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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음玉音으로 내 가슴을 씻어주기 바라노라”비폭력대화를 통한 화병(火病) 치유 가능성 모색
김연정 리뷰어 | 승인 2017.08.02 11:04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진심어린 말 한마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위로감을 준다. 김명완·김영건은 논문 「비폭력대화의 구성 4요소로 살펴본 전통의학적 火病 치유: 대화를 통한 치유의 콘텐츠」(한국어문학국제학술포럼, 『Journal of Korean Culture』29, 2015)에서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은 심적(心的) 갈등과 욕구를 해소하여 삶의 만족감을 높인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소통의 결핍은 욕구를 충족할 기회를 상대적으로 줄이고 있어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가중된 스트레스가 만성화되어 발현되는 정서적 긴장상태는 결국 화병으로 이어진다.


화병은 소통 결핍과
해결되지 못한 사건의 결과물

김명완·김영건의 위 논문은 화병의 전통의학적 치유기법을 현재 의사소통을 통한 평화적 해결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비폭력대화’에 도입하여 화병 치유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먼저 화병의 원인과 관련된 선행연구를 검토한다. 한의학에서는 화병의 원인을 칠정(七情, 인간이 지닌 근본인 정서로 중국 송대(宋代) 진무택(陳無擇)의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에서는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의 7가지를 칠정으로 하였다)의 변화로 본다. 화병과 관련하여 한의학 사전에는 그 정의가 정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다만 ‘화(火)’ 또는 ‘울화(鬱火)’ 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병리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고, 『동의보감』에서는 화에 관해서 “오지(五志)의 안에 뿌리를 박고 육욕(六慾)과 칠정이 격동하면 화가 일어난다”고 하여 분노를 화병의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의학적으로는 이시형이 연구한 이래로 정신과 의사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연구되고 있다. 이시형은 화병이 단기간의 스트레스 반응이 아닌 오랜 시간이 경과한 다음에 나타나는 신체화 된 증상기에 주목하고 있다.

화병은 심장 즉 마음에서 비롯되며, 분노와 같은 감정과 연관이 된다. 이러한 감정을 풀지 못하여 마음속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상태가 화(火)의 형태로 분출되어 나타난 증상이다. 한국의 민간에서는 이러한 화병을 오래전부터 울화병이라고 하여 ‘우울하고 답답하여 일어나는 심화(心火)로 인해 몸에 열이 높은 병’이라고 정의하였다. 미국정신의학회(DSM-IV)에서는 문화 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한국의 민속증후군인 분노증후군(anger syndrome)으로 분노의 억제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본 논문의 저자는 이시형의 연구와 DSIM-IV의 보고, 『동의보감』의 내용 등을 모두 종합하여 화병을 설명한다. 화병은 원인 및 경과 그리고 일정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의학적인 하나의 증후군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마음속에 억제한 결과로서 생겨나는 병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火病 치유에 사용된
대화요법

 

허준의 『동의보감』

저자는 『동의보감(東醫寶鑑)』과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전통의학적으로 화병을 치유한 사례를 찾아 분석한다.

① 식성사후(息城司侯)가 아버지가 적에게 피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슬퍼하며 통곡하였다. 울음이 멈추자 심통(心痛)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심통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며 낫지 않고, 한 달여가 지나서는 잔을 엎어놓은 것 같은 덩어리가 생겼다. 감당할 수 없이 너무 아팠지만, 온갖 약이 효과가 없었다. 무당을 불러 헛소리를 섞어 환자를 웃기게 하였더니 환자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며칠 동안 벽을 바라보고 나서 가슴에 있던 덩어리가 모두 사라졌다. (226쪽,『동의보감(東醫寶鑑)』)

② 녹진(祿眞)의 성과 이름은 자세하지 않으나 …… 이때 충공(忠恭) 각간(角干)이 상대등이 되어 정사당에 앉아 내외의 관원을 전형(銓衡)하였는데, 공사에서 물러 나와 병이 들었다. 의원을 불러 진맥하니 “병이 심장에 있으므로 용치탕(龍齒湯)을 복용해야 합니다.” 하였다. …… 녹진이 나아가 말하기를 “듣자온 즉 귀체(貴體)의 건강상태가 고르지 못하시다 하오니, 공께서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하여 풍로(風露)의 찬 기운에 병들어서 촉상(觸傷)하여 혈기의 화(和)함을 상하고 지체의 편안함을 잃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하였다. 충공 각간이 말하기를 “거기까지 간 것은 아니다. 다만 어릿어릿 하여 정신이 불쾌한 것뿐이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녹진이 대답하길 “그렇다면 공의 병은 약이나 침으로 치료할 것이 아니라 지극한 말과 높은 담론으로 한번 쳐서 깨칠 수가 있는데, 공께서 들어 주시겠습니까?” 하였다. 각간이 말하길 “그대가 나를 멀리 버리지 않고 특별히 광림(光臨)해 주었으니, 옥음(玉音)을 들려서 나의 가슴 속을 씻어 주기 바라노라.” 하였다. (227쪽, 『삼국사기(三國史記)』)

③ 각간은 이에 의원을 사양해 보내고, 수레를 타고서 왕궁으로 들어가니 왕이 말하기를 “경은 날을 정하고 약을 복용한다하였는데, 어찌하여 내조(來朝)하는가”하였다. 충공이 대답하기를 “신이 녹진의 말을 들으니 약석(藥石)과 같습니다. 어찌 용치탕을 마시는데 그칠 정도이겠습니까!”하며, 왕에게 그간의 일을 자세히 말하였다. 왕이 “과인이 임금이 되고 경이 재상이 되었는데, 이렇게 직언하는 사람이 있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라고 말하였다. (227쪽, 『삼국사기(三國史記)』)

위의 『동의보감』에는 부친의 사망 후 가슴앓이를 하는 환자 식성사후(息城司侯)가 무당을 통해 치료된 사례가 나온다. 저자는 이 사례가 민간요법으로 환자의 마음에 공감하는 위로와 격려의 대화를 통해 환자가 심리적으로 바라는 욕구가 치유되었다고 본다. 이것은 감정의 순화를 통해 화를 풀어내는 방식이다.

『삼국사기』 열전에는 녹진이 각간의 병 치유를 위한 방법으로 환자의 이성과 지식에 호소한 설득(persuation)․충고(advice)․암시(suggestion)를 통한 대화가 나온다. 저자는 환자인 각간에게 병의 치유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 언어적 치유기법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지언고론(至高論)’이란 단어에 주목한다. 여기서 화병 치유를 위해 사용한 대화법인 ‘지언고론’은 환자의 억눌린 감정과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여 정서를 안정시켜 주는 것으로, 녹진의 대화를 통한 설득과 조언은 비폭력대화의 구성요소 중 ‘부탁’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삼국사기』 녹진의 기록은 우리나라 최초로 대화요법을 통한 치유 기록으로 여겨진다. 이 기록을 통해 볼 때, 과거부터 심리적․정신적 문제가 있을 때에는 환자가 대화를 통해 억압되거나 분출되지 못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환자가 느끼고 있는 것을 공감하여 접근했을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전통의학적 치유방법은 일반적으로 환자와 대화 및 면담을 통해서 환자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면서 경청한다. 그리고 그동안 환자가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편안히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준다. 이때 치료자는 환자가 자신의 증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어 환자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해준다.

 

비폭력대화 구성요소로 살펴본
火病 치유

저자는 『동의보감』과 『삼국사기』에 나오는 식성사후와 녹진의 사례는 대화를 통해서 화병을 치유한 사례이며,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약해진 자아를 지지해 줌으로써 환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와 마주해서 견뎌내고 나갈 수 있게 하는 지지적정신요법이 활용되었다고 본다. 이것은 환자의 손상된 방어기제를 회복 및 강화시키는 치유법으로 환자와 치료자 간의 관계(rapport)가 그 중심바탕을 이루는 것이다. 이 치유법은 현실생활과 현실에서 파생된 여러 문제를 환자가 직면했을 때 정신적으로 버티고 견딜 수 있게 도와준다.

저자는 『동의보감』과 『삼국사기』에서 화병을 치유하기 위해 사용된 대화법에 지금의 한의학에서 활용하고 있는 정신치료의 방법이 활용되었으며, 그 대화법에 비폭력 대화의 구성요소가 적절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한다.

마셜 B. 로젠버그(Marshall B. Rosenberg)에 의해 창시된 비폭력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는 연민의 대화(Compassionate Communication) 또는 삶의 언어(Language of Life)․기린의 언어 등으로도 부른다. 비폭력대화는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 상호 존중과 기여, 상생과 통합, 협력과 평화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폭력대화는 질적인 인간관계를 상호 간에 형성하는 것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유대를 형성해 모두의 욕구가 평화롭게 충족될 방법을 찾아가는 것으로, 관찰․느낌․욕구․부탁의 구성 4요소를 바탕으로 한다. 비폭력대화의 구성 4요소는 공감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중심 의지를 가지고, 상대방의 의사표현을 경청하면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비폭력대화에서는 ‘행동에 대한 느낌을 말로 표현하는 단계’를 느낌말 목록(Feeling List)으로 기술하여 욕구 충족과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로 구분하고 있다.

저자는『동의보감』과 『삼국사기』에서 화병이 생긴 원인이 마음속에 누적된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와 칠기에 변화가 생겨 화병이 생겼음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느낌 목록(Feeling List)에 해당하는 언어가 활용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화병을 치유하기 위해 사용한 말 또한 욕구를 충족해 주는 언어가 대화 속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식성사후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 심통이 생긴 것을 <표2>의 비폭력대화 구성요소인 느낌 목록(Feeling List) 중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인 ‘암담함’ ‘슬픔’ ‘그리운’ ‘절망스러운’ ‘놀람’등으로 인해서 심병이 발생한 것을 무당을 통해서 ‘진정되는’ ‘평온한’등의 느낌 목록으로 욕구가 충족되고 있다.

 

또, 『삼국사기』에서 각간이 말한 “다만 어릿어릿하고 정신이 불쾌한 것뿐이다”를 <표2>의 느낌 목록으로 살펴보면 ‘언짢은’ ‘불편한’ 등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의 언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현재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각간이 말한 “옥음을 들려서 나의 가슴 속을 씻어 주기 바라노라”를 통해서 욕구해소를 위한 대화를 부탁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저자는 치료자의 자세와 관련해서 화병 환자가 앓고 있는 병의 원인이 되는 욕구 해결을 위한 조건인 비폭력대화의 필요 목록(Need List) <표3>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즉 화병 환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직시하게 하고, 환자 스스로가 필요로 하는 것을 대화를 통해 얻을 때 화병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가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전통의학에서 화병의 치유에 사용한 대화방법에 비폭력대화의 구성 4요소가 녹아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 상호 간의 의사소통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비폭력대화가 화병에 대한 치유의 콘텐츠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양정운·김성재, 「비폭력대화를 이용한 의사소통 중재연구의 통합적 고찰」, 서울대학교 간호과학연구소, 『간호학의 지평(Perspectives in Nursing Science)』, 2016.

홍천덕 외 1명,「국내 비폭력대화(NVC) 연구의 동향 분석」, 釜山女子大學校 학생생활연구소, 『學生生活硏究』, 2015.

 

 

김연정 리뷰어  equ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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