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2017 정치/사회
국가란 무엇인가홉스의 정치사상에서 드러나는 바디폴리틱(body politic)
최태준 리뷰어 | 승인 2017.09.29 13:40

자유주의자 홉스?
전체주의자 홉스?

‘토마스 홉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이 이름을 익숙하게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전제왕권을 떠올리거나 혹은 표지에 드러나 있는 절대왕권을 가진 ‘리바이어던(괴물)’을 생각할 것이다. 홉스의 정치사상에 대한 교과서적 설명을 살펴보면 이렇다. 자연상태에서의 인간은 그 자신의 이기심과 자기보존 욕구로 말미암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War of all against all)’ 상태로 돌입하게 되며 이것이 가져올 파괴적 효과를 방지하고 더욱 효과적인 자기 보존을 위해 주권을 위임하는 방식으로서 절대적 권력을 가진 ‘리바이어던’을 세운다. 리바이어던은 위임받은 주권을 통해 절대적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국가의 안정을 추구하는 행위자로 그려진다. 리바이어던은 종종 ‘절대군주제’의 한 변형처럼 이해되는데 이 때문에 홉스의 사상은 정치사상사에서 절대왕정을 옹호한 사람으로 그려지곤 한다. 반면 홉스의 주장과 논리를 두고 그가 자유주의 정치학의 시초를 열었다고 평가하는 논자도 있다.

이번에 살펴볼 논문은 김태진 교수의 「홉스 정치 사상에서의 ‘신체’의 문제: ‘신체’(body)와 ‘인격’(person) 사이의 아포리아」로써, 홉스의 주요 저서에서 언급되는 ‘신체’의 문제를 바탕으로 홉스가 그려낸 국가의 형태와 기능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홉스의 사상이 지성사에서─다분히 자유주의적인─근대적 전환을 이뤄낸 지점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필자의 생각을 잠시만 밝혀두자면, 홉스는 단순히 전제왕권을 옹호한 인물로 그려질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 사상의 기초적 흐름을 닦아놓았다고 평가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홉스의 사상이 가지는 의의는 단지 그의 결말로부터 이끌어낼 것이 아니라 그가 전반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논리의 구조에서 이끌어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고찰점을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리바이어던 표지의 의미

홉스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그의 저작 전체를 관통하는 표현 방식이 ‘은유’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의 저작은 은유를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 그의 주요 저서인 『리바이어던』의 표지만 보더라도 은유적으로 그의 사상이 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리바이어던의 표지를 보면, 머리에는 왕관을 쓰고 한 손에는 칼을, 다른 한 손에는 주교가 쓰는 지팡이인 목장을 들고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거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그 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지상에 더 힘 센 사람이 없으니 누가 그와 겨루랴(Non est potestas Super Terram quae Comparetus ei). 욥기 41장 24절.”[1]

『리바이어던』 표지

무력을 상징하는 칼과 교회권력을 상징하는 목장을 들고 있음으로써 리바이어던은 정치권력과 교회권력을 한손에 모두 쥐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그려지는데, 그 아래 제시된 그림들 역시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성과 교회, 왕관과 교황모자 그 아래에 왕권을 의미하는 대포와 교황권을 의미하는 파면권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총칼과 논리라는 무기가 그려져 있으며, 전쟁터와 종교재판이 그 아래에 그려져 있다.[2] 은유가 사람을 현혹시키기 때문에 거부했다던 홉스가 왜 표지 그림을 은유적으로 사용했을까?

홉스는 국가를 설명하기 위해 신체의 비유를 사용하는데, 이는 당대의 전통적 표현방법들을 답습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를 뒤집어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Attie, 2008, 501). 중세 당시의 신체 유비 방법이 어떤 형태를 취했는지는 필자로서는 읽어본 바가 없기에 말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적어도 홉스의 신체 유비법이 단순한 ‘조화로운’ 신체로서의 국가가 아니라 ‘단일한 의지’를 가진 국가를 상정하고 있다는 점은 쉽게 유추 가능할 것이다. 요컨대, 홉스의 유비법은 신으로부터 유도되는 목적론적 조화가 아니라 ‘이성’과 ‘자연법’에 근거하는 ‘기계적인’ 것이다.[3] 그렇다면 질문은 다음으로 넘어간다. 홉스의 기계론적 신체관은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정치적 기계

홉스는 『리바이어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자연은 하느님이 세계를 창조하여 다스리는 기예(Art)이다. 다른 많은 일들에서 그렇게 하듯이 이 자연을 인간의 기예로 모방하면, 여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나의 ‘인공동물(Artificial Animal)’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생명은 신체나 사지의 운동을 말하고, 이 운동은 내부의 ‘중심부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안다면, 모든 자동장치들(Automata)(시계처럼 태엽이나 톱니바퀴로 움직이는 기계장치들)은 하나의 인공적 생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심장’(Heart)에 해당하는 것이 태엽 (Spring)이요, ‘신경’(Nerves)에 해당하는 것이 여러 가닥의 줄(Strings)이요, ‘관절’(Joynts)에 해당하는 것이 톱니바퀴(Wheels)이니, 이것들이 곧 제작자가 의도한 바 대로 전신에 운동(motion)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예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의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탁월한 작품인 인간을 모방하기에까지 이른다. 즉, 기예에 의해 코먼웰스(Commonwealth) 혹은 국가, 라틴어로는 키비타스 (civitas)라고 불리는 저 위대한 리바이어던이 창조되는데, 이것이 바로 ‘인공인간(Artificiall Man)’이다”(Hobbes 1996, 9).[4]

 

홉스는 리바이어던을 설명하기 위해 인간의 신체와 유비하고 있는데, 여기서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말하고자 했던 바는 강력한 주권자를 내세움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표지 제목(『리바이어던, 교회국가 및 시민국가의 재료와 형태 및 권력(LEVIATHAN or the Matter, Forme and Power of A Commonwealth Ecclesiasticall and Civil)』)에서 드러나듯이 인공인간의 ‘재료’는 무엇이고 ‘제조자’는 누구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명코자 했던 점이 드러난다.

홉스가 기계론적 세계관을 가졌다는 점은 어디에서 드러나는가? 사실 『리바이어던』은 홉스의 기계론적 운동론을 적용한 삼부작인 『물체론』, 『인간론』, 『시민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작품이다. 즉 자연적 신체(natural body), 인간 신체(human body), 인공적 신체(artificial body)에 대한 연속작품으로서 『리바이어던』이 나온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신체론을 정치학적 원리로서 국가론에 연결시키려 했다. 왜냐하면 인간의 신체는 ‘자연적 신체’임과 동시에 ‘정치적 신체’(body politic)이기 때문이다(Hobbes, 2009, 25-26).

홉스는 신체를 하나의 기계장치처럼 이해했다. 즉 각각의 신체는 ‘조화’를 통해 통일되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기계장치처럼 분해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 분해-결합의 방법론은 홉스의 사상을 위험한 것으로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었다. 절대적 권력을 갖는 군주에 대한 이론이 당대에 없지는 않았지만, 홉스가 사용한 분해-결합의 방법론은 다른 이론들과는 결을 완전히 달리 하는 것이었다. 요컨대 홉스의 사상은 중세적 원리로부터 탈피하여 분해-결합의 기계론적 신체론을 국가에 적용함으로써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어냈다.

기계가 가지는 특성은 자동성이다. 그것은 개인의 지배가 아닌 시스템의 지배를 의미한다. 권력의 작동과 원천을 특정한 사람의 신성성이가 귀족적 계급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이해함으로써 홉스는 국가의 영속성을 이론화하려 했다. 자연적 조화라던가, 혹은 누군가의 독단적 지배를 홉스는 거부했다. 다만 그는 인민의 단일한 의지로서 국가 그 자체가 움직인다는 원리를 설명하려 했다. 『리바이어던』 표지에서 드러나듯이, 거인을 이루는 것은 인민들이다. 인민은 국가를 움직이는 단일한 의지를 상징한다. 다시 말해, 홉스는 인민의 단일한 의지에 의해 움직이는 ‘자동적 기계’로서의 국가를 상상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홉스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진리와 진리가 충동할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리가 무엇인지 결정해줄 수 있는 ‘권위’가 필요하다. 권위(authority)라는 말은, 저자(author)가 대리인(actor)에게 부여한 것이다. 권위를 부여받은 대리인은 저자가 되어 권위를 휘두를 수 있다. 홉스에게 중요한 것은 절대적 진리나 절대적 진리를 관장하는 특출한 개인의 지배가 아니었다. 다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충돌 상황이 만들어낸 아비규환을 중재할 수 있는 ‘권위’를 구성해내는 작업이었다. “진리가 아니라 권위가 법을 만든다”라는 명제는 여기서 탄생한다.[5]

홉스에게 근대 국가의 모습은 양도를 통해 구성되는 주권자로 표상된다. 그는 일종의 대리인이다. 대리인으로써 그는 인민의 단일한 의지를 나타낸다. 따라서 정치적 신체를 움직이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동력은 군주가 가지고 있는 본래적인 힘이 아니라 국가가 그 자체로 움직이는 원리에 의한 것이다. 나아가 이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론이 바로 기계론적 세계관, 즉 분해-결합의 방법론인 것이다.

기계적 운동에 의한 국가는 더 이상 영혼이나 초월적 존재에 의해 지배받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운동과 물질에 의해 지배 받는다. 그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하나의 신체구조로서의 국가를 상정하고 그것을 통제하기 위한 단일한 의지로서의 ‘리바이어던’을 내세웠지만, 이제 그것을 구동시키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인민의 ‘단일한 의지’에 의해 리바이어던이 세워지고 국가가 구성되었지만 이제 국가는 어떻게 인격을 부여받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단일 의지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나아가 인민이 계약을 통해 구성한 국가는 어떻게 대표될 수 있는가? 그 형태는 반드시 군주여야만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분명치 않다. 다만 홉스의 사상이 남겨놓은 족적은 단순히 그를 왕당파로 규정할 수 없다는 시사점을 남긴다. 그는 기계론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국가를 분해-결합될 수 있는 하나의 자동적-정치적 신체로 만들어놓았고 이것은 분명하게 근대 정치사상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가 목표한 것이 특정한 목적론에 의거한 조화로운 세계가 아닌, 자동적 장치로서의 국가 안에서 국가를 움직이는 힘을 위임받은 존재로서 주권자를 그리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홉스를 완전하게 자유주의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전체주의자로 만들어버리는 것 역시 너무 가혹한 평가가 아닌가 싶다. 그가 말하는 리바이어던은, 리바이어던이 가져야 하는 강력한 권력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리바이어던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무엇으로’ 구성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홉스의 정치사상을 ‘신체’라는 측면, 특히 ‘정치적 신체’로서의 국가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길 원하는 독자라면 본 논문이 꽤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1] 『리바이어던』 표지; 김태진, 홉스의 정치사상에서 ‘신체’의 문제: ‘신체’(body)와 ‘인격’(person) 사이의 아포리아, 한국정치학회보 51(1), 2017, p.30

[2] Ibid. p.30

[3] Ibid, p.30

[4] Ibid. p.31에서 발췌

[5] Ibid. p.38 참조

최태준 리뷰어  xowns5186@gmail.com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태준 리뷰어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1층  |  대표전화 : 031)955-8898  |  팩스 : 031)955-2557
사업자번호 : 141-81-14390   |  등록일 : 2009.02.01   |  발행인 : 강성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성민
Copyright © 2018 리뷰 아카이브.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