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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삶의 일부로 수용한다는 것실존주의 심리치료와 노인요양시설
김연정 리뷰어 | 승인 2017.08.25 16:25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음에 이르러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되는 ‘고독사’ 문제가 종종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2011년 693명이었던 한국의 무연고 사망자가 2016년에는 1,232명으로 5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었다. (http://www.gailbo.com/default/index_view_page.php?idx=208631)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사회안전망의 미흡 등에서 ‘고독사’ 증가 원인을 찾는다. 노인복지시설 확충이 그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요양시설의 디자인 방향을 실존주의 심리치료에 의거하여 모색하고 있는 논문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정미령의 논문 「얄롬의 실존주의 심리치료에 의거한 노인요양시설 디자인 방향에 대한 연구」 (『한국실내디자인학회 논문집』24(3), 한국실내디자인학회, 2015)에서는 노인요양시설 입주 노인의 외로움과 우울, 공포, 자기효능감 상실 등의 근본적 원인을 실존적 문제에서 찾는다. 그리고 실존주의와 얄롬의 실존주의 심리 치료가 어떻게 노인요양시설 디자인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얄롬은 인간의 실존적 근본 관심은 죽음, 자유, 소외, 무의미라고 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이에 기반하여 노인요양시설에서 이를 고찰하고 해결할 수 있는 지원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실내환경 적용방법과 적용 공간을 제시한다. 이를 토대로 호주, 덴마크, 일본, 우리나라의 시설을 분석하여 현황을 분석하고 앞으로 노인요양시설 설계 시 고려해야 하는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실존주의와 얄롬의
실존적 심리치료

실존주의는 20세기 전반에 합리주의와 실증주의 사상에 대한 반동으로서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철학사상이다. 실존주의는 개체로서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단독자로서의 개체이자 사유하고 행동하는 근원인 나 자신의 존재에 초점을 맞춘다. 19세기의 키에르케고르와 니체, 20세기의 하이데거, 야스퍼스, 사르트르, 마르셀 등이 실존주의를 발전시켰다. 인류의 진보를 신뢰한 19세기의 낙관주의는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쇠퇴하였다. 실존주의는 인간 현실이 불안정하고 위험함을 인정하며, 인간이 세계에 던져져 있고 인간의 자유는 그것을 공허하게 만들 수 있는 한계에 의해 제한된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프랑클의 로고테라피, 빈스방거 등의 현존재분석, 롤로 메이와 얄롬의 실존적 심리치료 등이 실존주의에 바탕을 둔 심리치료 방법이다. 얄롬은 프로이트 이후 진단적인 ‘문제증상’들에 초점을 맞춰 치료하던 방식의 관점을 바꾸어 삶의 궁극적 문제들로 옮겨 보려고 하였다.

얄롬의 실존적 심리치료에서는 인간의 근본적인 갈등을 인간 존재에게 주어진 것과 개인이 직면하는 것에서 흐르는 갈등으로 본다. 한계가 있는 존재로서의 우리에게 부여된 근본적 관심은 죽음, 자유, 소외, 무의미이다.

 

 

실존주의 네 가지 주제의
노인요양시설 환경에의 적용방안

실존주의 심리치료에서 다루는 위의 네 가지 주제는 일반적으로 우울하고 불편하여 언급을 피하고 싶어하는 주제이나, 인간에게 근원적으로 내재된 이러한 문제를 기피하고 덮어버린다고 없어지지는 않는다. 유병 노인은 이미 이러한 주제들을 병의 과정이나 부모와 배유자의 죽음 등을 통해 느껴 왔을 것이며, 그들이 우울해 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질병과 장애를 가지고 남아 있는 여생을 행복하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실존주의적인 성찰이 필요하며 환경은 이를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단, 저자는 환경적 지원만으로 실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분명한 한계점이 있으므로 상담․대화․호스피스․교육․지역교류 등의 프로그램이 반드시 같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1) 죽음

연구자는 우리나라가 노인요양시설에서 거주하다가 임종을 맞이하는 노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조차 죽음과 관련된 주제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되고 있는 데에 문제를 제기한다. 주변 노인이 보이지 않을 경우, 말하지 않아도 사망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죽음불안이 오히려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한 준비는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 요양병원 노인의 품위 있는 죽음」(임승희 외 1인, 『사회과학연구』28(4), 2012)

실존주의 심리치료의 관점에서 죽음 불안을 없앨 수는 없지만, 죽음에 대하여 직시하고 준비할 때 어떤 상황에서든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고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는 있다고 본다. 저자는 실존주의의 관점에서 죽음에 대해 직시할 기회를 주는 좋은 예로 공동묘지가 보이는 거주실의 사례를 제시한다. 또, 거주노인 사망 시 추도식 공간과 의식을 시설 내에서 준비하는 것은 다른 거주 노인들에게 죽음을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하고, 공동체로서 함께 고인을 추도하면서 죽음에 대하여 자연스러운 경험을 갖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2) 자유

실존주의 심리치료에서 자유는 자신의 인생과 고통, 그에 대한 태도가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것과 그에 대한 책임을 깨닫고 능동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과 건강에 선택과 결정을 자유로이 하는 것, 자신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역할을 포함하여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조직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요양시설에서 케어일정, 프라이버시 부족, 시간적 제약, 익숙한 활동 부재, 과도한 보호가 노인들로 하여금 직원에게 의존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고 본다. 오히려 직원이 도움을 덜 주는 것이 환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책임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식사 시간과 장소, 케어나 일상 활동의 계획, 목욕이나 산책 등의 개인보호 활동에 대한 노인 자신의 영향력이 아직 낮은 편이다. 따라서 신체적 억제 없는 환경, 자신이 자유로이 가지고 있던 가구나 물품을 배치할 수 있는 적절한 크기의 거주실, 직원을 호출하지 않고도 자세를 바꿀 수 있는 전동침대, 원할 때 차나 간단한 간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이 부엌, 장애가 있어도 세면․양치․옷 선택 시 스스로 최대한 자신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적인 보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3) 소외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은 서로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홀로 고통을 겪어야 하며 혼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철저히 고독한 존재이다. 실존적 심리치료에서는 소외를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 대인 관계적 소외는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사회적 관계 안에서 만족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 저자는 대인 관계적 소외는 마음이 통하는 다른 노인, 직원, 자원봉사자들과 친밀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둘째는 개인내적 소외로, 인간이 자신의 느낌이나 욕구를 억압하면서 ‘의무’를 자신의 소망으로 인식하고 자기 판단을 불신하거나 잠재력을 사장시킬 때 나타난다. 이는 시설의 프로그램과 방침에 따르는 동안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억압하면서 내적으로 불만이 쌓일 때 발생한다. 저자는 내적 소외 해결을 위해 1990년대 이후 미국, 유럽 등에서 거주노인 중심의 케어와 노인의 선택에 우선가치를 주는 문화의 변화(Culture Change)가 적용되어 긍정적인 성과를 검증받은 사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실존적 소외는 타인이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느끼는 근원적인 소외로, 자신과 타인과의 큰 간격, 인간과 세상 사이의 분리를 인식하면서 나타난다. 지금까지 두텁게 쌓아온 안식처로서의 환경 형상은 한순간에 질병과 함께 상실되고, 낯선 환경에 던져져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만성통증으로 인해 지속되는 고통은 다른 사람이 나누어 져 줄 수 없으며 죽음은 혼자 직면하여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소외를 인지하고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깊은 명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실이 없는 경우에는 소란스러운 시설에서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전 존재를 다른 존재에게 향하는 대화, 이기심 없는 사랑과 돌봄을 통하여 실존적 고독감을 줄이고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4) 무의미

인간이 의미, 목적, 가치 없이 산다는 것은 상당한 고통과 우울함을 야기하나, 개인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여야 한다. 저자는 영성과 종교가 삶의 의미나 성공적 노화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에 주목하며, 종교적 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요양시설에도 종교 공간과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제안을 한다.

얄롬은 삶의 의미를 이타적인 활동, 대의명분(이상)에 대한 헌신, 창조성, 살아있다는 즐거움을 찾는 것(The Hedonistic Solution; 쾌락주의), 자기실현, 자기 초월과 인생의 주기(週期)로 항목화 하였다.

이를 위해 저자는 요양시설 노인들의 자원봉사 참여(이타주의)와 요리․놀이․연구․정원가꾸기(창조성), 양질의 간접조명과 햇볕 신선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 외부로 통하는 큰 창․가족과 친구 방문을 위한 넉넉한 개인 공간(쾌락주의) 등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위에서 기술한 실존주의 심리치료의 실내 환경 적용 항목과 내용, 주로 적용될 공간을 도식화하여 <그림 7>에서 보여준다.

 

저자는 끝으로 호주와 덴마크, 일본, 한국의 노인요양시설 환경을 분석하고 이를 종합하여 디자인을 제안하며 본 연구의 결론을 정리한다. 저자가 <표4>에서 정리한 실존주의 심리치료이론에 의한 노인요양시설의 현황을 보면 전반적으로 가장 환경적 지원이 잘 되어 있는 관심항목은 자유와 소외였으며, 그 다음은 무의미였다. 죽음에 대한 지원이 가장 부족하였다.

 

연구자가 본 연구를 통해 정리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실과 이별, 질병, 주위의 죽음을 겪어온 노인 요양시설 입주노인에게 죽음, 자유, 소외, 무의미의 실존적 문제는 큰 의미를 가지며, 이의 해소를 보조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둘째, 죽음은 노인 요양시설 환경에서 가장 지원되고 있지 않은 문제이다. 죽음에 대하여 직시하고 죽음을 삶의 일부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하여 생각하고 대화할 수 있는 가족 사진 등의 요소와 이를 놓을 수 있는 장소, 호스피스 프로그램, 거주노인 사망 시 추도식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셋째,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을 수용하여 능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체적 장애를 지원해 주어야 하며 거주자의 자립과 결정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 예로 1~2인실의 구성, 전동침대, 안전하고 자유로운 부엌과 정원 이용 등이 있다. 우리나라 시설은 사고 시 가족과 직원간의 책임소재 분쟁 때문에 노인을 과보호하여 잔존 능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노인․직원․가족이 자유와 안전 간에 적절한 수준의 논의가 필요하다.

넷째, 소외 중 대인 관계적 소외와 개인 내적 소외의 환경적 프로그램 해결에는 많은 발전이 있었으며, 우리나라 시설은 거주단위 노인 수를 감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실존적 소외는 아직 제대로 다루어진 적이 없는데, 실존적 소외를 해소하는 방법의 첫 단계인 성찰과 명상을 위하여 고용한 공간과 시간이 반드시 제공되어야 한다.

다섯째,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에서 남을 도와줄 수 있고 유익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노인의 신체적․인지적 상황에 적절한 환경적 지원이 필요하며, 창조성․자아실현의 지속적인 노력을 위한 취미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끝으로 저자는 상담, 대화, 호스피스, 교육, 지역교류 등의 프로그램 동반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심리학․사회복지․간호․실내디자인 간의 지속적인 융합적 협력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안전하고 아름답고 노인의 실존적 문제 해결을 지원할 수 있는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논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노인요양시설의 양적인 확충과 입소 시 경제적 비용으로 인한 문턱을 낮추는 방법 등의 과제에 대한 고민도 하게 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류혜지, 「국내 노인요양시설의 공간디자인 특성에 관한 사례연구」, 한국실내디자인학회, 『한국실내디자인학회 학술대회논문집』 15(1), 2013.

배지연, 「롤로 메이의 실존적 인간 이해와 실존 치료」,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 『철학 실천과 상담』 5, 2014.

 

김연정 리뷰어  equ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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