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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과 육식 옹호는 공존할 수 있는가-동물 권리론과 동물 해방론에 대한 탐색
최은영 리뷰어 | 승인 2017.09.10 06:22

최근 살충제계란 사태가 불거지면서 공장식 축산, 밀집 축산에 대한 문제가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다. 공장식 축산의 문제는 단지 동물권 보호 차원에서 문제가 제기된 것이 아니다. 먹거리 안전과 관련해서 꾸준히 제기된 문제지만, 공장식 축산을 축소하거나 포기했을 때 벌어지는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생산업자들의 수입 하락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막대한 피해로 본격적인 논의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번 살충제계란 사태로 공장식 축산 문제는 물론이고 과도한 육식 문화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번 사태가 새로운 소비 형태와 산업 구조에 대한 변곡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 시점에서 강원대 철학과 교수 최훈「동물의 도덕적 지위와 육식은 동시에 옹호 가능한가」(『철학탐구』 제36집)는 충분한 시의성을 담고 있다. 저자는 논문을 통해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논하는 가장 강력한 두 논변인 동물 권리론과 동물 해방론을 소개하고, 이 두 이론에서 육식 옹호의 논거를 찾을 수 있는지 살펴본다.

 

동물 권리론과 동물 해방론,
그 사이에 놓인 육식

동물권은 꾸준히 사유되어왔다. 인간과 똑같이 탄생과 죽음을 경험하며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를 인간의 편의에 의해 과도하게 사육하고 잔인하게 죽이고 먹는 행위가 과연 도덕적인가, 또는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많은 철학자들이 천착한 문제다.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는 대표적인 이론으로는 톰 리건(Tom Regan)을 중심으로 하는 동물 권리론과 피터 싱어(Peter Singer)를 중심으로 하는 동물 해방론이 거론된다. “동물 권리론은 어느 한쪽에게 해악이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클 때는 비록 그 수가 적더라도 그 해악을 피해야 한다는 악화의 원리에 의해, 사람이건 동물이건 본래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개체는 수단으로 대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개체를 먹기 위해 죽이는 것은 어떤 이유가 됐든 반대한다. 그러나 동물 해방론은 그런 관행으로부터 산출될 수 있는 이익을 계산하여 전체적으로 더 큰 이익이 산출된다면 육식이나 동물 실험도 옹호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중 공리주의의 측면에서 동물 해방론을 먼저 살펴보자. 공리주의에서는 그 자체로 옳거나 그른 행위는 없다. 따라서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육식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동물로부터 고기를 얻는 과정에서 동물에게 빼앗는 중요한 이익을 보존해 준다면 육식도 허용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을 과거 사회의 목축 방식처럼 자연 상태에서 방목을 하여 각 동물의 자연적인 본성을 존중해줌으로써 사람에 의해 부여되는 고통은 없게 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고통 없는 죽음이라 하더라도 동물을 도축하는 행위는 그들이 살아 있었으면 누릴 즐거움을 없애는 것으로, 우주 전체의 쾌락의 총량을 줄이는 것이므로 공리주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이때 육식을 허용할 수 있는 다른 논변이 제시된다.

이른바 ‘대체 가능성 논변(the replaceability argument)’이라고 불리는 이 이론은, 가축들이 이른 죽음을 맞이하는 대신에 그만큼 다른 가축들이 태어나는 것이고, “그 가축들은 앞선 가축들의 이른 죽음이 없었다면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므로 우주 전체의 쾌락의 총량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육식의 쾌락이 덧붙여지기까지 하니 완전 채식 때보다 쾌락의 총량은 오히려 늘어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한 동물의 죽음은 다른 동물의 죽음으로 대체되고, 죽은 동물이 살았으면 누렸을 쾌락의 양과 질은 새롭게 태어난 동물의 쾌락의 그것과 똑같으므로 육식은 공리주의적으로 그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체 가능성 논변이 전제하고 있는 ‘동물의 자연적인 본성을 존중하고 고통 없는 죽음을 보장’하는 상태가 현재로선 거의 불가하다는 점이다. 동물의 본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고통 없이 도살하려면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 텐데, 이는 생산자는 물론이고 싼값에 고기를 소비하던 소비자 또한 만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대체 가능성 논변은 법을 엄격하게 개정하여 사육과 도축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실천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대체 가능성 논변은 실천적인 어려움보다 이론적인 옹호 가능성이 더 문제가 된다. 대체 가능성 논변에서 쾌락을 빼앗기는 동물은 현재 존재하는 동물임에 반해 그 동물의 쾌락을 대체하는 동물은 가상의 동물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이 지점에서 논문의 필자는 “공리주의에서 앞으로 존재할 가상의 쾌락을 계산에서 고려”할 수 있는지,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실재하는 쾌락이 가능성만으로 존재하는 잠재적인 쾌락에 의해 대체되는 것을 공리주의는 인정”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 그러면서 현재 존재하는 대상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능한 대상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전체적 견해(total view)’와 현재 존재하는 대상만 고려해야 한다는 ‘사전 존재적 견해(prior existence view)’를 통해, 대체 가능성 논변이 성공하여 공리주의에서 육식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전체적 견해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대체 가능성 논변은 전체적 견해에서는 인정되지만 사전 존재적 견해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동물 해방론의 공리주의에서는 육식을 정당화할 여지가 조금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동물에게 침해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하는 동물 권리론에서는 육식은 전혀 허용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다만 동물 권리론자로서가 아닌 동물과학자로서 스티븐 데이비스(Steven L. Davis)의 주장 정도가 육식의 여지를 열어두기는 했다. 그는 동물 권리론의 핵심 주장인 최소 침해의 원리를 잘 구현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채식보다는 식물성 먹거리와 되새김질 동물의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스에 따르면 채식은 동물에게 최소한의 침해를 하는 식량 방식이 아니다.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 죽는 동물들의 숫자가 고기를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의 숫자보다 많기 때문이다. 채식을 위해 작물을 경작하기 위해서는 트랙터나 콤바인 등을 이용해서 쟁기질, 써레질, 수확 등의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꿩, 야생 칠면조, 토끼, 들쥐 등이 희생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물을 최소한으로 침해하는 대안으로 채식과 목축을 결합한 농업을 제안한다. “목초(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트랙터나 콤바인이 거의 필요 없으므로 희생되는 동물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문의 필자는 “채식을 위한 농업에서 희생되는 동물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공장식 농장에서 고통 받는 동물이 침해 받는 권리가 훨씬 더 많다”며, “평생을 행복하게 살다가 죽는 순간에 고통을 받는 동물이 아무리 많아도 그 삶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고통을 받는 동물보다 나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들짐승이 겪는 고통은 위에서 말했듯이 인간이 의도하지 않은 것이지만, 사육 동물의 고통은 인간에 의한 것이므로 윤리적인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데이비스의 논변이 어느 정도 타당하기 위해서는 동물에게 전혀 고통을 주지 않은 채 자연 상태에서 방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사유의 시도,
그리고 남은 숙제

본 논문은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는 이론인 동물 해방론과 동물 권리론을 유지하면서도 육식을 옹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동물 해방론에서는 공리주의의 대체 가능성 논변이 그런 시도였고, 동물 권리론에서는 데이비스의 주장을 소개함으로써 옹호 이론이 가능한지 보여주었다. 하지만 대체 가능성 논변이 타당성을 확보하려면 상당히 까다롭거나 복잡한 전제들을 받아들여야 하며, 데이비스의 논변은 가정 자체가 오류임을 적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동물권과 육식을 동시에 옹호하려는 철학적 시도가 논리적 정당성을 얻기에 부족함이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동물 권리론이나 동물 해방론에서 시도된 동물권과 육식의 동시 옹호 논변은, 현재 축산업 구조나 소비 형태상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론의 비논리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 해방론이나 동물 권리론은 동물에 대한 사유이자,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동물에게 권리가 있는지,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며, 동물이라는 존재는 어떻게 사유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시도이다. 그 사유 과정에서 육식과 축산업에 대한 고민과 반문은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사람은 원래 잡식성이므로 육식을 해야 하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라는 주장에서부터 고기를 씹는 단순한 쾌락을 위해 동물을 잔혹하게 사육하고 죽일 권리가 과연 인간에게 있는가라는 반문까지 다양한 지점에서 육식과 축산에 대한 의견이 분출한다.

하지만 그 수많은 의견은 결국 한곳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 육식을 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를 떠나, 지금 우리의 소비 형태나 축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동물권은 물론이고 인간의 건강도, 환경 문제도 더 나쁘게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것. 너무 많은 소비, 그에 따른 너무 많은 공급은 이를 지탱하는 왜곡되고 과잉된 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인간과 똑같이 고통을 느끼는 동물의 생명을 존중한다면, 그리고 불안한 먹거리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제라도 공장식 축산이라는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것이 동물권과 인권 모두를 지키는 길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허남결, 「동물의 권리에 대한 윤리적 논의의 현황」 ,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불교학보43, 2005

목광수, 「윤리적인 동물 실험의 철학적 옹호 가능성 검토」 , 철학연구회, 철학연구 90, 2010 

 

최은영 리뷰어  octovemb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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