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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주의 청년세대와 지방대생사회학으로 풀어보는 '복학왕'
최종원 리뷰어 | 승인 2017.07.20 07:48

힘든 청춘들을 위한 담론이 산발적으로, 또 연속적으로 제기되어 오고 있다. 청년세대들을 위한 여러 자기계발서나, 혹은 힐링서적이라든지, 이런 현실을 불러일으켜 온 여러 원인들에 대한 분석서도 여러 형태로 접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청년세대에 대한 일련의 담론은 같은 속성 내지 성향을 가진 청년집단들을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모든 청년집단에 대해 같은 논리로 접근할 수 있을까?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최종렬 교수「‘복학왕’의 사회학: 지방대생의 이야기에 대한 서사분석」(『한국사회학』51-1, 2017년 2월)에서 김홍중의 생존주의 청년세대 담론을 논의하면서, 자신이 겪어온 지방대생들도 그러한 담론에 포함될 수 있는지, 그럴 수 없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파악하고자 하였다. 
 

생존주의 마음의
레짐

논문은 김홍중(2007, 2009b, 2015)의 청년세대의 전환 담론에 의지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간략히 말하자면, 80년대의 진정성 세대는 내면의 참된 자아와 대화하며 삶을 이끌어 가는 태도를 지닌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들 세대는 97년 IMF 사태 이후로 생존주의 세대가 된다. 이 생존주의 세대는 초기에는 ‘동물+속물’ 세대로서 진정성 세대와는 달리 내적 관계를 맺을 자아가 아예 없고(동물적), 자신의 자아와 도구적, 기만적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속물적). 쉽게 얘기해서, 이들은 자신의 능력, 가치, 사유 등을 모두 도구화해서 성공을 향한 열망에 쏟는다. 그리고 문제는 이러한 동물+속물의 청년세대가 자기계발을 기만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되게 추구하면서 생존하기 위하여 전력 투구를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현재 청년세대=생존주의라 할 수 있겠는데, 김홍중이 도출한 생존주의의 다섯 가지 태제는 다음과 같다.
 

1. 소극적 목적 태제’. 경쟁의 목적은 승리하기 위함이 아니라 도태되지 않는 것임.

2. ‘영원한 연장 태제’. 경쟁은 종착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계속 연장됨.

3. ‘자기통치 태제’. 생존을 위하여 개인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가시적 자원으로 전환하는 자기통치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함.

4. ‘평범한 안정 태제’. 생존이란, 야심찬 시도로 인한 특별한 성공 따위가 아닌 평범한 안정임.

5. ‘진정성-기능성 태제’. 생존 추구 과정은 사회적 통제에의 순응이며 자아를 실현하여 자기 정체를 표현하는 과정임.

웹툰 <복학왕> 중에서. 저자는 김홍중의 생존주의 청년세대 담론을 10여 년간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지방대생의 현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웹툰 <복학왕>을 접하고, 그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다졌다고 언급한다.

생존주의 마음의
코드

김홍중의 마음의 레짐은 인지적·정서적·도덕적 코드의 복합체로 정의된다. 이 코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적 상징체계라기보다는 몸과 마음에 육화된 아비투스의 기계적 발현으로 축소된다. 인지적·정서적·도덕적 코드는 전통적인 사회학적 용어로 풀어 말하면 가치·규범·목표의 성속 코드라 할 수 있다.

도덕적 코드로서 ‘가치’는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가를 규정하는 가치평가적 코드이다. 생존주의 마음의 가치 코드는 생존 대 낙오의 이항으로 구성된다. 이전의 생존 개념과는 달리 경쟁적 삶에서 배제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정서적 코드로서 ‘규범’은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 방식을 조절하는데, 대개 관례, 습속, 법을 지칭한다. 생존주의 세대의 규범은 진정성 대 비진정성의 이항코드로 이루어져 있다. 생존주의 세대는 생존 가치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그에 대한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신념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신념을 기반으로 행위를 성찰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인지적 코드로서 ‘목표’는 가치를 추구하는 수단의 인지적 효율성, 즉 수단목적 합리성과 관련된다. 자기계발 대 비자기계발의 이항 코드로 구성된다. 생존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요행이나 운이 아니라 개인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생존을 위해 관리하고 계발하는 데 있다. “청년세대의 생존주의 마음의 핵심은 “자기계발을 진정되게 추구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말로 요약된다. 아래는 김홍중이 제시한 생존주의 마음의 이항 코드를 가치·규범·목표의 성속 코드로 재구성한 것이다.”(251쪽)

 


김홍중은 80년대의 진정성 세대가 소멸하고 그 자리에 동물과 속물이 출현하였다가, 이내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을 열렬히 추구하는 청년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김홍중이 현재 한국의 청년세대를 동물과 속물로 비유한 것은 사회학자로서 한국 청년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한 메타포로 썼다고 보고 있다. 이는 김홍중 본인과의 사적인 대화에서 이미 털어놓았던 사실이라고 한다.

“생존주의자는 언뜻 보면 동물인 것처럼 보인다. 생존 가치에 따라 게임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생존 가치는 자기 자신의 생존에만 가치를 두기 때문에 자신을 초월한 더 큰 존재와 관련 속에서 자신의 삶의 행로를 위치지우지 못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생존주의자는 생존을 내면의 가치이념으로 설정하고, 이러한 가치 이념에 비추어 스스로 목적을 선택하고 이 목적을 가치 추구하듯이 한다. 그런 점에서 베버가 말한 문화인간의 한 유형처럼 보인다. 다만 생존주의자의 가치이념은 현실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맺고 있는 연관관계와 당대의 현실이 구성되게 된 역사적 과정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역사적 현실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그의 가치이념은 유아론적이다.”(256쪽)
 

공적 상징체계와
문화화용론

논문에서는 자기계발 담론은 매우 다양한 층위를 지닌 이질적인 재고 지식이며, 사용자에 따라 이러한 층위들이 뒤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무리 담론의 질서와 마음의 레짐의 통치가 강고하고 집요하다 해도 행위자가 자기계발 담론을 사용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으며, 사용한다 해도 이를 사용한 자신의 행위에 주관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계발 담론을 청년 세대가 실제로 활용해서 문제적 상황을 정의하고 해소하는가 하는 점이다. 저자는 이를 경험적 연구를 통해서만 답할 수 있는 문제라 보고 있다.

논문에서는 문화화용론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문화화용론은 행위자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지적으로 분류하고, 도덕적으로 가치평가하며, 정서적으로 느끼기 위해 그에게 가용한 공적 상징체계를 활용하여 말과 행위를 구성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행위자는 반드시 또 다른 행위자를 전제로 할 때에만 공적 상징체계를 활용하여 말과 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259쪽)

청년 세대에 대한 저자의 접근 관점은 다음과 같다. 청년은 어떤 자아를 가지고 있는가? 전략적 손익계산가인가? 동물인가? 속물인가? 생존주의자인가? 아니면 테일러가 말하는 자아를 지니고 있는가?(선에 대한 지향을 추구하고 찾는 한에서 나타나는 대상) 그렇다면 청년들이 어쩐 자아를 지니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을 중심으로 청년들과 대화의 망을 형성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자가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 학생들이 좋은 삶에 대한 가치이념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 가치이념을 가지고 있다면, 자아, 집단, 사회, 민족, 세계 등과 관련하여 가치연관을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함.

2. 좋은 삶을 추구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 학생들이 좋은 삶을 추구하는 자신의 자아와 진정성의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래서 자기통치의 길로 나아가는지 파악하고자 함.

3. 좋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일상에서 무엇을 어떻게 행하고 있는가? : 좋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기계발을 선택하여 활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함.
 

가치
: 가족의 행복

그들에게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그들에게는 아직 자신이 믿을 가치이념이 없다. 그래도 테일러가 어떤 인간도 좋은 삶에 대한 지향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였듯, 지방대생들에도 좋은 삶에 대한 개념이 존재했다. 그들에게 좋은 삶이란 경제적 성공도 생존도 아닌, ‘행복’이다. 이 행복은 무엇보다 평범한 가족의 삶으로부터 나온다. 자신을 초월한 집합적 단위와 관련해서 자신의 삶을 구성한다면, 오로지 가족뿐인 것이다. 김홍중의 생존주의자에게 생존은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는 것이다. 지방대생에게 있어서 생존은 가족을 형성, 또는 가족 안에 머물자는 것이다. 이렇듯 평범한 일상의 삶을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이념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사회는 녹록치 않을 것이다. 생존주의자는 생존을 자신의 내면 깊숙이 받아 들여 가치이념으로 삼는다. 하지만 지방대생에게 생존은 가치이념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주어진 목적이다.

규범
: 성찰적 겸연쩍음

지방대생은 스스로 생각하는 좋은 삶을 어떤 방식으로 추구하는가? 이는 전술하였듯이 자신의 자아와 진정성의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래서 자기통치의 길로 나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의 자아와 어떤 실천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떻게 자신의 자아를 대상화하고, 어떤 관계를 맺는지, 자아는 대화의 망 안에서 출현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방대생이 어떤 대화의 망을 상상하느냐가 자아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지방대생은 기업을 대화의 망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자신의 자아를 기업가로 대상화하지 않고, 생존주의자로 대상화하지도 않는다. 소비시장 역시 대화의 망이 아니다. 대신 그들이 상정하는 대화의 망은 가족, 친구, 대학 동료 및 선후배 등의 집단이다. 가족 내에서는 공부는 못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아이로 자신의 자아를 드러내며, 친구에 대해서는 의리 있는 친구로 자아를 표출하며, 대학 동료와 선후배들 사이에서는 학과 일에 잘 협조하는 동료로 자아를 드러낸다. 이런 자아에 대해서 결코 도구적 관계를 맺을 수 없고, 또한 그러한 자아에 대해 진정한 관계를 맺고 활용하여 인간 관계를 맺는다.

그렇다면 이들은 다른 생존주의자처럼 사회로 나가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가? 이들은 학교 밖을 넘어서 인정받으려 하지 않는다. 특히 공부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공부를 통해 인정받아 본 적은 거의 없다. 십수년 입시 공부의 결과로 지방대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이들을 더욱 위축시킨다. 해도 안 되는 것을 시도하는 것은 주변인들에게 희망고문을 시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저자가 대화한 지방대생 6명은 모두 가족적 자아를 가지고 있어, 가족을 넘지 못하는, 혹은 넘으려고 하지도 않는 성찰적 겸연쩍음의 에토스에 빠져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목표
: 습속의 왕국

대화대상인 지방대생 6명 모두 자기계발에 대한 압력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목적-수단 범주를 통해 합리적으로 자기계발을 실행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한 방식으로 삶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지방대생의 일상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자기계발을 통하여 자신을 단련하고 업그레이드시켜 성공을 추구하는 행위는 독하고 영악하고 고집있고 계산적인 그런 행위들이다. 그들은 자기계발을 해 봐야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 또한 알며, 놀기만 해서는 인생이 망가진다는 것도 알기에 그 어떤 것도 몰두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목적과 수단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의 관계이다. 지방대생은 주변의 관계를 먼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것을 우선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라 보고 이를 싫어한다. 그러다보니 주변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한다. 그와 같은 이른바 습속의 왕국에서 그들은 살아간다. 계속 해왔던 대로, 혹은 주변사람들이 하던 대로, 습속을 따라 살아가면 세상이 너무나 자명한 사회적 사실로 다가온다. 평범한 사람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지방대생은 자기계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 자기계발 담론을 공적 상징체계로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한다 하여도 지방대에서 작동하는 적당주의 집단 습속이 자기 계발이라는 집합표상을 걸러낸다. 그 결과 지방대생은 경쟁 밖에 자신을 위치 지운다. 설사 경쟁에 뛰어든다 해도 느슨하게 한다. 그리고 성찰적 겸연쩍음으로 경쟁 과정과 결과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는다. 이러한 결론은 저자가 단지 6명의 지방대생과의 대화를 통하여 도출한 것만은 아니다. 저자가 10년 이상 지방대에서 학생들과 어울리며 매일같이 깨달은 인지적 실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속해 있는 문화적 구조는 매우 단단하며, 저자는 이를 깨보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저자가 제시하는 하나의 방법은, 다른 집단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령 저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학자이므로 공부 잠재력이 있는 대학생들을 학술대회가 있을 때마다 데리고 다녀, 보다 넓은 세계를 보여주며, 일부 학생의 경우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고. 본 논문은 학술지 논문치고는 50여쪽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본 리뷰에 싣지 못한 사회학 개념들이 논문에서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은 참조하기 바란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김홍중, 2015. 「서바이벌, 생존주의, 그리고 청년 세대: 마음의 사회학의 관점에서」, 『한국사회학』 49 (1) : 1–29.

김홍중, 2016. 「진정성의 수행과 창조적 자아에의 꿈: 시문학동인 P에 대한 사례연구」, 『한국사회학』 50 (2) : 199–229.

최종원 리뷰어  zwpow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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