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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정령이 돈을 밝히기 시작했다아프리카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토착신의 변신
홍혜원 리뷰어 | 승인 2017.09.27 23:28

논문의 제목은 논문이 담고 있는 핵심적인 정보를 즉각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장용규(한국외대 아프리카학부 교수)의 「’크레올’(creole)의 영(靈), 마미 와타(Mami Wata): 문헌을 중심으로 본 마미 와타의 문화혼성」(『아프리카 연구』 38, 2015)는 제목만 읽어서는 무슨 논문인지 알쏭달쏭하다. 이 논문을 읽기 위해서는 먼저 크레올화Creolization라는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크레올Creole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creare를 어원으로 하며, 원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스페인인들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단어가 다양한 맥락과 상황에서 사용되면서 크레올화Creolization는 토착문화와 외부문화의 결합으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는 문화 혼성을 뜻하게 되었다.

저자는 중서부 아프리카에 유럽과 인도의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면서 토착신이 어떤 모습으로 통일되고 변화했는지 추적했다. 다시 말해서 토착 신앙이 변화한 데에는 아프리카 사회의 변화가 십분 반영된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저자는 크레올화Creolization와 신비경제Occult Economies라는 두 가지 개념을 끌어들이고 있다.

 

세 문화의 혼혈, 마미 와타

물과 땅에서 모두 살 수 있는 파충류인 뱀을 목에 두른 물의 정령, 마미 와타.

아프리카인들에게 영(靈, spirit)은 전통적으로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본 논문은 수많은 영들 중에서도 물의 정령인 마미 와타(Mami Wata; Mother Water; 어머니 물)에 대해 다루고 있다. 중서부 아프리카에는 원래 다양한 물의 정령들을 가리키는 이름들이 있었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서도 물은 이로움과 해로움을 동시에 가져다 주는 존재였다. 살아가려면 물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예측할 수 없던 홍수와 범람은 많은 이들을 죽이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인들은 전통적으로 물의 정령이 사랑스러움과 매정함을 오가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상상했고 인간과 쉽게 어울릴 수 없는 존재라고 여겼다.

중서부 아프리카 각지의 물의 정령은 19세기 들어서 유럽과 인도문화가 유입되면서 마미 와타라는 이름으로 통일되었고 자연에서 인간이 사는 도시로 들어오게 되었다. 원래 전통적인 마미 와타는 물과 땅에서 모두 살 수 있는 파충류와 인어의 모습으로 형상화 되곤 했다. 서아프리카 해안에 상륙한 포르투갈 선원들의 뱃머리에는 곧잘 인어상이 장식되어 있었고, 이는 아프리카인들이 기술과 무력까지 겸비한 유럽인들을 바다의 영이라고 생각하게 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그래서 서양의 인어상은 빠른 속도로 중서부 아프리카로 퍼져나가면서 마미 와타라는 이름으로 통일되었다(장용규, 2015).

유럽인들 뿐만 아니라 1930년대 이후 서부아프리카에 진출한 인도인들 역시 마미 와타의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힌두교에서 뱀과 관련이 있는 신들의 이야기는 곧잘 마미 와타 신화의 일부분으로 차용되었다. 코브라로부터 보호받는 크리슈나와 시바신이 그런 예들이었다.

 

인간 세상으로 들어온 물의 정령

세계 경제에서 소외되고 경쟁에 뒤처져 있던 아프리카인들은 부유해지고자 하는 욕망을 마미 와타에 투영하기도 했다. 급격한 도시화와 자본주의화를 겪으면서 아프리카인들은 마미 와타가 도시의 고급시계와 화려한 목걸이, 멋진 옷을 입고 시장을 활보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미 와타는 물의 정령이었기에 풍요로움과 부, 생산을 상징하는 신이기도 했다. 그런 신에게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대중문화에서 소비되는 마미 와타. 마미 와타는 인어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코마로스 부부Comaroffs에 따르면 신비경제는 고전적인 경제 활동이 아니라 신비한(신앙에 의존한) 기술을 사용해 부를 취하는 방식을 의미한다(장용규, 2015). 현대에 와서 세속화된 마미 와타는 아프리카 대중 문화의 주제로 자주 등장했다. 가나의 영화 감독들이 마미 와타가 악으로 등장하는 선악의 대결을 자주 영화의 주제로 삼았다는 점과 기금 모금을 목적으로 하는 시에라리온의 마미 와타 축제, 토고와 베냉의 나이트 클럽에서 나오는 마미 와타 모티프의 노래들이 아프리카 대중 문화에 반영된 마미 와타의 현대적 모습을 보여준다.

 

변방 문화의 고민

마미 와타는 외부 문화의 유입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가 토착 문화와 종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중서부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논문의 저자는 문헌을 바탕으로 이런 문화적 혼성 현상이 이뤄지는 배경을 서술했다. 전통과 현대, 토착문화와 외부에서 유입된 문화가 혼재하는 공간에 사는 사람들에게 크레올화와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는 마르지 않는 의문의 샘과 같다. 다른 문화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우리 문화에서 어떤 것을 지켜낼 것인가? 저들의 것이 과연 우리 것보다 나은가?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 문화의 충돌과 융합의 공간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참고문헌

Cohen, Robin. "Creolization and Cultural Globalization: The Soft Sounds of Fugitive Power." Globalizations 4.2 (2007): 5-6. Web. 24 September 2017.

홍혜원 리뷰어  hhw3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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