다요소생산성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은 특히나 이 수치가 높다(1995년부터 2009년까지, 적어도 14년에 걸쳐서는 그랬다). 이는 한국 경제의 높은 서비스화 속도와 비례하는 것이기도 하다. 성장률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는 주요 OECD 국가들은 생산성 증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는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저자들은 본격적으로 본 연구의 핵심 주제인 서비스업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R&D는 다요소생산성에 영향을 주지만, 개방도는 생산성에 준다는 실증적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서비스 비중의 변화의 경우 상당히 유의한 영향력이 있으며 특히 중간재로 투입되는 서비스의 비중이 1퍼센트 증가할 때 다요소생산성은 3.4퍼센트 증가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저자가 활용한 데이터의 출처이기도 한 OECD의 기준에 따르면, 지식 서비스는 통신, 금융보험, 부동산, 광고, 사업서비스, 방송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어서 ‘일반 서비스’의 중간 투입 비중 변화는 다요소생산성의 변화율에 영향이 없다는 분석도 여기에서 제시된다. 서비스 산업의 산출물이 중간재로 투입된다면 전방통합효과에 의해 생산성 증가가 유발된다는 Oulton의 주장은 지식 서비스를 제외한 일반 서비스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요컨대 서비스 산업 전체는 몰라도, 적어도 지식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중간재로 투입되는 경우를 고려했을 때 ‘보몰의 역설’(보몰 효과의 반대)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은 실증적으로 입증 가능하다. 더 나아가 경제성장 정책으로 (고부가가치인) 지식산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결론 역시 도출된다. 다만 저자들은 자신의 연구에서 인적자본과 자료의 한계 문제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마지막으로 국민경제뿐 아니라 후생과 노동에 미칠 영향 역시 고려하는 연구가 필요함을 언급하며 글을 마친다.

저자들 말마따나 사실 서비스 산업이 노동과 분배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찰이 필요하다. 지식 서비스업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물론 그들이 과로와 극심한 야근∙노동강도∙각종 근로기준법의 위반∙고용 불안정에 시달린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소득분배의 관점에서는 노동자들 중에서 상층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상에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그들이 더 많은 몫을 요구한다면 그 정당성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고 충분히 지지 받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보다도, ‘서비스업의 생산성으로 저생산성 일자리가 늘어나서 저임금 일자리의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한 검토가 요원하지 않나 싶다. 이번 실증 연구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론적으로 서비스 산업의 확장이 생산성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경로 중 하나인 ‘규모의 경제’ 효과의 경우 ‘일반 서비스업’의 확장에서도 발생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직관적으로는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일반 서비스업’의 비중 증가도 ‘기존의 고생산성-고임금 일자리를 대신’하는 저질 일자리의 양산으로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일이라고 볼 필요가 있을지 싶은 것이다. 생산성 증가가 해당 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증가로 이어져야 마땅하니 말이다. 아마 일반 서비스업 내에서도 기업 규모의 문제, 서비스업 내의 분야 문제, 국가 별 차이의 문제, 시기의 문제 등을 잘 구분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나 싶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하봉찬, 「중간재 투입과 생산성」, 『산업경제연구』 30(4), 2017.

김종현 리뷰어  mrkim_sa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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