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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독점 혹은 경쟁이 첨단산업 혁신 촉진!한국 제조업에서의 기술혁신과 경쟁의 관계에 대한 실증 연구
김종현 리뷰어 | 승인 2017.08.24 09:41
혁신연구의 선도주자로 유명한 경제학자 슘페터. 출처:Wikipedia

개별 기업의 차원에서든 경제 성장의 차원에서든 기술혁신은 핵심적 역할을 차지한다. 그래서 기술혁신의 경제적 원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제법 많은 논란과 연구가 이뤄졌다. 이는 마르크스와 슘페터부터 해서 오늘날의 경제학자들에게까지 화두가 되는 주제다. 이에 대한 실증연구도 여럿 이뤄져 왔는데, 이번에 소개할 논문(정호진, 백철우, 정의동, 이정동 「경쟁과 기술혁신의 관계」, 『산업경제연구』 27(20),2014) 역시 그 일환이다. 특히 이 연구는 한국의 제조업 자료를 주된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이다. 이 주제의 연구는 어떤 이유에서든 경제와 혁신의 관계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는 검토해볼 주제이기 때문에 필히 소개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혁신을 촉진시키고 경제가 클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에게나, 혁신이 경제에 주는 충격으로 인해 야기되는 경제위기 등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에게나 말이다.

 

경쟁과 혁신의 관계,
연구의 흐름과 과제

근대적 혁신연구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경제학자 슘페터와 슘페터주의 관점을 따르는 많은 경제학자들은 불확실성과 경쟁이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주장했고 그에 따른 실증연구를 내놓았다. 그는 독점 기업이 자신의 후생손실(Deadweight Loss)을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을 수행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과점화가 진행될수록 기업은 연구개발 수행을 위한 비용적 여지가 넉넉해지므로, 경쟁보다는 어느 정도의 독점이 있는 편이 혁신에 유리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외에도 슘페터주의자들은 경쟁이 너무 심하면 연구개발활동으로 혁신이 이뤄져도 높은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지가 불확실하다는 점, 과점기업들의 R&D가 경제성장을 촉진시켰다는 점, 종업원의 수가 많을수록 연구개발이 촉진된다는 점 등등 다양한 이론∙실증적 근거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경쟁이 심해질수록 혁신이 저해되는 효과를 ‘슘페터 효과’라고 부르게 됐다.

 

이에 반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도 유명한)케네스 애로우 등은 불확실성과 경쟁이 오히려 혁신의 촉매제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경쟁이 강할수록 기업들은 혁신을 통해 얻는 수익을 노리게 될 뿐 더러 생존의 압력에도 노출된다. 또한 경쟁이 약할수록 강화되는 관료주의는 혁신의 저해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슘페터 효과와는 정 반대로, 비슷한 수준의 경쟁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탈경쟁 효과’를 노리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에 따르면 독점기업의 경우에는 오히려 혁신의 유인이 적을 것이다. 실제로 실증연구에 따르면, 기술 진보가 이뤄지는 산업에서는 경쟁에서 기술진보를 이뤄낸 기업들이 ‘탈경쟁’을 해서 시장집중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음을 보였다. 또한 이윤극대화가 아니라 생존 그 자체가 목표인 경우에서나, 또는 혁신으로 인해 선두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모든 기업들에 균등하게 주어진 경우에도(Neck-and neckness) 혁신은 R&D를 촉진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했다는 실증연구들도 제시되었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전통의 연구가 경합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 둘 모두를 종합한(혹은 모두를 반박하는) 주장 또한 등장했다. 즉 경쟁과 혁신의 상관관계는 역-U자형이라는 것, 즉 그 정도에 따라 상관관계가 긍정적일 수도 하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즉 경쟁의 강도에 따라 탈경쟁효과가 더 큰 구간이 있을 수 있고 슘페터 효과가 클 수 있다. 경쟁이 너무 심할 때에는 슘페터 효과가 지배적일 것이다. 너무 심한 경쟁의 제약 하에서는 혁신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초기 이윤이 다소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경쟁이 너무 낮은 경우에는 탈경쟁효과가 더 지배적일 것이다. 또한 산업 내의 기업들 사이의 기술 수준이 불균등한 경우(Unlevelled)와 균등화되는 경향이 있는 산업(Levelled)의 경우를 나눠서 생각해보자. 경쟁 수준이 낮은 경우에는 ‘Levelled’ 산업에서 비슷한 기술수준을 가진 기업들 중 일부가 경쟁을 탈피하기 위해 선도적 혁신을 하려는 유인이 크지만, 경쟁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Unlevelled’산업에서는 오히려 혁신을 선도한다고 해도 선도기업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매우 높지는 않다. 선도를 하기 보단 늦게 혁신을 수용하되 선도기업의 혁신을 추종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즉, 이 경우에도 경쟁의 수준이 낮을 때에는 경쟁이 높아질수록 혁신의 효과가 좋지만(탈경쟁효과) 경쟁이 너무 심해지면 결국 (재빨리 경쟁자를 따라갈 생각은 하지만)아무도 혁신에 ‘먼저 나서려고’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수준이 이미 전반적으로 불균등하다면)선두기업은 혁신을 한 두 번 먼저 하든 말든 어차피 선두기업을 것이고, 혁신을 조금 먼저 한다고 크게 얻을 이익도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슘페터효과가 우세하다.

이러한 역-U자형 관점에 대해서는 기업수준에서 그리고 산업수준에서 많은 실증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기술체제’ 관점에서, 즉 전유성이 높은지 여부에 따라 구분하는 관점에서도 여러 연구가 이뤄졌다. 그런데 어떤 관점에서 혹은 어떤 수준에서 연구하는지에 따라 혁신과 경쟁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소 상이한 결론이 도출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저자는 기술혁신과 경쟁의 관계라는 주제로 한국 제조업을 분석하고자 하며, 특히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혁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서 초점을 두겠다고 말한다. 특히 첨단산업과 비첨단 산업은 기술의 기회나 전유성 등 혁신에 관해서나 각종 경쟁의 구도 등에서 차이가 상당히 나므로 저자는 이 둘을 구분해서 실증연구를 진행한다. 이 점은 기존의 혁신 연구에서 충분히 시도되지 않은 지점이므로 ‘혁신적’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실증 분석

첨단산업과 비첨단산업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첨단산업의 경우에는 연구개발 투자로 인한 매몰비용이 높아서 시장이 덜 경쟁적인 면이 있다. 또한 첨단산업일수록 세계화 경향이 더 큰데, 이 경우 시장확대와 규모의 경제로 인한 효과로 인해 시장집중도가 높아지며 진입기업 차단도 그에 따라 강력해진다. 그리고 첨단산업일수록 과학기술적 지식에 대한 의존성이 높고 전유성도 높다. 전유성도 높고, 흔히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존하는 형성이 된다. 비첨단산업은 이에 반대되는 특성이 드러나며, 소규모 기업들의 빠른 진입과 퇴출이 반복된다. 이처럼 다양한 차이로 인해서 첨단 산업과 비첨단산업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으므로, 이 둘을 구분해서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데이터를 취급할 때에도 반영을 자세히 반영하지만 본 리뷰에서 자세히 언급하는 것은 가독성을 낮출 것이므로 생략한다.

논문에서는 간단한 계량경제학 연구모형이 제시되는데, 리뷰를 읽은 독자들이 흥미가 있다면 수식을 직접 읽어보면 될 것이므로 여기에서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간단히 말해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집약도가 경쟁, 영업이익률, 수출비중, 산업규모, 자본집약도 등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추정하는 모형이다. 데이터는 2002년에서 2009년까지 조사된 한국기업데이터와 한국신용평가정보에서 제공하는 KISVALUE가 제시되었다. 물론 자료의 특성상 국내기업 내의 경쟁 위주로 다뤄지는 한계가 있다. 일부 산업들은 다국적 기업들과 글로벌 경쟁을 펼치고 있으므로 불충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아예 수출비중이 높은 경우(40%, 50%, 60% 수준에 따라 구분을 따로 했다)글로벌 경쟁산업은 분석대상에서 제외했다.

경쟁의 측정지표로는 ‘허핀달 허쉬만 지수’를 사용했다. 이는 개별기업의 매출액을 산업전체의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그 값이 높을수록 시장집중도가 높고 경쟁이 약하다는 뜻이 된다. 한편 혁신의 지표로는 산업의 연구개발집약도를 사용했다. 이는 각 기업의 연구개발집약도를 시장점유율을 가중치로 둬서 합한 수치이다(큰 기업일수록 산업의 연구개발집약도에 주는 영향도 크므로).

 

극단적인 경쟁 혹은 극단적인 독점,
그것이 혁신을 촉진시킨다

저자는 분석결과에 따르면 첨단 산업에서는 경쟁과 혁신 사이의 관계가 U자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논문의 전반부에서 언급된 많은 이론∙실증적 모형과 꽤나 대조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슘페터 효과가 우세한 것도, 탈경쟁 효과가 우세한 것고, 혹은 그 둘 사이의 역전으로 역-U자형 관계가 나온 것도 아니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산업일수록 연구개발집약도가 낮았고, 산업규모나 자본집약도가 높은 경우 역신이 혁신에 악영향을 줬다. 한편 비첨단산업에서는 경쟁과 혁신이 오히려 부정적 상관관계를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슘페터 효과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영업이익률이 높을수록 연구개발집약도도 높아졌다. 산업규모나 자본집약도가 높은 경우가 혁신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첨단산업과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첨단 산업에서 다소 의외인 이런 결과가 왜 나온 것일까? 첨단산업에 역-U자형 모델이 적용되는 이유는, 대체로 초기 경쟁의 상태가 Levelled, 즉 기술수준이 균등하다고 가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첨단산업의 실증결과에는 정반대로 U자형 모델이 적용되었다. 즉 오히려 초기 기술수준이 Unlevelled, 즉 불균등한 상황인 것이 한국 첨단산업계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경쟁이 낮은 구간에서는 경쟁이 약할수록 혁신이 촉진되는 슘페터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경쟁이 심화되는 구간에서는 오히려 기업들이 비슷한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혁신선도의 유인이 커지게 되고 탈경쟁효과가 우세해진다.

요컨대, 한국의 제조업 첨단산업 부문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기술격차가 큰대다가 특히나 1998년 이후로 이것이 지속적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혁신의 정도도 혁신의 가능성도 대기업이 앞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을 굉장히 억제하거나 완전경쟁에 가까울 정도로 최대한 촉진시키는 양극단적인 해결책이 (적어도 한국의 산업환경에서는) 혁신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현실에서 경쟁법을 고려할 때 후자가 나을 것이라는 제안을 하기는 한다. 한편 비첨단 산업에서는 기술기회가 낮고 전유성도 낮으므로, 시장지배력이 강한 기업들이 그나마 혁신하기 쉬운 편인데다가 거기에서 얻은 이득도 독차지하기가 쉽다.

 

진정한 문제는
기술의 불균등성 여부

저자의 연구들은 글로벌 경쟁에 관해서는 제한적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실 경제에서 경쟁과 혁신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상당히 된다.

그런데 실증 결과를 보자면 사실 기업의 규모나 시장집중도는 진정한 이슈가 아닌 듯 하다. 핵심은 해당산업에서 기술수준이 균등한 경우라면, 자신이 먼저 선도적으로 혁신을 이끌어서 이득을 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실증된다. 반면 기술수준이 불균등한 산업이라면, 이미 한참 앞서나간 선두주자는 자신이 먼저 나서서 혁신을 할 생각을 안 하고, 후발주자들도 선도주자의 기술을 받아들이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애써서 혁신에 애쓰는 것보다 그 편이 낫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기술격차가 하나의 ‘주어진 사실’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실증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사실은 기술혁신을 이해하는 데에서 기업의 규모나 시장 집중도는 2차적 중요성을 지니는 것이지 진정으로 중요하고 가장 근본적으로 고찰되어야 할 요소는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연구결과였다. 독자들도 이 논문과 추천 논문들을 읽어보고 판단하시길 바란다.

 

추천 논문

장대익, 「기계산업에 있어서 기술격차, 혁신 및 기술협력에 관한 연구: 대∙중소기업간 차이를 중심으로」, 『산업혁신연구』, 27(1), 2011

서란주∙김진수, 「기술혁신, 시장점유율 및 기업가치 간의 관계 분석」, 『산업경제연구』 24(5), 2011

김종현 리뷰어  mrkim_sa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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