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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라이선싱의 확장: 주인공에서 배경으로<정글북>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중심으로
이지호 리뷰어 | 승인 2017.08.15 16:33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라이선싱에 기반을 둔 여러 방법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하나의 스토리와 그것을 이끄는 주인공 캐릭터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실사 영화와 큰 차이는 없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품은 라이선싱의 가능성은 영역 확장 뿐만아니라 그 유통기한까지 없애버렸다. 영화로 시작해서 뮤지컬, 책, 인형, 문구, 패션, 화장품, 이모티콘 등으로 지속해서 확장해갈 수 있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라이선싱은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겨울왕국>의 엘사, <알라딘>의 지니 요정, <미녀와 야수>의 주전자 등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캐릭터가 라이선싱의 핵심이 되어 영역 확장에 이바지해온 것이다. 그런데 2015년 패션브랜드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애니메이션 라이선싱을 선보였다. 캐릭터에 기반을 둔 콜라보레이션이 아닌, 애니메이션의 2차 이미지와 메시지를 활용하여 브랜드의 시각적 확장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에 주목한 홍익대학교 김경주 조교수는 「애니메이션의 2차 이미지를 활용한 브랜드의 시각적 확장: 디즈니 정글북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사례를 중심으로」(『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7(5), 2017)에서 애니메이션 원작에서 라이선싱 프로세스에 활용될 수 있는 요소를 1차, 2차로 구분하여 애니메이션 확장의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키덜트 문화의 발달과 브랜드의 사업확장 방식에서
진화 기회를 얻은 애니메이션 라이선싱 프로세스


키덜트 문화의 발달 이후, 아동용 콘텐츠로만 인식되던 애니메이션은 구매력이 있는 성인까지 그 타겟 영역을 넓혀왔다. 이 덕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라이선싱 프로세스를 거친 다양한 제품을 더욱 공격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성인들을 위한 고급화, 개인화 전략으로 마니아 현상까지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라이선싱 프로세스는 다양한 고객층과 차별화된 아이템을 바탕으로 시장 확장에 성공했다. 2013년 개봉한 디즈니의 <겨울왕국>은 극장 매출로 13억달러를 돌파했으며 2015년까지 관련 라이선싱 상품으로 극장 매출보다 훨씬 더 큰 매출을 달성했다. 이러한 확장의 대부분은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라이선싱 상품이었다. 이러한 캐릭터를 그대로 사용한 라이선싱은 이제 좀 더 나아가 배경, 메시지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한 은유적인 라이선싱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사업 확장을 위해 기존 제품을 기반으로 한 라인 확장과 타브랜드와 새로운 라인을 만드는 카테고리 확장의 방법을 선택한다. 후자의 경우 협업, 제휴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이중 애니메이션과 브랜드의 협업은 애니메이션 라이선싱을 기반으로 그 쓰임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유니클로와 디즈니의 의류 콜라보레이션, 스타워즈와 신세계백화점의 제휴 프로모션 등이 있다.

캐릭터 중심의 1차 이미지와 배경, 색채 등 2차 이미지로 나뉘는
애니메이션 라이선싱의 시각요소


라이선싱 프로세스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원작의 디자인을 배분하고 공유하며 원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이다. 일반적인 라이선싱 프로세스는 라이선서(licensor)-에이전시(agent)-라이선시(licensee)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라이선서인 원작자가 설정한 가이드라인을 따라 진행되는 이 프로세스는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세스를 통해 원작자(라이선서)는 기존 콘텐츠로 지속적인 이윤창출이 가능하며, 라이선시는 별도로 개발하지 않고도 컨셉에 적절한 요소를 획득할 수 있다. 더불어 라이선시는 원작을 통해 시장성 테스트 근거 지표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리스크를 미리 파악하고 일을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유사 요소의 반복이란 점에서 소비자의 콘텐츠 피로도를 높이기도 하지만, 최근 라이선싱 프로세스는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인화, 고급화 등의 다양한 시도를 시도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원작에서 1차적인 시각요소인 캐릭터 중심의 활용이 아닌, 상대적으로 덜 소비되고 노출된 2차 이미지의 라이선싱 사용은 주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기술인 셀(cel) 애니메이션에 빗대어 1차 이미지와 2차 이미지를 구분하자면, 내러티브를 발생시키는 주요 등장인물이나 보조 등장인물이 1차 이미지, 그 외 배경 이미지가 2차 이미지이다. 그동안 2차 이미지는 라이선싱에서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다. 정확하게 원작의 인물을 지정한 1차 이미지는 라이선싱 초기 단계에 주로 활용되어 왔다. 주인공 캐릭터부터 관련 오브제, 유사 확장된 이미지 등이 해당된다. 1차 이미지는 주로 아동용 상품에서 활용이 두드러졌지만, 키덜트 문화가 정착되면서 성인층까지 공략하고 있다. 2차 이미지는 은유적이고 추상적으로 원작을 드러낸다. 원작의 배경에 속하는 시각요소를 포함하면서, 퍼스트 리딩 단계의 콘텐츠 지각보다 세컨드 리딩 단계에서 드러난다. 2차 이미지의 활용은 소비자가 대상을 직접 바로 인지하기보다 원작에 대한 사전 지식을 근거로 분위기를 유추하게 하는 것으로, 아동보다는 성인들을 타겟으로 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2차 이미지의 라이선싱 프로세스는 고객층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필요로 하며, 콘텐츠를 통한 메시지 전달의 효율과 가능성에 대해 보다 세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속하는 시각 요소는 색채, 텍스쳐, 패턴, 배경, 작화 스타일 등이 있으며, 구체적인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라이선시의 브랜드 철학과의 콜라보레이션이 훨씬 쉽다. 그리고 원작의 탄생 시점을 기준으로 1차 이미지 활용이 선행되며, 2차 이미지 활용은 원작에 대한 입소문과 숙지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에 발생하는 편이다.

<정글북>의 자연, 색채가 중심이 된 라이선싱 프로세스
KENZO (2016 S/S) 캡슐 콜렉션 

KENZO&정글북 캡슐 콜렉션 (출처: 네이버)

패션 산업의 경우 매년 트렌드를 제시 해야 하므로 라이선싱 프로세스가 가장 민감하게 진행된다. 먼저, 고가상품 브랜드 매출 순위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ouis Vuitton Moet Hennessy 그룹의 자회사인 겐조(KENZO)에서도 디즈니 애니메이션과의 협업을 진행했다. 겐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정글북>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KENZO (2016 S/S) 캡슐 콜렉션을 선보였으며, 이는 2차 이미지를 활용한 라이선싱 프로세스가 기반이 되었다. <정글북>은 1894년 루디야드 키플링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1967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으며, 2016년 실사영화까지 만들어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정글북>은 인도 정글을 배경으로 하며, 날씨와 시간 그리고 자연의 흐름에 따른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강한 보색대비와 채도 조절로 주인공의 심리 등 서사를 표현하고 있다. <정글북>을 선택한 겐조는 이국적이며 밝고 화사한 성격의 브랜드이다. 겐조 브랜드의 전신인 정글잽에서부터 이미 아프리카와 일본의 디자인 모티프를 결합한 정글 이미지를 활용해왔기에 <정글북>과의 콜렉션은 브랜드 철학의 연장선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겐조와 <정글북>의 콜렉션에서는 꽃과 식물로 구성된 이미지만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정글북의 자연 배경 이미지와 겐조의 화려한 감각이 합쳐져 독특하고 환상적인 자연이 콜렉션의 주요한 이미지가 된 것이다. 이는 <정글북>의 2차 이미지를 차용한 것으로, 이를 겐조의 감각으로 재구성하여 의상이라는 매체에 맞게 패턴화되었다. 겐조의 에스닉한 이미지와 정글 이미지가 배합된 겐조의 콜렉션은 <정글북>의 주인공이나 동물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정글북>을 느낄 수 있는 콜렉션으로 탄생된 것이다.

출처: 「애니메이션의 2차 이미지를 활용한 브랜드의 시각적 확장: 디즈니 정글북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사례를 중심으로」(『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7(5), 2017)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초현실적인 서사와 기하학적 이미지가 중심이 된
 
Marc by Marc Jacobs (2015 F/W) 캡슐 콜렉션

Marc by Marc Jacobs (2015 F/W) 캡슐 콜렉션 (출처: 네이버)

두 번째로,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의 하위 브랜드인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Marc by Marc Jacobs)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협업을 진행했다.  Marc by Marc Jacobs (2015 F/W) 캡슐 콜렉션으로 완성된 협업도 원작의 2차 이미지를 활용하여 진행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1865년 루이스 캐럴의 원작으로 애니메이션 및 실사 영화로 제작된 디즈니 작품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독특한 세계관과 화려한 시각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초현실적인 서사와 이미지로 라이선스 활용에 큰 주목을 받았다. 극 중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기하학적 이미지와 비현실적 표현이 두드러지는 배경 묘사 등 2차 이미지의 라이선싱 활용은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에 의해 이루어졌다. 컬렉션 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디자이너인 마크 제이콥스는 ‘앨리스’의 열렬한 팬으로 이 컬렉션의 주요한 이미지를 꽃밭 배경으로 선택했다. 주인공 캐릭터가 아닌 배경 이미지로 드러나는 상황적 요소를 브랜드 철학에 맞게 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취하고 있는 기하학적인 이미지와 비현실적인 표현은 기하학이나 추상 패턴으로 표현하여 의상과 악세서리로 완성시켰다.

출처: 「애니메이션의 2차 이미지를 활용한 브랜드의 시각적 확장: 디즈니 정글북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사례를 중심으로」(『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7(5), 2017)


겐조와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사례처럼 배경, 작화 스타일 등을 시각 요소로 활용할 경우 소비자들은 원작과의 일치 여부를 바로 확인하기 힘들다. 캐릭터의 경우 바로 인지하기 쉽지만, 2차 이미지는 경계가 불분명한 것이다. 결국 구체적인 형태의 일치가 아닌 컨셉에 대한 인상과 분위기, 시장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상을 얼마나 구현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더불어 그 이미지가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함께 이해될 수 있으며, 브랜드 확장으로 이어지느냐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 원작의 아이덴티티와 브랜드의 철학은 서로 조금도 왜곡되지 않아야 하기도 한다.
캐릭터의 단순 반복, 복제를 뛰어넘은 2차 이미지 라이선싱 프로세스는 애니메이션의 소비기회를 넓혔고, 산업 전반의 시각적인 확장을 이끌었다. 더불어 이는 캐릭터 중심으로 활용되던 라이선싱에서 발생되던 피로도를 상쇄시키면서, 브랜드 자산을 더욱 확장시킨 시도이기도 하다. 2차 이미지가 가진 경계의 불분명함은 새로운 라이선싱 룰을 필요로 하지만, 이는 애니메이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라이선싱 프로세스의 진화에 새로운 기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애니메이션 원작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매력들이 다른 산업에서 뒤늦게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애니메이션 작업 과정 내 또다른 의미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지호 리뷰어  hwscj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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