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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혹은 성노동) 정치경제학'의 시도성매매(성노동)를 바라보는 기존의 프레임들을 해체하는 새로운 시선
강병준 리뷰어 | 승인 2017.11.21 22:51

김주희 교수가 성매매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흥미롭다. 그의 2015년 논문 「한국 성매매 산업 내 '부채 관계'의 정치경제학」(『한국여성학』 31(4), 2015.12)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성매매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것을 유지시키는 경제적 동인을 '부채'로 보고 여성들을 '피해자'로 프레이밍하는 하나의 관점과, 그것의 '소득'으로서의 측면을 강조하며 여성들을 '노동자'로 주체화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관점이 충돌하고 있다.

거기에 또다른 논문 「성매매 여성들의 "재여성화" 전략으로서의 '외모관리-소비' 활동에 대한 여성주의 분석」(『아시아여성연구』 55(2), 2016.11)에 따르면, 그 두 논의가 충돌하는 장 바깥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을 '편하게 돈 벌어서 사치하려 하는 나태한 여성들'로 표상하여 여성혐오의 기호로 삼는 또 다른 관점이 대중들에게 지배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또다른 논문 「여성 '몸-증권화'를 통한 한국 성산업의 정치경제적 전환에 대한 연구」(『경제와사회』 111, 2016.9)까지 합해서 세 편의 논문은 마치 시리즈처럼 함께 읽힌다. 이들 논문에서 저자는 성매매의 경제학을 '부채에 의한 착취'로 보는 시각과 '노동에 의한 소득'으로 보는 시각 모두가 성매매로부터 '도덕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데 실패하여 저마다 그 논리 내적인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저자는 이들 기존의 관점 모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한다. 가치 판단의 문제를 철저히 유보해 둔 상태에서, 일단 성매매라는 산업이 계속해서 유지되고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메커니즘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보다 정확하고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성매매 여성 한 명 한 명의 구술 생애사에 매우 디테일하게 접근하면서도, 동시에 거시적인 경제 구조를 함께 시야에 담아 성 산업 안팎의 경제적 작동 원리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저자 스스로가 본인의 방법에 '정치경제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어 하기도 하거니와, 저자의 기본적 동기와 전략은 칼 마르크스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있다. 임금 노동 그 자체와 그것이 낳는 여러 문제점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마르크스가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라고 부른 사람들만이 아니라 마르크스 자신도 공유하는 것이었으나, 그 임금 노동의 시스템을 단지 비정상적이고 착취적인 것으로 묘사하고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그 시스템이 어떻게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지속 번영할 수 있는가를 규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마르크스는 기본적으로 노동력과 임금이 거래되는 교환 그 자체는 '등가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분석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노동력과 노동의 구별, 그로부터 도출되는 가치론의 구축을 통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의 동역학을 규명하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착취적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어떻게 작동할 수 있으며, 그 내부 모순은 어디에 있고 어떤 식으로 그 자신으로부터 해방의 가능성을 생산하는지를 나름의 합리성을 갖춰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소 지엽적으로 들어가자면, 저자가 참고하고자 하는 정치경제학은 금융자본주의의 특수성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질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묘사하는 입장에 속하는 것으로서 리뷰어가 지지하는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긴 하다. 그렇지만 저자의 분석은 분명히 성매매 산업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유효성이 있어 보인다. 더 나아가 저자가 논문의 키워드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여성주의 정치경제학"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면 오늘날 여성억압 문제의 현실에 대해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성의 몸은
어떻게 거래 가능한 상품이 되는가

세 편의 논문이 모두 흥미로우나, 우선 이 리뷰에서는 「한국 성매매 산업 내 '부채 관계'의 정치경제학」을 주 텍스트로 삼아보기로 한다. 논문에서 저자는 기존에 이분법적으로 대립하던 성매매, 성노동 논의가 공통적으로 갖는 한계를 두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로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간주하는 담론과 노동자로 간주하는 담론은 모두 성매매를 여성-포주-성구매 남성으로 구성되는 하나의 고립된 경제처럼 간주하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성매매 산업으로의 여성과 자본의 유입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 또한 국가 경제 전체 속에서 성매매 산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분석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첫째 문제점으로부터 파생되는 문제점인데, 이렇게 성매매 경제를 고립된 경제로 간주함으로써 두 논의는 성매매 여성에게 주어지는 부채 혹은 소득, 생활 조건 등의 문제가 순전히 포주가 어느 정도로 도덕적 혹은 부도덕적인지, 또 여성들에게 얼마만큼의 선의를 베풀거나 또는 베풀지 않는지 등 개인적 도덕의 문제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묘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에 따라 "성매매 문제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권의 문제"라는 1980년대 이래의 슬로건은 두 논의 속에서 힘을 잃게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성매매 여성들, 또 이들과 관련되는 부채와 자본들이 경험하게 되는 "여정""역동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보기에 성매매 여성이 지게 되는 부채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그것을 통해 여성들의 신체에 "교환가능성"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매매 산업을 분석하는 관점 속에 "부채 관계"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부채는 한 명의 포주와 한 명의 여성 간의 고립된 관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부채들과 양적으로 비교 가능하고 거래 가능한 것으로서 부채들의 체계, "부채의 연쇄(nexus)"를 이룬다.

부채 관계 개념에 주목함으로써 저자는 여성이 성매매 산업 내에서 한 명의 포주와의 고립된 관계 속에서 종속된 채 착취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업주, 수많은 업소를 이동하며 '역동성' 있는 '여정'을 보인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부채 관계의 개념은 채권자와 채무자라는 불평등한 권력 관계의 존재를 전제함으로써, 성매매 여성과 업주 사이의 관계를 동등한 거래나 계약 관계로 묘사하는 함정에도 빠지지 않을 수 있게 해 준다.

저자는 또한 이러한 시도가 '자발성이냐, 강제성이냐'의 이분법을 넘어서서, 여성들을 성매매 산업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힘의 "구성 양식"을 분석하기 위한 "일차적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연구 대상 여성 중 한 명의 부채 그래프. 해당 논문에서 발췌.


사례 연구 :
부채는 어떤 맥락에서 증감하는가

저자는 성판매 경험이 있는 11명의 여성 및 성산업에 연루된 경험이 있는 2명의 남성을 오랜 시간에 걸쳐 심층 면접 및 관찰하여 사례 연구를 위한 자료를 축적했다. 저자는 특히 그 중에서도 J로 명명된 한 여성의 생애사에 주목하는데, 이는 저자가 접촉한 여러 여성들 가운데 J의 생애사에서 가장 큰 폭으로 금전적인 기복이 나타나기 때문에 "성매매에서의 소득 혹은 부채의 극적 변환점들을 관찰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J가 17세였던 1996년도에 300만원의 선불금을 받아 생활을 영위하게 되면서 시작된 부채 그래프는 3년간 2,500만원까지 증가한다. 여성들 중에는 이같은 부채의 증가가 자신의 선택에 따른 행동의 책임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생활비와 주거비 외에도 이런저런 물품을 구입하느라 소비한 비용, 또한 일을 쉬지 않았으면 물지 않아도 되었을 결근비 등 벌금이 이같은 부채 증가분의 명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들에게 부채를 부과하는 업주의 입장에서 여성들의 부채액은 여성들에게 출근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여성들의 의지와는 거의 상관 없이 업주에 의해 조절되고 관리된다. 여성들이 어떤 상품을 얼마나 구매할 것인지를 업주가 실질적으로 강제함으로써, 또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결근에 따른 벌금을 불합리할 만큼 큰 액수로 부과함으로써 업주는 여성들의 부채액을 증가시킨다. (여성들의 외모 관리 비용이 어떤 식으로 여성들 자신의 의지에 따른 '사치'가 아니라 여성들에게 강제되는 지출이 되는지는 저자의 또다른 논문에서 잘 설명된다.)

업주가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부채액을 꾸준히 증가시키고자 하는 것은 부채액의 크기가 곧 여성들에 대한 통제력의 크기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 고강도의 '노동'이 강제될수록 업소의 수익은 증가하며, 부채액의 증가는 이를 쉽게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그런데 부채액의 증가는 여성들이 (실질적으로는 강제에 의해) 소비하고자 하는 금액을 업주가 '대신 지출'해주는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부채액이 증가할 때 여성은 업주로부터 '호의'를 받았다고 인식하게 되며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도의적으로도 업주에게 돈을 갚아야 할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부채액이 상한선 없이 무한정 증가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업주가 여성들에게 빌려주는 부채액에는 명목상 이자가 붙지 않는 대신 여성의 '노동'에 따른 수익을 업주가 가져가는 형태로 이자가 수취된다. (이런 의미에서 결근에 따른 벌금 액수는 곧 여성의 부채에 대한 이자액과 같은 셈이다.) 따라서 여성에게 묶여 있는 부채액이 지나치게 커져서 여성의 '노동'으로부터 업주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이자액에 못 미치게 될 때 업주는 여성에게 부채액의 감소를 요구하게 된다.

이같은 상황 변화를 낳는 요인으로는 여성의 부채액 자체의 증가 외에도, 해당 지역의 경기 악화, 또는 성매매 단속이나 법규 제정에 따른 '시장 상황'의 악화로 인해 예상 수익이 감소하는 경우, 또는 해당 지역의 업주들에게 사업 자금을 대출해 주던 금융 기관의 파산 등으로 돈줄이 끊어지는 경우 등이 있다. 이런 상황 변화들이 위 그래프에서 나타나는 분절점들을 만들어낸다. (합법적 금융 시장으로부터 불법적인 성매매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에 관해서는 저자의 또다른 논문에서 다뤄지고 있다.)

업주가 여성에게 부채액의 감소를 요구할 때 여성에게는 고강도의 '노동'과 더불어 추가적인 대출이나 비용 지출의 차단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여성의 부채가 감소하는 기간에 오히려 여성이 고강도의 착취와, 감시와 감금 등 인권 침해에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업황이 악화되어 업주가 여성으로부터 수익을 수취하기도, 여성의 부채액을 감소시키기도 곤란하다고 판단될 때 업주는 여성을 업황이 나은 다른 지역의 업소로 이동... 혹은 '판매'함으로써 상황을 해결하게 된다. 바로 이것을 위해서도 여성의 부채액의 상한선을 조절하는 것은 중요해진다. 여성의 부채액은 곧 여성의 차용증의 거래 가격이자 사실상 여성들 자신의 '가격'으로서, 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지 않도록 조절해야 여성의 '교환가능성'이 만들어지거나 유지되는 것이다.

J가 겪은 지리적 여정과 부채액의 증감은 이같은 계산법에 따라 설명된다. 1999년도에 미성년자 성매매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국내의 업소에서 J로부터 기대되는 수익은 J의 부채액과 위험 부담에 비해 낮게 평가되어 국내에서의 교환 가능성을 잃게 되었고, 그에 따라 J는 마카오로 이동하게 되면서 그 이동 비용으로 인해 부채액이 수직 상승한다.

이후 성년이 된 J가 다시 국내의 호황 지역 업소로 이동하게 되면서 부채액은 꾸준히 상승하다가, 2003년 무렵 처음으로 감소하게 된다. 2003년 지역의 신용협동조합이 파산하여 업주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데다가, 2004년 성매매 방지법이 제정될 예정이라 '시장 상황'의 악화가 예상되었기 때문에, 업주들이 여성들의 부채액 감소를 압박한 것이다.

J는 열심히 부채액을 줄여갔으나 업주는 J를 장안동으로 이동시키려 했고, J는 도주를 시도했다가 붙잡혀 다시 마카오로 이동하게 된다. 호황 지역인 마카오에서 부채액은 다시 증가해갔는데, 이 시기에 J는 열심히 일을 해도 부채액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가는 것에 대해 심리적으로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던 것 같다. 마카오의 업주는 J에게서 수익을 수취할 수 있다는 기대를 포기하고 J를 한국의 업소로 이동시켰는데, J가 마카오로 부채를 상환하지 않고 잠적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추심 시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로써 그래프에 '부채 1' 곡선으로 나타나는 서사의 한 단락은 일단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온 J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시 강남의 안마업소에 약간의 빚을 지고 일을 시작하면서 또다른 '부채 3' 곡선이 시작된다. 이 시기는 성매매 방지법 제정 이후의 시기로서 부채액의 규모가 비교적 작은 규모에서 증감하며 또 그 자금의 출처 면에서 캐피탈 업체나 사채업자로부터의 대출로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시기 역시 부채액의 증감 메커니즘은 비슷하게 작동한 것으로 이해된다. 부채액이 꾸준히 감소한 2005년부터 2008년까지의 호주 체류 시기에 J가 하루에 16시간씩 일하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감시당하는 생활을 경험한 것도 그 예이다.

 

결론 및 논의의 확장

이같은 서사에서 저자는 몇 가지 시사점을 도출해 낸다. 첫째, 성매매 여성의 부채액과 착취의 강도는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착취와 인권 침해가 고강도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부채액이 감소하는 것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저자는 이 사실로부터 "'소득' 또는 '부채'의 형태로 정박된 돈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는 여성들의 차용증을 화폐화하면서 생존해나가는 성매매 산업의 지속력과 여기에 연동하는 여성들의 경험이 분석되기 어렵다는 전제가 확인된다"고 주장한다.

둘째, 업주들이 여성들의 부채를 일정 범위 내에서 조절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여성의 부채액은 이 여성을 통해 수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 차용증의 이전 가능성, 금리, 경제 상황 등과의 관련 속에서, 여성의 몸의 교환 가능성을 고려하여 조절된다고 저자는 정리한다. 이같은 부채의 조절 과정은 곧 여성들의 몸과 차용증을 판매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상품화 과정"이 된다.

또한 저자는 성매매에서의 부채 관계에 대한 이해가 지금 이미 성매매 산업 내부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구속력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 "그 다음 여성"을 성매매 산업으로 끌어들이는 부채의 전략이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추가적으로, 저자는 성매매에서의 부채 관계가 이렇듯 여성들을 성매매 산업에서 탈출하지 못하도록 붙잡아두는 방식으로 조절되고 강제됨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들이 이같이 불합리한 부채의 상환 의무로부터 탈출하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예속되는지에 관해 설명을 시도한다.

첫째는 고리대금의 문제이다. 성매매 여성들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는 여성들의 신용이 낮고 경제 관념이 희박해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고금리로 위험 부담을 상쇄해야 한다는 논리로 고금리를 정당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여성들이 강한 통제 하에 있고, 여성들의 법적 사회적 지위의 취약함으로 인해 협박을 통해 원리금을 상환받기 쉬우며, 결정적으로 성매매 산업 자체의 높은 수익률로 인해 여성이 얼마 정도의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예측이 오히려 쉽다는 이유로 인해 업자들은 성매매 여성들을 사업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저자는 하비와 매닝 등을 인용하여, 하층 계급에 강요되는 이같은 고리대가 전체 금융 산업의 구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신용이 없는 빈민들에게 탈취한 높은 이자 수익은 자산가 계급의 낮은 이자율을 보장하는 금융적 안전장치로 사용"되는데, "한국에서는 이러한 "먹이사슬 구조"의 말단에 성매매 여성들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저자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작동하는 채무 상환의 도덕률에 주목한다. 저자가 접촉한 또다른 연구 대상 여성인 G는 불합리하게 높은 이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출금을 갚으려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돈을 갚지 않으면 "해코지"를 당할 것이라는 점, 즉 성매매 업소의 업주나 사채업자들이 폭력적인 추심과 협박을 통해 대출과 상환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실제적인 물리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돈을 갚는 편이 더 '속 편하다'는 이유이다. 이 점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대출금의 상환을 올바른 일로 여기는 "도덕률"이 자리잡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같은 도덕률은 업자들이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에 대해 "신뢰"의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형성되는데, 이처럼 "인격적 관계에서 발생한 대출"이기 때문에 여성들은 더욱더 채권자에게 "인격적으로 예속"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작동하는 도덕률이 "우리 사회에서의 재무 활동을 뒷받침하는 부채에서의 일반적인 도덕률"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와 연동되어 분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채권-채무 관계에서는 오로지 채무 상환의 도덕률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같은 주장들을 통해 저자는 성매매라는 현상을 자본주의 사회의 큰 틀에서 동떨어진 '비정상적인', '특이한' 영역으로 간주하기를 거부하고, 자본주의 전체의 작동 원리에 따라 전체적 시스템과의 연관 속에서 작동하는 영역으로 이해하고자 하며, 그 해법 역시 자본주의 전체와의 관련성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함께 읽어볼 만한 논문

김주희, 「성매매 여성들의 "재여성화" 전략으로서의 '외모관리-소비' 활동에 대한 여성주의 분석」(『아시아여성연구』 55(2), 2016.11)

김주희, 「여성 '몸-증권화'를 통한 한국 성산업의 정치경제적 전환에 대한 연구」(『경제와사회』 111, 2016.9)

강병준 리뷰어  iyyag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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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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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를린 2018-01-13 22:33:08

    아쉽군요. 성매매를 다각도로 바라보면서 지금의 결혼제도를 합법적인 성매매로 바라보지조차 못했다는게. 이 관점은 이미 100년 전에 아나키스트들이 제기한 주장인데도 말이죠. 심도 있다기보다 다분히 관찰자의 관점만 다뤄진 것 같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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