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2017 경제/경영 1
미국의 제조업은 부활을 꿈꾸는가미국의 ‘리쇼오링’ 현상, 일자리 문제, 그리고 한국 제조업에의 함의
김종현 | 승인 2017.11.30 14:53

2016년에는 참으로 많은 정치적 격변들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박근혜 퇴진 운동이 있었고, 영국에서는 브렉시트가 있었으며, 미국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있었다. 각자의 정치적 의미는 매우 다르지만, 세 ‘정치적’ 사건 모두 그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나름대로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대중적 불만이 (각자 다른 양상이지만) 반영이 된 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데에 적잖은 논평가들이 동의를 하고 있다. 특히 우익 포퓰리스트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제조업의 쇠퇴로 인해 좌절한 미국 노동계급의 표심이 왜곡된 형태로 분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처럼 미국 제조업의 흥망성쇠는 그저 머나먼 다른 나라의 산업 현황을 파악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해당 국가의 산업 상황이 우리에게 미치는 파급 그 자체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지만, 정치를 매개 삼아 우리의 삶에 끼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그 파급의 총량은 정말이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미국 제조업의 쇠퇴를 상징하는 러스트 벨트. 출처: Wikipedia의 Rust Belt 항목

그런데 미국 제조업은 지금까지 쇠퇴 일변도만 달려온 것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던 제조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리쇼오링reshoring’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이해는, 그 파급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일찍이 파악하고 있어야 앞으로 닥쳐올 어떤 사건들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리뷰에서는 정준호, 「미국의 제조업 부활 정책 및 리쇼오링 현상」, 『노동리뷰』 147, 2017을 살펴보고자 한다. 비록 이 논문은 기본적으로 2016년까지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들을 위주로 살펴보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도 리쇼오링을 장려하고 있는 만큼(아니 오히려 더 거세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성을 가지고 있는 글이다. 물론 트럼프의 집권 이후로 변화한 미국정부의 경제정책기조와 대외정책기조를 고려해가면서 읽을 필요는 있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정부의 제조업 부활 추진

미국은 전후 세계 제조업 생산의 40퍼센트를 차지했지만 신흥국들의 부상은 물론이오,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의 지리적 이전을 추진했기에 그 비중이 꾸준히 낮아져왔다. 지난 수 십년에 걸쳐 이뤄진 운송∙통신기술의 발전 그리고 무역장벽 완화에 기반하여 이 기업들은 비용경쟁력 향유를 위해 해외이전을 감행한 것이다. 특히 중국은 숱한 다국적 기업들의 이전 목적지가 됐는데, 이는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할 뿐 아니라 국내시장도 거대하고 저환율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가 값싼 토지와 무상 인프라의 제공과 금융지원 등 정부 인센티브도 관대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제조업 생산비중이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제조업 고용’비중’이 줄어들었는데, 2000년대에는 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아예 제조업 고용’규모’ 자체가 줄어들었다. 1979년 제조업 고용규모는 1940만명이었으나, 2011년에는 115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한 세대 사이에 750만명의 제조업 고용이 줄어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1965년에서 2000년 사이에는 제조업이 구조조정을 겪었음에도 그 고용규모는 1700만명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그 변화는 극적이었는데, 2000년부터 2010년까지 570만명의 고용이 감소하였던 것이다. 이 시기야 말로 미국의 ‘탈제조업화’가 이뤄진 시기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의 물적 기반이었던 것이다. 2001년의 경기침체 이래로 제조업 고용규모의 3분의 1이 줄어든 셈이며, 1천명 이상의 대규모 공장 중 40퍼센트가 폐쇄됐다. 미국기업 활동은 이 시기 대규모로 오프쇼오링(offshoring: 기업 내 특정 직무를 해외 입지로 이전) 되었으며 외국정부들은 이를 위한 정책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 경제가 세계시장으로 진입한 것이 특히 이에 큰 영향을 미친 일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2008년 금융위기는 대공황 이래로 미국 경제에 최대의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이시기 오바마 정부는 미국 경제 재건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을 동원하는데, 역대 정권에서는 자제해왔던 산업정책까지도 활용해간다. 이 과정에서 제조업 부흥이 꾀해지는데, 이러한 오바마 정부의 정책은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이라고 까지 불리우기도 했다. 특히 오프쇼오링으로 붕괴한 자동차 산업을 살려낸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오바마 정부의 정책 목표는 핵심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중산층 복원을 통한 위기 극복이었다. 또한 제조업 르네상스는 제조업 그 자체뿐 아니라 해당 산업 외부의 관련 서비스 기업들(“전후방 산업연관”(21))이나 혁신능력에도 긍정적을 주기 위해서 수행된 것이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는 제조업 생태계 구축을 특히 강조했다. 제조업 클러스터의 기반을 강화해주고 역량, 자산, 기업환경 등을 구축해주는 정책적 노력을 가한 것이다.

 

제조업 리쇼오링의
현황과 평가

리쇼오링은 2010년 전후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리쇼오링의 핵심 요인은 무엇인가? 실증 분석들에 따르면, 제조업 임금과 노동생산성, 에너지 비용과 환율이 제조업 입지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2004년부터 2014년 사이에 이런 측면에서 미국과 멕시코의 제조업 비용 경쟁력이 향상되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미국으로의 제조업 회귀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지적재산권 문제, 가치사술 통합, 해외 제조시설과 제품 품질관리의 난항, 소비자 선호의 변화, 신기술의 도입, 정부의 정책 변화, 다국적 기업과 본국의 관계 개선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요인들은 제조업 입지 결정에서 ‘비용계산’에서는 포함되지는 않으나,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를 살펴보자. 2003년에는 150,000개의 일자리가 해외 이전되고 2,000개의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2013년에는 30,000~50,000개의 일자리가 해외 이전되지만 30,000~40,000개의 일자리가 돌아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리쇼오링 일자리 중 60퍼센트는 중국에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대규모 제조업체 상당수가 미국으로의 공정 이전 고려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운송비용 절감과 공급사슬 단축, 시장 접근성 등의 편익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력의 질 문제와 사업 환경 등도 중요한 요소다. 물론 2013년까지는 그렇지만, 2014년과 2015년에는 다시 오프쇼오링이 더 많아졌다. 따라서 리쇼오링이 대세일지, 오프쇼오링이 다시 대세가 될지는 두고 볼이기는 하다.

미국이 수 십 년 전처럼 제조업을 제1의 산업으로 삼아 성장하기는 힘들 것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제조업 수출이 간과할 수 없는 성장기회를 가지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저자는 그래서 리쇼오링에 대한 낙관론과 회의론 모두의 가능성을 묻는다. 낙관론에 따르면 2014년과 2015년에 리쇼오링이 정체됐지만 여전히 2000년대에 비하면 리쇼오링 추세는 높은 편이며, 2016년 초에 제조업은 회복세를 보였고, 2014년 이후에 제조업 성장이 제동이 걸린 것은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으로 인해서 생겼던 현상일 뿐이란 것이다.

한편 회의론에 따르면, 첫째로 중국이 임금 측면에서나 생산성의 성장률이 빠르다는 측면에서나 노동시장 경쟁력이 탁월하며, 중국 외에도 생산시설 이전을 할 국가들은 많다. 또한 셰일가스 등 미국에서 제조업을 해도 에너지 비용이 절감되어 리쇼오링을 하기에 유리해진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 비용 절감 수준은 적지 않다. 또한 ‘문화적’ 요인으로 인한 리쇼오링은 미국과 가까운 나라로 오프쇼오링을 하는 현상을 불러올 수가 있다. 그리고 리쇼오링의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숙련노동’이라고 하지만 미국이라고 해서 숙련노동을 구하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물론 여기에는 고생산성의 첨단 설비 도입이라는 탈출구가 있기는 한데, 문제는 이렇게 되면 기껏 리쇼오링을 해도 일자리 창출이 애초의 기대만큼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리쇼오링의 딜레마”(25)). 또한 정부의 정책효과가 충분한지 아직은 판단하기 힘들며, 애국심에 기대는 리쇼오링 보다는 차라리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서 제조업을 살리자고 회의론자들은 제안한다.

 

미국의 리쇼오링
그리고 시사점

저자는 미국의 리쇼오링을 보면서, 한국 역시도 오바마 정부가 수행했던 것처럼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기 위한 정책을 통해 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로 기업들의 혁신을 도와줘야 하고, 한국의 경우에는 산업 내의 갑을 관계 혁파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편 한국에서 리쇼오링을 추진해도 오히려 제조업 기업들이 고생산성 설비와 함께 돌아와서 일자리가 충분히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 리쇼오링의 딜레마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중간 숙련 부족이 그런 문제를 나을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특히나 미국이 그랬듯, 워낙 제조업 고용이 사라졌기에 제조과정 노하우와 숙련이 사라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숙련 인력풀을 유지하는 것(따라서 막무가내로 제조산업을 구조조정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견 일리가 있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기업 지원책이 우선시되어있지, 정작 리쇼오링의 수혜를 받아야 할 대상(즉 제조업 노동자들)에 대한 고려가 저자의 고려에서 중심적이지 않은 듯 하여 아쉽다. 그리고 저자의 평가에는 기우가 섞여 있는 것 같다. 한국의 경우에는 제조업 고용 비중도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고 있다. 미국처럼 제조업 일자리의 30퍼센트가 날라간 경험은 너무나도 먼 얘기고 말이다. 한국의 제조업 생산이 고숙련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배리 아이켄그린 등 해외 경제사학계의 석학들이 참여한 연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오히려 여기에서 언급된 실증적 데이터들을 통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해외로 생산기지 이전을 결정하는 다국적 기업이 단지 저임금 지역만을 찾아 다니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요 인프라 설비의 유무와 시장과의 접근성 그리고 숙련노동력의 존재 여부가(따라서 관련한 정부의 정책적 움직임들도) 다국적 기업에게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의 3분의 1을 10년 사이에 날려버릴 정도로 세계화는 노동시장 유연화에 상당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우려했던 것과 달리 그것은 한계 없는 과정이 아니었으며, 이제 우리가 그것에 고삐를 쥘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인다는 점이다. 바로 지금처럼 시장의 강제력이 노동조건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무제한이 아니라는 것이 보이게 된 지금이야말로, 신자유주의로 점철된 경제체제에 강력한 변혁을 가해야 할 시점일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박현수, 「미국 제조업의 본국 회귀 배경과 전망」, 『SERI 경제포커스』 383, 2012
황재훈, 「프랑스의 공장 이전과 재이전」, 『국제노동브리프』 15(6), 2017

김종현  mrkim_same@naver.com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종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1층  |  대표전화 : 031)955-8898  |  팩스 : 031)955-2557
사업자번호 : 141-81-14390   |  등록일 : 2009.02.01   |  발행인 : 강성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성민
Copyright © 2018 리뷰 아카이브.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