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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헌법을 다시 생각한다1977년 소련 헌법과 1993년 러시아연방 헌법의 시좌들
정강산 | 승인 2017.11.29 14:25

“노동자, 농민, 지식인의 견고한 연합은 소련 사회의 근간을 이룬다. 국가는 사회의 동질화 강화, 계급차이, 도시와 농촌의 차이, 정신노동과 신체노동의 본질적 차이의 소멸, 그리고 소련 내 모든 지역의 전반적인 발전과 관계회복을 도모한다.” 1977년 소비에트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헌법 제 3절 제 19조의 구절이다. 여기서 헌법 조문은 “계급차이”와 “정신노동과 신체노동의 차이”를 지양하는 것이 소련의 목표였음을 천명한다. 이는 놀랍게도 일국의 비전 중 하나가 경제적 불평등의 조건을 일소하고 노동의 분할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계급적 규정인자를 결정적인 것으로 셈하는 이러한 인식은 여느 국가들의 헌법과도 상이할 뿐 아니라 국민국가의 출현 이후 이례적인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새삼스러운 것이지 않을 수 없다. 2절 11조 역시 “국유제는 모든 소비에트 인민의 공동유산으로서 사회주의적 소유의 근간을 이룬다. 국가만이 토지자원, 광물자원, 수자원, 그리고 삼림자원을 배타적으로 소유한다. 국가는 기초적 산업생산수단, 건설, 농업, 교통과 통신수단, 은행, 상업적, 자치적, 그 외 공기업의 재산, 기초적 지방주택기금, 그 외 국가기능실현을 위해 필요한 재산을 소유한다”라며, 국가 소유의 원칙을 밝히고 있는데, 이것은 특히 1993년의 러시아 헌법에서 부동산의 사적 소유와 자유로운 매입이 허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인들이 변화된 질서에 오래도록 적응하지 못했던 상황을 설명해주는 조항이라는 점에서 이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시차를 짐작하게 해준다. 한편 헌법 전문에선 여전히 미래에 대한 낙관과 사회주의의 승리 가능성을 밝게 전망하는 구절을 확인할 수 있다. “레닌을 선두로 하는 공산당의 지도하에서 러시아의 노동자와 농민이 수행한 위대한 10월 사회주의 혁명은 자본가와 지주들의 권력을 타도하고 억압의 사슬을 끊어 혁명의 산물을 수호하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건설하는 기본적인 수단인 소비에트 국가라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를 창건하였다.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 향한 인류의 전 세계적인 역사적 전환점이 시작되었다.” 국가의 근간이 되는 기본 원리와 지향이자 최상위의 법으로서의 헌법은 국가 자체의 정신이라 할 만한 내용과 특징을 담지하고 있기에, 헌법의 중요성은 국가의 이념이 재현되는 장소로서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자본주의체제 하에서 변혁주체들의 정치적 상상력이 점차 퇴행해가는 오늘날,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소련의 헌법 조문을 살펴보는 일은 의미가 각별할 것 같다. 과연 러시아 혁명에 이어 출현한 세계최초의 사회주의 국가(국제법상 연방국가는 국가 연합과는 달리 하나의 국가 단위로 셈해지곤 한다)였던 소련의 법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었을까?

임기영, 󰡔러시아의 체제전환에 따른 헌법의 변화󰡕(󰡔헌법재판소_헌법재판연구원󰡕, 2015)는 ‘브레즈네프 헌법’이라 불리우는 󰡔1977년 소련 헌법󰡕과 소련의 몰락 이후 독립 국가가 된 러시아의 󰡔1993년 러시아 연방 헌법󰡕의 조문을 대조하며 양자의 차이를 검토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있다: 연구의 의의와 구성을 설명하는 1장, 러시아 체제전환의 특징과 헌법사를 검토하는 2장, 헌법체제에 관한 구체적인 헌법의 변화양상을 대조하는 3장, 기본권의 영역에서 헌법 변화를 개관하는 4장, 통치구조에 관한 헌법 변화를 살펴보는 5장, 연방제와 기타 사항들에 관한 헌법 변화를 확인하는 6장, 결론 7장. 이 중에서 본 리뷰가 다룰 범위는 1,2,3 장으로, 이는 1977년 소련 헌법이 부록으로 실려 있는 7장을 제외하더라도 그 분량이 100쪽에 달하기 때문이다.


 

레닌 헌법, 스탈린 헌법, 브레즈네프 헌법

 

저자는 기존의 연구가 사상적이고 현상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를 다루었다면 본인의 연구는 헌법 조문 자체를 중심으로 체제의 전환의 계기와 반영을 살펴보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고, 본격적인 검토대상이 될 헌법체제를 한정한다. 그에 따르면 구소련의 헌법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되는데, 󰡔1918년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RSFSR)헌법󰡕, 이것이 개정된 󰡔1924년 소련헌법󰡕, 스탈린 헌법이라 불리는 󰡔1936년 소련헌법󰡕, 브레즈네프 헌법이라 불리는 󰡔1977년 소련헌법󰡕이 그들이다. 이 중에서 저자가 대상으로 설정하는 헌법은 󰡔1977년 헌법󰡕인데, 본래 러시아는 소련 하위의 연방국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소련의 몰락에 따른 체제 전환 이후 독립적으로 된 󰡔1993년 러시아 연방 헌법󰡕과 비교하기에 단위의 위상이 상이 상이하다고 여길 수 있으나, 사실 󰡔1978년 러시아 소비에트연방 사회주의공화국 헌법󰡕은 󰡔1977년 소련 헌법󰡕의 미미한 수정을 거쳐 구성된 것이므로, 단위가 다소 다르더라도 원본이 되는 󰡔1977년 소련 헌법󰡕과 󰡔1993년 러시아 연방 헌법󰡕을 비교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밝힌다. 이어 그는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의 체제전환 유형을 구분하고, 그 속에서 러시아가 속한 유형을 언급한다. 김근식 등의 선행연구를 인용하며 저자가 제시하는 체제 전환의 유형은 “1. 정치 체제의 전환과 경제체제의 전환을 동시에 추진한 ‘민주적 시장경제 체제 전환국’(소련, 동유럽 등), 2, 경제체제의 전환만을 진행하고 정치체제는 본질적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한 ‘사회주의 시장 경제체제 전환국’(중국, 베트남 등), 3, 극히 미세한 변화만을 감지할 수 있는 ‘체제전환 지연국’(북한, 쿠바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p,4) 이 중 변화의 낙차가 커 주목할 필요가 있는 유형은 ‘민주적 시장경제체제 전환국’인데, 이 유형은 다시 다음과 같이 구분될 수 있다: 1. 지배세력 내 분열에 의한 정치체제의 전환(러시아), 2. 타협을 통한 정체체제의 전환(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 3. 민중봉기를 통한 정치체제의 전환(루마니아, 알바니아, 불가리아 등). 이 속에서 저자는 1980년대 이후 러시아의 체제전환을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전환이 동시에 이루어진 민주적 시장경제체제전환”이라 규정한다. 다시 말해 러시아의 전환은 “집권층이 새로운 상황 속에서 공산주의의 병폐를 개선하여 자신들의 세력을 보존하고자 개혁을 진행하였지만 그 과정 속에서 결국 기존의 지배세력의 내부분열이 일어나고 기존 체제가 와해되며 체제전환이 이루어진 경우”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조건에 조응하는 헌법의 3단계

 

이후 저자는 1864년 안렉산드르 2세의 사법적 개혁조치 다음에 그 기본이 확립된 러시아의 법제도를 검토하며, 이것이 1905년의 10월 총파업의 효과로 채택된 ‘1906년 러시아 기본법’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 기본법은 황제가 의회(두마)와 권력을 나누는데 동의한 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여전히 황제의 권한이 막강한 전제정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던 측면이 있다. 허나 이 법체제는 1917년 2월 혁명에 이은 10월 볼셰비키 혁명으로 무너지게 되며, 이어 1922년 12월 30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백러시아), 카자프카지예(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3공화국의 연합 공화국)와 연방을 결성하여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USSR)이 수립되게 된다. 그는 소비에트 헌법이 마르크스-레닌주의에 기반하며, 사유제도와 시장경제원칙에 따라 발전되어온 경험적 산물인 자본주의 법과 달리 당의 영도 하에 생산수단을 공유하고 계획경제를 실행한다는 점에서 사변적, 이론적 산물이라 주장하는데, 이는 공산주의 사회에선 국가와 법이 와해될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비전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행기의 프롤레타리아국가가 필수적이라 생각한 레닌의 견해를 고려하면 쉬이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주의 헌법은 실질적으로 당헌에 종속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었고, 입법-사법-행정으로 구분되는 근대적 권력분립 대신 통합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민주적 중앙집중제’에 토대를 두고 있었다. 한편 소련의 유토피아적 기획에 조응하는 독특한 단계론적 헌법은 특히 주목할 만한데, 이는 과도기 헌법이라 불리우며 자본가계급과 반동세력을 제외한 계층 간의 인민연합 독재를 골자로 하는 ‘인민민주주의 헌법’, 노동자 계급이 국가 권력을 온전히 전유하여 사회주의 국가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이를 유지, 강화하기 위한 ‘사회주의 헌법’,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극복하고 성숙한 사회주의에 도달한 상황의 ‘발전된 사회주의 헌법’으로 나뉜다. 여기서 1918년, 1924년의 레닌 헌법은 인민민주주의 헌법, 1936년의 스탈린 헌법은 사회주의 헌법, 1977년의 브레즈네프 헌법은 발전된 사회주의 헌법에 속하는 것으로 제시되며, 우선 󰡔1924년 소련 헌법󰡕은 기본권에 관한 규정이 없고, 공산주의 국가들의 연방 결성을 명확히 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반면 󰡔1936년 소련 헌법󰡕은 기본권에 관한 규정이 첨가되고, 여러 공산권 국가들의 참조점이 될 만큼 구성적으로 완성된 모습을 띠며, 과거의 계급들이 일소되었다는 점을 명시하면서도 일국 사회주의로의 전환이 반영되어 이른바 ‘부르주아 헌법’과 다소 가까워졌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1977년 소련 헌법󰡕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에트 연방을 ‘발전된 사회주의 사회’로 호명하고, 그것이 ‘전인민국가(state of the whole people)’임을 명시하며, ‘모든 권력이 노동자, 농민에게 속한다’는 스탈린 헌법의 규정 대신 ‘소련의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 속한다’는 조항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헌법과 구별된다.


 

소비에트 연방 단위의 전환과

러시아 연방 단위의 체제전환

 

이어 저자는 소련 말기에 이르면 소련(USSR)과 러시아 공화국(RSFSR) 사이의 노선이 점차 갈린다는 점을 지적하며, 체제 전환이 양자 각각의 범위에서 전개된 양상을 검토한다. 그에 따르면 계획경제와 통제에 따른 경제의 침체, 반대의 불가에 따른 정치의 고착화를 배경으로 터져 나온 사회적 동요들에 맞서, 고르바초프는 1985년부터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라는 대대적인 개혁 정책을 실행하게 된다. “페레스트로이카는 재건, 재편, 구조조정을 가리키는 러시아어로 이 정책에는 공개, 개방정책(글라스노스트glasnost)과 정치의 민주화정책(데모크라치자치야demokratizatsiya), 동서냉전의 완화를 가져온 신외교정책, 시장화에 의한 경제개혁정책을 아우른다”(Robert Ahdieh, Russia's Constitutional Revolution - Legal Consciousness and the Transition to Democracy, 1985-1996, Penn State University Press, 1997, p.18._ 본문 p. 11에서 재인용) 이어 고르바초프는 자유선거, 법관의 독립성 보장과 사법부의 개혁, 헌법 감독위원회의 설립과 위헌심사, 대통령직의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1988년의 헌법개정을 추진하는데, 이는 경제개혁에 반대하는 보수반대파 공산주의자들을 견제하고 대중들이 가진 입헌주의에 대한 갈구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 개혁이 열어젖힐 효과에 대해서도 우려한 고르바초프는 여러 방법으로 나름의 제한선을 설정하였으나, 이미 그의 손을 벗어난 페레스트로이카는 자유민주파의 괄목할 성장을 야기했고, 결국 공산당 내부의 분열이 심화됨에 따라 그는 헌법에서 일탈한 비상대권을 행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방구성공화국들에게 보다 많은 권력을 인계하는 신연방협정이 고르바초프에 의해 승인될 것을 우려한 공산당 보수파는, 소련의 존립에 위협을 느끼고 서명예정일이던 1991년 8월 20일 하루전날 쿠데타를 일으켜 ‘비상사태위원회(Committee on the State of Emergency)’를 설립하여 고르바초프를 구금하지만, 보리스 옐친의 항의 데모에 이은 개혁파의 저항 앞에서 실패하고 만다. 이어 고르바초프는 당서기장을 사임하고 소련 인민대의원대회(CPD)와 최고소비에트 상임간부회는 스스로 해산되었으며, 연방구성공화국들은 스스로를 독립국으로 재편해간다. 고르바초프가 옐친에게 핵무기 통제권을 인계하면서, 소련의 해체는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이뤄지게 된다.

 

한편 1978년 러시아헌법의 제정 이후 1980년대 개혁국면부터, 새로이 제정된 1993년 러시아연방 헌법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차원의 헌법은 여러 개정을 거친다. 1990년 6월 1차 인민대의원대회에서 만들어진 ‘헌법위원회’는 1992년 4월 6차 인민대의원대회까지 헌법초안을 3차례 발표하였으나, 헌법위원회가 의회에 의해 주도된 것을 염려한 옐친은 1993년 1월 헌법위원회를 해산하고 보다 친 옐친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헌법협의회’를 만들어 헌법작성을 계속 진행하게 하여 결국 1993년 7월 헌법초안을 통과시킨다. 옐친은 “헌법협의회의 결의로 헌법을 채택하기에는 정당성이 부족했고, 의회인 인민대의원대회의 의결을 거치기에는 의회와 옐친의 관계가 대립적이었으며, 국민투표에 의하기에는 부담이”(p.15) 크다고 셈했으나 의회와의 대립이 극심해짐에 따라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뒤 기존의 헌법질서를 완전히 새로 쓸 것을 골자로 하는 ‘러시아 연방의 점진적 헌법개혁에 관한 대통령령 제 1400호’를 발령한다. 이를 위헌적 조치로 간주한 헌재와 의회의 반발에 따른 의회파와 대통령 측의 무장대립으로 치닫다 결국 옐친의 승리로 돌아가고,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항목을 첨가하여 최종초안을 수정하고 확정한다. 1993년 12월 12일 국민투표를 통해 채택된 이 러시아 연방헌법은 그 투표 과정에서의 유효과반수의 임의적 해석, 계표 조작설, 헌법초안에 대한 토론의 회피, 대통령령 1400호의 위헌성 등을 고려할 때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 정론이나, 저자는 이들을 고려하더라도 당시 채택된 러시아 연방 헌법은 오늘날 러시아의 현행헌법으로서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중이라고 말한다.


 

사회주의적 민주주의 vs 법치주의 민주공화국

사회주의적 소유 vs 사적 소유

 

이어 저자는 1977년 소련 헌법과 1993년 러시아연방 헌법 양자의 전문 구성을 개괄한 뒤, 체제 전환의 전후 차이를 드러내는 헌법 대목들을 대조한다. 이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대조점을 설정할 수 있다:

 

<정치체제의 기초>_ 1.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법치주의 민주공화국, 2. 민주주의적 중앙집권제원칙-권력분립의 원칙, 3.단일정당제도(공산당의 영도적 지위)-복수정당제도(이데올로기의 자유)

<경제체제의 기초>_ 1. 사회주의적 소유-사적소유, 2. 국가계획경제-시장경제

<사회문화의 기초>_ 노동 중심의 규정들-자유와 다양성 중심의 규정들

<대외정책 및 국제법체제의 기초>_ 사회주의적 비전의 관철을 1원칙으로 한 국제법에 대한 접근-국제관습법을 비롯한 국제법을 국내법의 우위에 둔 접근

<국가의 주체와 헌법의 효력>_ 단계적 발전에 따른 헌법의 단계적 변화와 개정-헌법의 최고법성과 직접효 규정에 따른 임의적 변용 불가

 

이 중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민주공화국 사이의 차이인데, 요컨대 “소비에트 사회의 정체제도발전의 기본적 방향은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으로서, “시민이 국가 및 사회업무의 행정에 참여하는 것을 강화하고, 국가와 사회존속의 법적 기반을 강화하며, 언론을 확대하고, 여론에 대해 지속적으로 숙고하는 것(제9조)”이었으나, 체제 전환 이후 러시아연방헌법은 “러시아가 ‘공화국 통치형태를 가진 민주 연방 법치국가(제1조)’”임을 선언하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최고선으로 규정하며, 스스로를 ‘사회적 국가’라고 지목함으로써 ‘사회적 연대’로 표상되는 뒤르켐식 사회모델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이한 지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로부터 러시아가 서구형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편입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모든 상하의 국가권력기관은 선거로 선출되며, 인민에게 보고의무를 지고, 상급기관의 결정은 하급기관에게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는 명시 하에 민주주의적 중앙집권제에 기반하고 있던 소련 헌법에서의 통치원칙은, 국가 권력의 행사가 입법, 행정, 사법권의 분립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적시한 러시아 연방헌법과 비교하여 큰 낙차를 보여준다. 권력분립을 부르주아적 허구라 간주한 소련은 오히려 국가권력의 통합적 행사를 실현하고자 했던 반면, 체제 전환 이후의 러시아연방은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나 이른바 부르주아적 통치구조에서 질서를 재편한 것이다(이러한 권력 분립의 테제는 소련 붕괴 이전, 이미 러시아 연방의 1990년 6월 국가주권선언을 통해 명문화 된 바 있다). 또한 󰡔1993년 러시아연방 헌법󰡕은 중앙과 개별 연방주체들 간의 권력배분을 조정함으로써 지방 자치의 여건을 마련해놓았는데, 이는 통합적 국가권력이 소련의 전 지역으로 하달되는 경우와는 구별되는 것이다. 한편 고르바초프의 1990년 3월 헌법개정은 소련의 국가적 정책 결정에 관해 “소련공산당”과 “다른 여러 정당, 노동집단, 청년조직 기타 사회조직 및 대중운동조직”이 동일한 위상을 갖는 것으로 허용함으로써 공산당의 영도적 지위로 대표되는 단일정당제도를 폐지하였고, 동해 10월 제정된 관련 법안으로 복수정당제가 완전히 보장되게 된다. 1993년 헌법 또한 이 연장에 있는데, 이는 1977년의 소련 헌법이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근거한 공산당을 유일한 정당으로 설정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경제 부문에서 괄목할 변화는 사회주의적 소유와 사적소유의 대립인데, 단적으로 1977년 소련 헌법 2절 11조는 토지자원, 광물자원, 수자원, 삼림자원 등의 천연자원들과 산업생산수단, 건설, 농업, 교통과 통신수단, 은행, 여타 공기업의 재산, 기초적 지방주택기금을 비롯한 기간산업들이 국가와 전인민의 소유임을 명시함으로써 이들을 사유화 할 수 없음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었다. 허나 동시에 근로소득과 일상적 사용을 위한 주택과 그 부속시설, 노동을 통해 모은 저금 등의 개인적 소유는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상속까지 가능한 것으로서 설정되었다. 여기서 저자는 이것이 암거래를 통한 관료들의 비합법적 재산처분과 매입으로 이어졌고, 결국 그 한계지점에서 소련이 페레스트로이카를 통해 서서히 사적 소유를 인정하게 된다고 설명하지만, 외려 핵심이 되는 것은 공문서에 접근하기 쉬운 관료들의 개인적 수취가 횡행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에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타의 산업에 투자하거나, 임의로 노동력을 구매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행위가 미연에 차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페레스트로이카 국면에서 개정을 거친 소유에 관한 조항은 개인적 소유와 기업의 운영권을 다소 규정적으로 허용한다 뿐이지, 여전히 사적 소유의 전면적인 허용을 금하고 있었던 점에서 사회주의의 기본원칙이 유효했다. 즉, “‘사유권(private ownership)’이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았고, 개인소유(personal ownership), 시민소유(the ownership of a citizen)라는 용어를 사용할 뿐”이었는데, 이는 “사유권이라는 용어는 자본가의 착취와 관련하여 회피되었기 때문”이며, 여전히 토지와 자원에 관한 국가소유원칙을 유지했던 까닭이다. 허나 1990년 3월 러시아 인민대의원 선거에서 정치, 경제개혁을 열렬히 바란 ‘민주러시아파’가 승리하고, 동해 헌법개정을 거치며 소련은 본격적인 시장경제로 편입되게 된다. 주식 보유와, 사유화된 법인 회사의 설립이 가능해졌으며, 생산수단의 소유권은 민간 기업들에게도 허용되게 된다. 소련 차원에서 1991년 5월에 채택되어 다음해에 발효될 민법기본원칙은 이러한 변화들을 반영하고 있었지만 시장 경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이전에 소련이 와해된 까닭에 이러한 자체적 변화가 소련의 지속과 전개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알 수 없다. 이후 “1992년 12월 러시아(RSFSR) 헌법이 개정되어 ‘사유권’이라는 용어가 도입되었고 개인과 새롭게 만들어진 회사들에 의해 행사되었으며, 1993년 헌법에서는 제 8조에서 사유재산제가 객관적 제도적으로 보장되게 된 것이다.” 허나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와중에도 토지와 천연자원에 관한 사유화는 러시아인들의 역사에 전례가 없던 것으로서 많은 혼란과 반발을 야기했는데, 이는 1864년 농노제를 폐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농중심의 농업생산이 압도적이었던 와중에 1917년 10월 혁명을 통해 토지와 자원에 관한 사유화를 차단했던 러시아의 조건에서는 ‘부동산’과 같은 개념이 나타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하 3장의 나머지 대조점들에서도 매력적인 시차를 드러내는 여러 내용들이 있지만, 지면상 나머지는 독자들의 독서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4,5,6,7장의 내용은 이후의 리뷰에서 다시 다루기로 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강윤희, 󰡔러시아 체제전환: 민주화 이행과정에서의 시민사회의 역할과 한계󰡕, 󰡔슬라브학보 󰡕27(1), 2012

이영형, 김영진, 󰡔러시아의 체제 전환과 통제되지 않은 자본: 체제전환기(1992-1998)마피아 활동을 중심으로󰡕, 󰡕OUGHTOPIA󰡕 30(1), 2015 

정강산  wjdrkdtks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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