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2015 경제/경영
서비스업 기술 혁신은 고용을 창출할까?한국의 지식집약 서비스업과 비지식집약 서비스업에 대한 분석
김종현 리뷰어 | 승인 2017.11.30 14:37

기술 혁신이 노동을 대체한다? 최근까지는 제조업만의 이야기로 여겨졌다. 기껏해야 최첨단 산업에서 인공지능이 노동을 대체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근래 4차 산업혁명 담론이 유행하면서 이제는 ‘비지식집약적’ 서비스업에서도 노동이 신기술이 체화된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아졌다. 하다못해 최근에는 무인 편의점의 등장이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물론 ‘폴라니의 역설’, 즉 인간이 쉽게 수행할 수 있는 일이 기계에게는 까다로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계에 의한 노동 대체가 쉽지 않다는 곤란은 분명히 존재한다. OECD에서도 그러한 이유로 자동화에 따른 노동의 소멸은 평균 9퍼센트(한국은 6퍼센트)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과연 서비스업에까지 손을 뻗친 기술 혁신과 노동의 대체, 과연 우리는 노동 없는 사회로 대체할 것일까? 물론 노동 없는 사회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도 흥미로운 철학적 논의 대상이지만 그 전에 그런 사회가 얼마나 현실적인지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가 선행해야 할 것이다.

문성배 국민대 국제통상학부 교수의 논문 「서비스 기업의 기술 혁신이 고용창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한국경제연구』 33-4, 2015)은 바로 그러한 호기심을 가진 이들에게 필히 권할 좋은 논문이다. 저자는 실증적 분석을 통해 한국에서 서비스 기업의 기술 혁신이 고용창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며, 특히 기업과 기술 혁신의 유형을 세분화하여 그 결과에 대해 보다 세밀하게 접근한다.

 

기술 혁신과 고용에 대해
경제학은 뭐라고 말하나?

기술 혁신과 고용의 관계는 경제학에서 아주 오래된 논쟁거리였다. 기술 혁신은 당연히 노동생산성을 증가시켜 적은 노동으로도 동일한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기업의 효율성 증가로 상품 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증가해서 생산량 자체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고용이 확대되는 순효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이론상, 선험적으로는 기술 혁신이 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낼지 부정적 효과를 낼지 단정짓기란 어렵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증적 연구가 계속돼왔는데, 특히 1990년대 이후로는 기업의 혁신활동에 대한 미시적 자료가 축적되면서 이런 연구는 더욱 활발해졌다. 보통 이런 연구는 ‘제품 혁신’과 ‘공정 혁신’을 구분해서 이뤄졌는데, ‘제품 혁신’이 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것에는 대부분의 연구가 공통된 견해를 내는 바였지만 ‘공정 혁신’도 긍정적 고용효과를 내는지 여부는 논쟁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문 교수의 이번 논문과 달리 대개는 제조 기업만을 대상으로 했다. 저자는 서비스업의 경우, 대개는 제공하는 상품(서비스)의 특성상 ‘공정’과 ‘제품’의 혁신을 구분하기도 힘들고 ‘비유형적’이라서 (특허 등) 혁신에 대한 법률적 보호도 힘들다고 지적한다. 또한 제조업은 한번 혁신을 하려면 한바탕 ‘뜯어고쳐야’ 하는 것에 비해, 서비스업은 정해진 기간 없이 연속적으로 혁신활동이 이뤄지므로 “비급진적인 혁신활동이 보편적”(6)이라는 특징이 있다. 서비스업은 기존의 연구와 따라서 별도의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출처: 위키백과 '편의점' 항목

또한 2000년대 이후에는 정보통신기술이 서비스업에 두루두루 적용되고 있다. 첨단서비스산업은 두말할 나위 없고 전통적 서비스업에도 그러한 적용은 넓어지고 있다. 물론 이 두 산업에서 기술 혁신이 적용되는 양상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집약적” 산업과 “비지식집약적 산업”에는 기술 혁신과 고용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유사하고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일 것이다.

저자는 그나마 비교적 최근 들어(2000년대 이후) 서비스업에서의 기술 혁신이 이뤄졌을 때 고용 창출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에 대한 연구들이 이뤄졌다며, 선행 실증 연구들을 검토한다. 이탈리아 서비스 기업들의 사례에서는 “새로운 서비스 창출을 위한 혁신활동이 고용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공정혁신도 고용의 순감소효과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고용효과는 “혁신적이고 기술집약적인 서비스 산업에 집중되어 있어 서비스 산업 내 업종별로 기술 혁신의 고용효과가 다를 수 있다”(8)는 점을 밝혔다. 비슷한 시기 스페인의 사례에서는 좀 더 탄탄한 경제학 이론에 근거한 실증연구를 제시했는데, 고용효과에 대한 결론은 큰 틀에서 비슷했다. 다만 그는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은 기술 혁신의 고용효과가 적다고 지적했다. 후속 연구들은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으로 그 탐구 대상을 확장했는데 결론은 비슷했다.

다만 여기에서는 신규 서비스의 생산증가가 기존 서비스의 생산증가보다 고용효과가 낮지 않다는 점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국의 박성근·김병근은 전문공급자형 서비스업에서 공정 혁신은 고용을 감소시키지만 다른 산업군에서는 공정 혁신이 유의하게 고용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없었다고 한다. 한편 서비스 혁신의 고용 증가 효과는 규모집약형∙공급자지배형∙과학기반형 중에서 오직 과학기반형 서비스업에서만 나타난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박성근·김병근의 연구가 사용한 계량경제학적 추정 방식이 가진 단순성으로 인해 결과가 왜곡됐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서비스 산업을 지식집약적-비지식집약적 서비스업으로 구분해서 기술 혁신의 고용효과를 분석하는 전략이 더 유효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서비스업 혁신의 고용효과에 대한 저자의 최종추계결과 중 하나

기술 혁신과
고용의 관계를 파헤치다 

이번에 저자의 연구에서 활용된 모형은 2기간 2재화 생산모형이다. 즉 기술 혁신이 수행되기 이전 시점과 이후 시점의 고용 성과를 비교하며, 제1기와 제2기에는 완전히 새롭거나 현저히 개선된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다. 이때, 기존 서비스와 신규 서비스는 완전히 독립적이고, 서비스 생산에는 자본과 노동, 중간재가 투입된다고 가정된다. 또한 서비스 생산은 규모수익불변이라고 가정했다. 이후에는 여러 페이지에 걸쳐 계량경제학적 추정식의 도출과정이 제시되는데, 이는 요약하자면 기업의 고용증가율은 크게 세 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가정하고 이를 추계하기 위한 모형을 세우는 작업이다. 첫째, 기존 서비스 생산의 효율성 증가 정도, 둘째, 기존 서비스 생산량 증가에 따른 고용 증가, 셋째, 신규 서비스 생산에 따른 고용 증가 등이다. 

저자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기술 혁신조사: 서비스 부문’ 자료를 이용했음을 밝힌다. 저자는 지식집약 서비스를 OECD의 분류를 참고하여 특정한다. 그리하여 이 논문에서는 통신업과 금융업, 보험 및 연금업, 정보처리 및 기타 컴퓨터 운영 관련업, 연구 및 개발업, 기타 사업 관련 서비스업, 영화 방송 및 공연 산업이 지식집약 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이외에는 모두 비지식집약적 산업으로 분류된다. 여기에서 슬며시 저자는 유럽 국가 등 다른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서비스 산업의 기술 혁신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임을 지적하고 넘어간다. 비지식집약 서비스업의 혁신이 특히 정체되어 있으나, 지식집약 서비스업에서의 혁신도 결코 활발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서비스업에서는 여전히 양(+)의 규모로 기술 혁신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 그 와중에도 서비스업에서의 고용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혁신활동과 고용 사이의 양의 상관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제 최종 추정 결과를 살펴보자. 전체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한 분석을 보면 “공정 혁신만을 수행한 기업의 추가 고용효과”는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지만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지는 않”으며, “생산성 증가에 따른 고용 감소 효과가 가격 하락에 의한 고용 증가 효과로 대부분 상쇄되었”다고 한다.(19) 다만 공정 혁신과 제품 혁신은 서비스업에서 그 구분이 굉장히 모호함은 다시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편 제품 혁신 그리고 그와 동반하는 생산효율성 증가는 확실히 고용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준 듯하다. 즉 서비스업에서 혁신으로 인한 생산효율성 증가가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지식집약 서비스업에서) 신규 서비스의 생산효율성은 기존 서비스의 생산효율성보다는 낮을 수 있다고 한다. 즉 신규 서비스 혁신활동은 효율성 증대보다는 다양한 선호 충족이나 기존의 미해결 과제 해결에 초점을 둔 개발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지식집약적 산업에서 신생 기업의 경우, 서비스 혁신으로 인해 긍정적인 고용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신규 서비스 업체의 경우 가격 외의 요소들도 경쟁력 확보에서 중요하므로 제품 혁신이 가지는 유의성이 클 수 있다.(특히 이는 제조업 시장의 경쟁 양상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이에 반해, 비지식집약적 서비스업은 신생 기업이라고 해서 시비스 혁신이 차별적인 고용효과를 발생시키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경쟁의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에 따라 기술 혁신이, 특히 공정 혁신이 고용에 끼치는 효과는 천차만별일 듯하나, 논문에 따르면 지식집약 서비스업에서든 비지식집약 서비스업에서든 그러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다. 서비스업의 경우 지역에 따라 업체가 대상으로 하는 시장의 구획이 나뉘어 있을 법도 한데, 그러한 요소가 끼치는 효과는 무시할 만한 정도였던 모양이다.

 

서비스업 기술 혁신은
고용을 오히려 창출한다

이상 검토한 논문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공정 혁신의 고용 축출 효과는 서비스 가격 하락에 따른 고용 증가 효과로 대부분 상쇄”되는 반면, 서비스업 일반 특히 지식집약적인 경우 서비스 혁신의 “고용 창출 효과는 매우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 지식집약적 서비스업의 경우 서비스 혁신에 따른 신규 서비스 생산이 1퍼센트 증가할 때 고용은 약 1.4퍼센트 증가하는 반면, 비지식집약적 서비스 산업은 신규 서비스 생산이 1퍼센트 증가할 때 고용이 1.1퍼센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5) 세부적으로 따지면 기업의 업력이 얼마나 긴지도 중요한 요소다. 한편 시장구조는 의외로 고용 효과와 별 관련이 없다. 물론 저자는 서비스업은 산업 내부에 이질성도 크고 혁신 유형의 구분도 모호하므로 자료가 불완전할뿐더러, 그 불완전한 자료가 축적이 미비함을 지적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담론에서 일자리의 소멸을 너무나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논문은 시사점이 크다. 특히 서비스업에서 벌어지는 기술 혁신이 대량실업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지는 것에 제동을 건다. 물론 통념처럼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런 주장들이 어떠한 경제학적∙실증적 검증도 거쳐지지 않은 채 유통된다면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들
박성근
∙김병근, 「한국의 서비스업에서 기술혁신전략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 기업수준의 연구」, 『기술혁신학회지』 14(2), 2011
권남훈
∙김종일, 「최근 한국의 고용구조 변화의 특징과 정보화의 역할」, 『한국경제연구』 8, 2002

김종현 리뷰어  mrkim_same@naver.com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종현 리뷰어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글항아리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1층  |  대표전화 : 031)955-8898  |  팩스 : 031)955-2557
등록번호 : 경기, 아51383   |  등록일 : 2016.05.13   |  발행인 : 강성민  |  편집인 : 강성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현민
Copyright © 2018 리뷰 아카이브.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