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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식이 높을수록 계급투표를 할까?유권자의 정치지식과 계급투표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
최태준 리뷰어 | 승인 2017.10.05 12:48

정치지식과 계급투표

예로부터 ‘정치에 대해 잘 알면 알수록 진보정당에 투표할 것이다’라는 근거없는 믿음이 있었다. 소위 ‘깨어있는 시민’ 논리는 바로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한다. 즉, 정치에 대해 ‘깨어있’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말이고, 그러한 사람들은 정치의 부당함과 불공정한 현실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들이므로 진보정당에 투표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경험적으로 증명된 바 없는, 다분히 레토릭적인 측면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아가 실제로 정치에 대한 지식이 투표에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 역시 증명하기 어려웠다.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진보정당에 투표를 할까? 이 질문을 조금만 바꾸어서, 정치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계급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을까? 계급투표란, 자신의 계급적 지위에 맞는 투표를 한다는 말이다. 하층 노동자라면 진보정당을, 상층 자산가라면 보수정당을 뽑는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연구에서 한국의 투표는 계급투표보다는 계급’배반’ 투표(class betrayal)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지식은 이러한 계급투표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이번 리뷰에서 살펴볼 논문은 오수진[1], 박상훈[2], 이재묵[3]의 「유권자의 계급배반과 정치지식: 제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투표행태를 중심으로」(『한국정치학회보』 51(1), 2017, pp.153-180)으로, 정치지식과 계급배반 투표 사이에 나타나는 상호작용을 살펴볼까 한다.

 

계급투표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

계급투표에 대한 기존 연구는 어떤가? 계급균열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선행 연구들 중 어떤 것들은 계급투표가 더 이상 유효한 인자가 아니라고 간주한다(Inglehart 1977, Clark and Lipset 2001, 40; Pakulski 2001, 153). 한 편 최근의 또다른 연구들은 계급투표가 변화를 겪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균열 중 하나라고 간주한다(Evans 1999; Van der Waal et al. 2007; Kim 2010). 균열(cleavage)이란 “한 사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세력들 간의 이해관계가 역사적이고 문화적으로 구조화됨에 따라 소속 구성원들을 일정하게 분리시키는 기준”이다(Lipset and Rokkan 1967).

한국에서 이러한 균열을 수행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한국에서 주요한 균열은 이념, 지역, 세대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그간 한국에서 선거 연구는 이념, 지역, 세대를 중심으로 펼쳐져 왔다. 2000년 이전 선거에서는 지역이 주로 부각되었다면 이후의 연구는 세대와 이념을 부각하고 있다(강원택 2003, 2010). 반면, 한국에서 계급투표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진한 편이다. 계급 갈등이 오랜 기간 억압당해왔고, 비례적이지 못한 선거제도와 낮은 사회적 이동성 때문에 유효한 균열의 수준까지 심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어떤 논자들은 주장한다(강원택 2010, 장승진 2013b). 한국에서 계급투표는 그 정치적 배경과 토양으로 말미암아 저소득층이 진보정당을, 고소득층이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아닌, 저소득층이 보수정당을, 고소득층이 진보정당에 투표하는 현상, 즉 ‘계급배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4]

강원택(2013) 교수는 여기에 대해 하위계급에서 왜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강원택 교수는 교차분석을 통해 한국 유권자들의 계급 배반적 투표 경향의 이면에는 고령층의 보수적 성향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저소득층 다수가 고령층이고, 고령층은 전쟁과 산업화라는 정치사회화의 과정을 거치며 보수적 선택을 한다는 말이다.

 

누가, 어디에 투표하는가?

정치지식은 계급투표에 어떤 영향을 줄까?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오수진, 박상훈, 이재묵(2017)에서 발췌

 

다른 부분은 제외하고, ‘계급/정치지식” 항목을 보자. 모형 (2)와 모형 (4) 모두 정치지식이 계급투표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유효하다는 말일까?

 

오수진, 박상훈, 이재묵(2017)에서 발췌

 

그림 <1>은 하위/중하위 계급에서 정치지식이 높아질수록 새누리당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짐을 나타내고 있다. 반대로 상위계급에서는 정치지식이 높아질수록 새누리당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른 그림을 보자.

 

오수진, 박상훈, 이재묵(2017)에서 발췌

 

그림 <2>는 상위계급에서 정치지식이 높아질수록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하위계급과 중하위계급에서 정치지식이 높아질수록 보수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을 나타낸다.

 

연구의 함의

본 연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유권자의 정치지식은 계급투표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과 <2> 모두 유권자의 정치지식이 높아질수록 계급 배반 투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연구자들은 “수요자로서의 유권자들이 자신이 속한 계급에 대해 ‘오인’(misperception)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자신이 경제적으 로 처해 있는 계급적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처럼 정치지식의 수준이 높을수록 유권자 자신의 계급이 상대적으로 우위 또는 하위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 진보정당 또는 보수정당에 대한 역전된 지지 및 투표 선택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하나의 가능성이다.[5]

계급투표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는 그것을 전부 풀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정당 체계의 협소함 역시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한다. 계급투표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정당 간 경쟁에서 이념적 정체성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며 이것은 유권자로 하여금 분명한 이념적 갈등에 기초한 투표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불분명한 모호성에 기대어 투표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가능성이다.

계급투표가 활발해지는 것이 곧 정치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계급투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계급적 균열이 쉽게 은폐되고 저지된다는 것은 예측할 수 있다. 정치지식은 이러한 계급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한 인자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그런 점에서 계급투표에 있어 정치지식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연구라 말할 수 있겠다.

논자들은 한국에서 정당 정치 및 계급 정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정당 간의 경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책 공급자 측면에서 정책적 차이 뿐만 아니라 이념적 차이를 충분하게 제시할 수 있을 때 유권자들 및 정당 지지 투표 성향에 있어서 모호성(ambiguity)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사회에 내재한 불신과 분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포퓰리즘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불신과 분열들이 충분히 정당 정치 안으로 포괄될 수 있도록 정당(공급자) 측면과 시민(수요자) 측면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해주는 거싱 본 논문이 가진 함의라 하겠다.

[1] 한국외대 박사과정 대학원생.

[2] 한국외대 석사수료

[3]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4] 오수진, 박상훈, 이재묵, 유권자의 계급배반과 정치지식: 제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투표행태를 중심으로, 『한국정치학회보』 51(1), 2017, pp.153-180

[5] Ibid. p.174

최태준 리뷰어  xowns518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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