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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제의 부상배경과 그 가능성하나의 비판적 검토
김종현 리뷰어 | 승인 2017.08.23 08:41

기본소득은 전세계적으로 ‘핫이슈’이다. 핀란드 정부의 기본소득 실험, 프랑스 대선에서의 브누아 아몽의 보편적 기본소득 공약, 국내 주요 정치인들의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언급 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난 수 십 년에 걸쳐 세계적으로 진행된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낳은 불평등에 대한 반감도 클 것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에 대해서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일고 있다. 오늘날 이뤄지고 있는 그러한 논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김영순, 「기본소득제 부상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의미」, 『월간 복지동향』(221), 2017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 기본소득인가?

저자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낯선 개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놀라울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는 개념이기도 한데, 저자는 “기술 진보∙산업구조 변화∙세계화에 따른 고용의 변화, 가족구조 및 젠더체제의 변화, 그리고 노동의 양극화에 대응하는 정치적 양극화”(5)가 그 원인이었다고 진단한다. 현대 서구복지국가에서 소득보장의 근간은 사회보험 제도였는데, “시민들은 노령, 질병, 실업, 산재, 장애 등 사회적 위험에 처하게 될 때 연금, 상병급여, 실업급여, 산재급여, 장애급여 등을 받아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6) 재원은 대부분 가입자가 지불한 보험료였는데, 기여에 비례한 높은 수준의 급여가 가능했지만 빈민들에게는 세금으로 조달되는 공공부조가 필요했다.

스위스의 기본소득 촉구 캠페인 장면. 출처:Wikipedia

그러나 1970년대 이후로 불안정노동과 실업이 늘어나면서 사회보험 수급권을 가진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복지국가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공격, 중간층 납세자들의 불만 등이 높아지면서 이는 지속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이 도입되고, 소위 “근로연계복지 정책”이 강조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른 정책은 장기실업이나 청년실업을 결코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실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저임금 일자리라도 선택하게 됨으로써 워킹푸어만 양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기본소득은 이러한 역사적 경험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것이다. 허나 흥미롭게도 기본소득에는 좌파버전과 우파버전이 모두 있었다. 좌파는 “노동과 복지를 완전하게 분리”하는 동시에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관료적, 비효율적이고 낙인효과를 수반”하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충분히 돕지 못했기 때문에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과 더불어 충분성을 갖는 기본소득”(6)을 요구했다.

반면 우파는 다소 상이한 목적에서 기본소득에 접근했다. 이를 통해 수요를 창출해 경제를 부양하고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되, 근로 의욕을 자극하면서 기존의 복지제도를 축소∙구조조정하는 대신에 기본소득을 보장해주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던 것이다. 사실, 최근 화두가 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도 전형적으로 이런 동기에서 지급된 것이다.

사실 한국의 사회보험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형식적으로 보편주의를 추구했지만 사회보험제도는 결코 ‘보편적’이지도 ‘포괄적’이지도 않았다. 사회보험뿐 아니라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 역시 사각지대가 비대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기본소득제는 바로 이런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기본소득이 각광받고 있는 데에는 전세계적으로든 한국에서든 이른바 ‘4차 산업혁명’ 담론도 한 몫을 했다. 물리적∙인지적 자동화로 인해 노동소득에 의존해서 삶을 영위하기가 힘든 상황이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비단 실업으로 내몰리지 않더라도 크라우드 소싱에 의해 불안정 일자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마찬가지로 크다. 이런 전망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소득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유일한 소득보장의 대안이다. 물론 우파버전에서는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대신에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실리콘밸리에서 기본소득 보장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주창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일 것이다.

 

기본소득은
마법의 탄환인가

그러나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이 아직 “징후”만 보일 뿐이지, 그 구체적 모습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10). 즉 최근의 담론만에 근거하여 섣불리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나아가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또한 여전히 유럽의 많은 복지국가들은, 한계와 위기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지적된다.

게다가 한국적 맥락에서는 기본소득보다도 ‘고전적’인 복지제도들을 확충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재정 확대 능력을 생각하면 기본소득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저자는 신자유주의 버전의 기본소득 담론에 포섭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한국의 기본소득론자들처럼 일단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보자는 태도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설사 당장 한국에 기본소득 제도가 도입되고 한다고 해서 그 진보적 이상을 실현하는 것과는 오히려 거리가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혹자는 기본소득 역시 점진적으로 확대해가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회보험∙사회수당은 분명히 취약계층을 타겟으로 한 우선순위를 가지는 정책인데 반해 기본소득은 기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할당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노동의 종말”이 가까우므로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는 도식 대신에, 다양한 대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고 기본소득 등의 소득보장책은 현실적 제도들을 고려하는 제도들과 더불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리 있는 비판,
부족한 과감성

기본소득 담론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는 분명히 타당성이 있다. 분명 기본소득을 전통적 복지제도의 해체에 활용하려는 입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실체가 불분명한 4차 산업혁명을 근거로 무작정 기본소득을 정당화하려는 데에는 비약이 있기도 하다. 한편 물론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이 대규모 실업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 점부터가 상당히 논쟁의 여지가 있는 지점이라는 것 역시 덧붙이고 싶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와 문제점들 때문에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서 저자처럼 너무 회의적일 필요는 없다고 한다. 저자가 기본소득이 영원히 쓸모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핵심이 되는 주장은, 보다 고전적인 복지제도의 도입∙확대가 좀 더 중요하고 더 높은 우선순위를 가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둘이 양립 불가능한 것인가? 저자처럼 재정적 우선순위를 꽤나 엄격하게 따질 때에는 그럴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발본적으로 생각해보자면, 훨씬 누진적인 조세제도와 보다 급진적인 소득∙자산 분배 제도들을 도입한다면, 전통적인 복지제도와 기본소득제를 함께 추구할 수 없다는 법은 없다. 물론 기본소득제도가 “마법의 탄환”(10)은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제도가 신자유주의 하에서 이뤄진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는 한 단순히 이러한 목표를 폐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복지제도를 너무 자기제한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또한 이런 요소들을 보다 담대한 사회변혁적 전망과 더불어 생각할 필요도 있다.

요컨대, 기본소득 옹호론자들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있지만 이들의 대안을 일방적으로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를 옹호하는 주장과 반대하는 주장 모두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양자의 입장을 소개하는 논문을 모두 소개하고자 하니 관심 있는 독자들은 읽어보길 바란다.

 

같이 읽어볼 논문

박석삼, 「기본소득을 둘러싼 쟁점과 비판」, 『노동사회과학』3, 2010

강남훈, 「왜 기본소득인가」, 『기독교사상』690, 2016

김종현 리뷰어  mrkim_sa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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