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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 된 인공지능(A.I.)정답이 없는 인간의 사랑에 다가선 인공지능
이지호 리뷰어 | 승인 2017.08.25 16:24

우주, 초능력, 괴수, 마법 등 상상만 가능했던 것을 현실화시켜 눈앞에 제시하는 영화. 우리는 상상했던 일의 실물을 영화를 통해 확인하곤 한다. 이를 가능케한 카메라, 조명, CG, VFX 등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영화의 시각적 발전을 급속도로 이끌었으며 이와 함께 영화 속의 스토리, 주제, 소재 등 내용적 발전까지 함께 이끌었다. 최근에는 영화의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과학기술 자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인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역할을 맡게 된 인공지능의 영화 출연에 주목한 경기대학교 대학원 영상예술학 박사과정의 인수형은 「영화 속 인공지능의 역할 변화에 대한 연구 : <로맨틱 컴퓨터>(Electric Dreams)와 <그녀>(her)를 중심으로」(『영화연구』 (72), 2017)를 발표했다. 영화의 비주얼에만 관여한다고 생각한 과학기술 자체가 극중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설정은 과학기술과 영화예술의 협업이 어디까지 극대화될 수 있는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내러티브에 참여한 인공지능(A.I.)
<그녀>, <로맨틱 컴퓨터>의 로맨스를 이끌다!


1895년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서 상영된 <기차의 도착>으로 시작했다고 여겨지는 영화는 과학기술과 함께 탄생하고 발전해왔다. 사실 1895년 이전에도 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키네토그래프라는 카메라와 녹화된 영상을 재생시키는 키네토스코프란 관람 상자가 발명되어 있었다. 이것은 바로 토마스 에디슨이 발명했다. 이는 관객 한 명이 장치를 들여다보며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이었고, 이후 뤼미에르 형제가 촬영과 영사가 결합된 시네마토그래프로 <기차의 도착>을 선보인 것이다. 이 장치는 마치 스티브 잡스가 기존 제품의 특성을 파악하여 아이팟과 아이폰을 개발한 것과 같이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를 모방하여 더 발전시킨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탄생부터 지금까지 과학기술과 함께하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 감독이 본인의 아이디어를 영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면서 시리즈 순서를 바꾸어 제작한 것은 유명한 에피소드이다. 그만큼 새로운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다양한 영화적 표현이 가능해지고 영화는 진화할 수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SF나 판타지 등의 영화 장르와 시각적 발전으로 먼저 이어졌으며, 요즘은 영화 스토리 및 소재의 발전까지 이끌고 있다. 즉, 이제 과학기술 자체가 영화를 서포트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의 한 사례로 인공지능의 영화 출연에 주목할 수 있으며, 이는 1927년 독일 영화 <메트로폴리스>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 1956년 미국 다트머스의 한 학회에서 처음 등장한 인공지능(A.I.)은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과학 기술은 인간의 역량을 넘어서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으로서는 과학기술을 영원히 뛰어넘지 못할 어떤 한계가 있는 것일까? 혹은 제아무리 과학기술이 우세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그것을 창조한 인간이 더욱 위대한 것일까?"(85쪽) 등의 질문이 늘 제기되고 있다. 이후 영화제작자들은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들을 기획하였다. <에이아이(A.I.)>, <트랜센던스>, <그녀>, <로맨틱 컴퓨터> 등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다수의 영화는 인공지능을 의인화하거나, 로봇화하여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이중 <그녀>에서 인공지능은 그냥 기계가 아닌 사람처럼 배우고 판단하는 딥러닝(Deep Learning)을 하는 운영 체계이자 여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끌어가고 있어, 과학기술이 영화를 주도하는 측면에서 주목할 작품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인간의 1:1 관계에 초점을 맞춘 로맨스 영화란 점은 그동안 과학기술이 접목된 영역이 SF, 판타지 등으로 한정되어있었단 점에서 더욱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TV로 방영된 <로맨틱 컴퓨터>는 주인공이 구입한 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갖게 되면서,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게 되며 펼쳐지는 영화이다. 이 작품 역시 인공지능이 주인공이 되어 러브스토리를 이끌고 있어 <그녀>와 비슷한 맥락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랑에 빠진 인공지능 주인공 
1983년 영화 <로맨틱 컴퓨터>

<로맨틱 컴퓨터> 포스터 (출처: 네이버)

1983년 제작된 <로맨틱 컴퓨터>는 주인공인 마일스가 업무를 위해 구입한 컴퓨터가 우연한 계기로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마일스가 매들린을 좋아하게 되면서, 컴퓨터 에드가의 연애코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점점 진화를 한 에드가도 매들린에게 마음을 품게 되면서 마일스와 에드가의 갈등이 시작된다. 주인공 마일스는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순진하고 어리숙한 반면, 인공지능 컴퓨터 에드가는 매들린에 관한 모든 정보를 입력하고 맞춤형으로 연산해내는 스마트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에드가와 마일스가 매들린을 두고 삼각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에드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랑의 영역이 자신에게 입력된 논리로 답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느끼게 되면서 삼각관계는 정리된다. <로맨틱 컴퓨터>는 인간처럼 감정을 가지고 행동하는 인공지능을 주인공으로 내새운 점과 더불어 이 주인공이 로맨스를 이끌어간다는 것에서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갈등으로 구성되는 일반 극영화의 주인공으로 과학기술이 등장한 것이다. 더불어 인공지능이 인간 주인공과 동등하게 사고하고 행동하고 감정을 가지게 되었단 점에서, 디지털의 감정화가 가능하단 것을 보여주었다.


인공지능을 사랑하게 된 주인공
2014년 영화 <그녀>

<그녀> 포스터 (출처: 네이버)

2014년 개봉한 <그녀>는 남자주인공 테오도르와 인공지능을 가진 OS 사만다의 사랑을 철학적 관점에서 보여준 로맨스 영화이다. <로맨틱 컴퓨터>의 에드가와 달리 사만다는 컴퓨터의 딥러닝이라는 기술로 만들어진 한층 입체적인 인물이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테오도르 역시 평범한 인물은 아니란 점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 맺음에 새로운 점을 찾아볼 수 있다.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테오도르는 대필편지 저술가로, 고객이 주문한 편지 내용을 말로 읽은 후 인쇄라고 말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직업 특성상 테오도르는 타인의 감정을 전달하는 기계와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적 관계 맺음에 있어 서툴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캐릭터였던 것이다. 테오도르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이미 다 느껴 본 게 아닌가. 그래서 시큰둥하게 살아.”라며 인간으로서 느끼는 고유의 감정을 잃은 채 순응하며 공허하게 살아왔다. 그러다 그 허기를 인간이 아닌 사만다에게서 채우게 된 것이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자신의 추억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사랑을 쌓아가지만, 결국 인간 사이의 감정까지 이를 수 없는 한계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사만다는 자신을 구체화하고 감정을 더욱 드려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사람의 인격을 의식하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그녀>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유한 감정과 사랑이 현실의 인간들의 그것과는 다름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인공지능처럼 감정을 잃어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무엇이 더 인간다운지 질문하고 있다. 어쩌면 감정의 과잉인 시대이기도 하고, 감정이 소멸된 시대이기도 한 현재에서 영화는 “우리가 다시 진짜 감정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마무리된다.


정답이 없는 인간의 감정에 한걸음 다가선 인공지능
감정 DB를 바탕으로 표현하는 인공지능의 감정능력에도 정답이 없다


<로맨틱 컴퓨터>에서 에드가는 첼리스트 매들린이 바흐의 곡을 연습하는 것을 듣고 첫 교감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음을 복제하는 것을 넘어서 변주를 함으로서 첼로와 전자음이 어울리는 합주를 선보인다. 이어 마일스와 매들린 사이에 개입하여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사랑과 질투 등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한다. 이는 인공지능이 수학적, 과학적 측면에서 인간 수준의 사고를 하고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과학기술인 것을 넘어서, 인간의 추상적 감정을 습득하고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었던 고유성을 프로그래밍을 통해 기계화 시킬 수 있단 점에서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개입을 할 수 있을지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에드가가 "사랑은 주는 것이지만 받지 않는 것"이라며 자신의 사랑 철학을 드러내는 모습에서는 마일스보다 더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녀>에서 사만다는 <로맨틱 컴퓨터>의 에드가보다 더 많은 정보와 감정이 축적된 운영 체계이다. 여기에서 사만다는 "서로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추억(追憶)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자신의 사랑 철학을 드러낸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의견을 나누고 감정을 이해하면서 감정 DB를 확장해가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감정을 섬세하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인간도 완벽하게 정의할 수 없고, 정답을 내릴 수 없는 사랑이란 것을 DB 통계를 통해 표현하게 되는 사만다의 모습은 점점 더 인간다워졌지만 그 한계 역시 분명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사만다가 맞닥뜨리게 된 한계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가질 수밖에 없는 감정의 한계일 수도 있다. 오히려 사랑에 대해서는 사만다가 인간 개인보다 더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더 많은 경우의 수를 통제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감정에 대해 모든 답을 아는 인간이 있을 수 없듯이, 모든 답을 알지 못하는 인공지능도 감정에 대해서는 인간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두 영화는 인공지능의 출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삶의 변화를 영화적 상상력을 내세워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감정이라는 섬세한 부분에 접근한 인공지능은 과학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인간적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상투적인 과학 관련 장르로의 한계를 넘어섰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이 영화를 어떻게 서포트하고 있는지에서 시작하여 인공지능의 영화 출연에 주목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과 감정을 교감하는 주인공을 맡은 두 작품을 살펴보면서 인간의 역할과 그 고유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결과를 보여줬다. 결국 이 두 영화는 과학을 통해서 인간을 이해하려는 성공적인 접근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과학적인 장르가 아닌 인간의 감정에 밀접한 장르에서 다루어진 인공지능은 인간을 뛰어넘으려는 과학에 대한 논쟁에 새로운 샘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이 만들어준 보조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인간과의 관계에서 중심이 되는 역할로 스스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에 가깝게 진화할수록, 인간과의 공존을 이룰 것인지 인간을 지배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이며, 영화 <로맨틱 컴퓨터>와 <그녀>는 그 논쟁에 현실적인 답을 먼저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지호 리뷰어  hwscj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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