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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당 조직을 고민하자한국 정당 연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 그리고 한국이 나아갈 길?
최태준 리뷰어 | 승인 2017.10.05 12:47
오늘날 정당 정치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단지 갈등과 분열의 온상으로만 취급되는 것은 아닐까?

 

정당정치의 위기와 오해들

정당 문제에 관한 한 한국에서의 인식은 아직 그리 진전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정당 조직을 이해하는 문제에 있어 ‘이것 아니면 저것’ 식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듯 하다. 다분히 필자의 짧은 경험에 기대는 인상비평이긴 하나 한국에서 정당만큼 인식의 발전이 더딘 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정당 정치가 위기라고들 하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위기인가? 정당이 여전히 대중조직의 형태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인가? ‘포괄정당(catch-all party)’로의 획기적 전환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가? 한국의 정당이 선거에만 골몰하는 카르텔 정당이기 때문인가? 정당 조직은 어때야 하는가? 한국의 정당 조직은 무엇이 문제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들은 언제나 유보적이었다. 조직의 문제는 이론화하기 어렵고 또 현실의 구체적인 양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관된 이론 체계로 설명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민주주의를 이루는 세 가지 축을 고르라면 시민사회와 정당, 그리고 정부일 것이다. 세 가지 연결고리가 순환적으로 잘 작동할 때 민주주의 역시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정당은 종종 무시되기 일쑤였고, 시민사회의 강건함을 ‘운동’을 통해 건설하고자 한다든지 혹은 시민사회와 정부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직접민주주의’가 중요한 화두로 각광받아왔다. 정당이 설 자리는 이런 논의에서 끼어들 틈이 없었다. 정당 조직이 구식이고, 낡았으며, 계파정치나 일삼는 퇴화한 조직이라는 비난은 정당이 으레 받게 되는 비난이었다.

한국에서 정당조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본 리뷰에서는 비록 오래된 논문이지만, 강원택 교수의 「한국 정당 연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정당 조직 유형을 중심으로」(『한국정당학회보』 8(2), 2009, p.119-141)를 살펴봄으로써 한국에서의 정당 연구에 대한 인식을 환기해보고자 한다.

 

정당조직을 인식하는 문제

한국에서 정당정치를 연구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서구 유럽의 경험을 중심으로 정당 정치의 발전을 바라볼 때 정당정치의 발전이 일종의 ‘방향성’을 갖는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서구 유럽의 정당 정치가 발전해오는 과정, 즉 간부정당(cadre party)에서 사회조직 중심의 대중정당(mass party)으로, 대중정당에서 다시 선거 자원 획득을 위해 중도층을 포괄하는 포괄정당(catch-all party)으로, 포괄정당에서 다시 국가에의 의존도가 강해짐에 따라 카르텔 정당(cartel party)로 변화해갔다는 인식이다. 정당 조직이 일종의 ‘진화’ 과정을 겪어왔다는 생각인데, 과연 이런 생각은 타당한가?

강원택 교수는 이러한 방향성을 가진 인식을 두고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첫째 과연 정당 조직이 이렇게 ‘일방향적으로’ 발전해왔느냐는 점이다. 두번째는 이러한 과정이 일종의 ‘발전된’ 형태라고 간주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정당 조직이 일련의 ‘발전’ 과정을 겪었다면 한국 역시 그러한 정당 발전의 형태를 취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가장 현대적인’ 정당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보다 적합한 해법일 것이다. 쉽게 말해 만약 서구 유럽에서 카르텔 정당이 보다 ‘현대적인’ 정당 조직 형태라면 한국에서도 그러한 형태를 취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형태를 가지기 위한 이전 발전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이 타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강원택 교수는 정당 조직상의 문제를 바라볼 때 일방향적인 발전과정으로 정당 조직을 간주하는 주장의 이면에는, 뒤에 나타난 조직 형태가 앞선 조직의 형태를 대체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대중정당이 앞선 간부정당을 대체한다거나, 포괄정당이 대중정당을 대체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가지는 맹점은 조직의 형태가 각 정당이 취하고 있는 이념적 기반과 지지 기반, 그리고 형성 과정을 통해 다르게 변화한다는 점을 간과한다. 가령 캐나다의 경우 자유당(Liberals)이나 과거의 진보보수당(Progressive Conservertives)는 전형적인 간부정당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상이한 조직 형태들 간에 공존이 분명히 가능하고, 그것이 현실이다. 한 국가의 정당이 발전하는 경로는 상이하고 또 정당체계 안에서 상이한 조직형태는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한 편, 정당의 조직 형태 역시 한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보기도 어렵다. 쿨(Koole, 1994)은 네덜란드의 정당 조직을 분석하면서 이를 ‘현대적 간부정당(modern cadre party)’이라고 칭했다.[1] 그의 주장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당은 대중정당의 속성에서 간부정당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당 조직의 변화가 단순히 일방향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 하나의 주장, 즉 뒤에 나온 조직 형태가 앞선 조직 형태보다 보다 ‘발전된’ 형태라는 주장을 보자. 최장집 교수는 “서유럽 민주주의 역사에서 민주화를 위한 모든 투쟁은 1인 1표라는 보통선거권의 확대를 실현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으며, 그것은 노동자계급 정당이라는 대중정당의 출현으로 나타났다”(최장집 2007, 127)고 주장하며 폐쇄적 정당체제의 개혁 방안으로 대중정당의 건설을 주장한다. 그러나 최장집 교수의 주장은 곧바로 반론에 부딪혔는데, 첫째는 대중정당의 시대적 적합성에 대한 의문이고 둘째는 대중정당의 조직형태로서의 적실성에 대한 비판이다. 비판자들은 대중정당이 “19세기~20세기 초 계급적, 이념적 기반을 갖는 유럽 정당 모델에 근거하고 있”다고도 하고(주인석 2009, 23), 입법부의 자율성과 정책역량 강화가 필수적인 대통령제 하에서 중앙집중화된 구조와 강한 기율을 갖는 정당 조직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비판한다(정진민 2008, 199-232).[2]

이런 논쟁들은 매우 “흥미롭고 유익”하지만 이러한 논쟁들은 “우리 정당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한 이상적 모델을 서구에서 찾으려”는 시도이면서, “정당 조직이 후진적 형태로부터 발전된 형태로 ‘진보’해온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서있으므로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고유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원택 교수는 주장한다. 정당조직이 발전해온 다원적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하나의 형태가 다른 것을 ‘대체’하거나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 강원택 교수의 주장이다.

 

정당 문제를 바라보는 방법에 관하여: 두 가지 도전

한국의 정당을 어떻게 분류해볼 수 있을까? 한국의 정당은 어떤 정당 형태를 가지고 있나? 정당 연구 자체가 서구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만큼 서구 유럽의 경험과 이론을 모델로 삼아 한국의 경험을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적잖이 있지만, 그 안에서 한국 정당정치만의 고유한 현상이 무엇인지는 파악하려는 노력은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의 경험이 상이하다면 어떤 점에서 서구 유럽과 상이한가? 그 안에서 보편적 속성을 찾을 수 있다면 무엇이 있겠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철저히 답하지 않는다면 한국 정당 정치를 설명하는 데 큰 난점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 논문은 2009년에 쓰여졌지만, 불행히도 6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다 할 연구진척은 크지 않은 것 같다─물론 여기에는 필자의 역량 부족 역시 한 몫을 할테지만.

강원택 교수는 논문에서 카르텔 정당과 포괄 정당으로 한국 정당을 이해하려는 것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결과적으로 정당이 약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다. 포괄정당이나 카르텔 정당 모두 정당의 기능적 약화에 대한 조직적 대응이라 볼 수 있는데, 한국 역시 이러한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은 정당정치가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문제는 “결과로서의 정당 약화보다 그 원인”이라고 강원택 교수는 주장한다.[3]

정당정치를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등장하는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 강원택 교수는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정보화 사회로 인한 참여 방식의 다양성이다. 국가와 시민사회를 매개해주는 정당의 역할 없이 시민이 정부와 직접적으로 연계하는 방식이 보다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대량보급과 보편화는 이러한 현상을 촉진하고 있다. 더 이상 정당이 시민사회와 국가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기능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두번째는 정당과 시민사회의 조직적-구조적 연계가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정당이 계층적-이념적 기반을 통해 지지자들과의 구조적 연계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은 오랫동안 지적돼온 사실이다. 그러나 그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정당 개방화 정책은 오히려 여론조사에의 의존도를 강화하면서 정당정치의 기반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이런 구조적 환경 안에서 정당 조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것이 더욱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정당정치를 강화할 수 있겠는가?

어떤 점에서 보면 문제는 비교적 단순하게 좁혀질 수 있다. 어떻게 정당과 시민사회의 연계를 강화시킬 것인가?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민주주의다. 논문이 나온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당정치를 강화하는 문제는 대단히 어렵다. 최근 민주당에서 ‘정당발전위원회’를 건설하여 정당정치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내놓고 있는데, 현재 한국의 정당정치가 처한 구조적 환경들에 대응하여 어떤 발전안을 내놓을까? 정당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심지어 정치 그 자체에 대한 불신 역시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요즘, 우리는 정당 정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해법은 분명치 않다. 다만 경험을 통해 비추어볼 때 정당정치가 약화될수록, 그리고 정당을 통한 대표체계가 약화될수록 상층편향적, 하층배제적 정치를 강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한 듯 싶다. 정당을 통해 대표 체계가 약할 때, 참여의 기회와 통로가 ‘운동’이나 시민사회 안에서의 자발적 참여에 초점이 맞춰지게 될 때, 정치 참여의 기회와 비용은 그것을 기꺼이 지불할 능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으로 한정되게 된다. 그들이 설령 하층까지 포괄하는 ‘선한’ 대안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선한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선한 귀족정’의 논리이지 민주주의의 논리는 아니다. 나아가 이렇게 될 경우 의제 역시 중산층 편향적인 경향을 가지게 될 수 밖에 없다. 즉 ‘먹고 살만한’ 능력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주장하는 의제와 가치들을 중심으로 의제가 제시된다는 말이다. 정당 정치의 약화는 달리 말하면 ‘지갑을 열 수 있는 사람들’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고 본다.

비록 오래된 논문이긴 하지만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어떤 고민을 어떤 바탕 위에서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논문이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일독을 권하며, 정당 정치에 대한 통찰을 얻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1] 강원택, 한국 정당 연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정당 조직 유형을 중심으로, 『한국정당학회보』 8(1), 2009, p.123

[2] Ibid. pp.123-124

[3] Ibid. p.133

최태준 리뷰어  xowns518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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