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2017 정치/사회
스트리밍 서비스에 따른 대중음악 스탠더드의 변화소유의 음악에서 접속의 음악으로
이지호 리뷰어 | 승인 2017.08.03 09:46
2016년 가온 차트 뮤직 어워드에서 지드래곤.(출처: 위키백과)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지드래곤의 신보를 음반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음악의 형태에 대해서 반추할 기회가 되었다. 2017년 6월 지드래곤은 음원 다운로드 링크에 접속할 수 있는 USB를 음반으로서 발매했다. 그리고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는 이 USB를 ‘앨범’으로 인정할 수 없기에 앨범 차트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입장 차이가 발생했다. 음악에 접속할 수 있는 열쇠로 USB를 발매한 지드래곤은 "중요한 건 겉포장이 아니라 그 누가 어디서 틀어도 그 안에 담겨 있는 음악, 내 목소리가 녹음된 바로 내 노래"라며 음반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에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슈를 둘러싸고 음악의 형태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1940년대 LP, 1980년대 CD가 차례로 등장하며 우리는 보다 풍성한 음악적 경험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디지털 음원을 통해 더욱 편리하게 음악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가요시장에서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는 음반 판매량이 아닌 온라인 음원 차트 순위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음악은 음반을 통해 소유하는 것에서 접속/다운로드를 통해 경험하는 것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음악을 소비하는 개념이 바뀌고 있음에 주목한 포항공과대학교 이도엽, 양은영은 「소유의 음악에서 접속의 음악으로: 온라인 디지털 음악시장에서 한국 대중가요 스탠더드(standard)의 변화」(『글로벌문화콘텐츠』 27, 2017)를 발표, 대중음악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른 대중음악 스탠더드의 변화를 제시했다.


30초 미리 듣기 후 구매 결정
대중가요 길이 짧아지고 후크송 등장

KT올레뮤직, 네이버뮤직, SK멜론 등 디지털 음원 시장에 대기업이 직접 관여하게 되면서 창작자에게 합리적인 정산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등의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이는 창작자들의 창의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국내 학자들은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이 대중음악 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과시하게 되자 감상하는 음악이 자취를 감추고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음악만이 살아남게 되었다고 비판하기도 했으며, 30초 미리 듣기 후 구매를 결정하는 온라인 음원 사이트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대중가요의 길이가 짧아지고 후크송이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대중음악이 디지털 음원 유통 시장의 변화에 맞춰서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온라인 음악 시장이 등장한 2001년, 소비자들은 소리바다 같은 P2P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음원을 무료로 다운로드해 감상했다. 이후 저작권이 인지되면서 불법 다운로드가 문제시되자 정부는 저작권법을 개정했고 2005년부터 유료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다운로드보다 스트리밍 이용이 높아졌고,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음원차트의 순위가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커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은 디지털 음원 전체 수익의 약 91%인데, 이는 스웨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비율이다. 음원차트 상위에 랭킹된 곡들에 소비가 편중되기 시작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까지 발생했다.

 

대중음악산업 전반에 드러난
승자독식 구조

이러한 차트에서의 승자독식 현상은 대중음악산업 전반에도 드러나고 있다. 영화 산업의 수직계열화처럼 음악 산업에도 대형 기획사 및 제작사를 중심으로 유통구조가 통합되고 국내 음악산업 전체 매출의 43.68%를 0.6%의 기업들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음원 스트리밍의 수익을 유통사 40%, 제작사 44%, 저작권자 10%, 실연주자 6%의 비율로 정산하여 제작사와 아티스트는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 방송, 광고, 공연, 행사 등 다양한 부가 수입원을 확보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은 대부분 월정액 방식을 택하고 있기에 제작사에게 돌아가는 정산 비율은 현저히 적어지고 있다. 이처럼 스트리밍 차트의 막강한 영향력과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인해 음악 산업에서의 생존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음원 사재기 등 조작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중음악은 버어스와 코러스로 구성되는데, 버어스는 코러스에 도달하기까지 감상자를 긴장시키고 준비시키며 곡의 상황을 설정하는 부분이며, 코러스는 음악적 중요성이 있는 부분으로 주요반복구 또는 후크가 포함된 부분이다. K-pop 히트곡들을 분석해보면 버어스와 코러스는 형식이나 순서에 관계없이 항상 포함되어 있다. 본 논문에서 주목한 '스탠더드'는 이러한 구성으로 분석된 공식이라 볼 수 있으며, 대중음악 작곡가들은 그때의 곡의 흥행공식인 스탠더드 맞춰 작곡하도록 자본가들의 압력을 받아왔다. "예술의 대중화 이후 그 시대의 대중과 미디어의 요구에 맞춘 스탠더드를 제작하는 것은 흥행을 노리는 제작자들의 중요한 관심사였다."(69쪽)

물론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산품과 같이 규격화되어버린 문화상품으로 변질된 대중음악으로 여러 비판이 오가기도 했다. 이렇게 규격화되어간 대중음악은 대중들에게 빨리 인지되고 며칠 동안 머릿속에게 멤도는 자극성을 가진 반면에 금세 매력과 활기, 음악성, 그리고 의미를 잃게 되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대중음악의 스탠더드는 새로운 음악 감상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바뀌었다.

"영국에서 라디오가 주요 매체로 자리 잡았을 때 제작자들은 라디오의 각 스테이션의 규격에 맞도록 곡의 장르와 재생시간 등을 재구성해 미디어의 틀에 맞는 음악을 제작했다. 뮤직비디오와 MTV가 등장했을 때는 뮤직비디오 감독과 음반회사는 가사나 음악의 요소들을 시각과 결합될 때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반복적인 짧은 후크를 사용했다."(69쪽)

소비자의 음원 이용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다운로드 서비스(2001-2003)와 스트리밍 서비스(2012-2014) 두 기간에 연간 상위 차트에 포함된 대중음악 형식이 바뀌고 후렴구 유형이 달라졌을 것이라 가정하고 음원 공식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멜론에서 제공하는 시대별 음원차트를 바탕으로 2001~2003년의 가온차트 상위 50곡, 2012~2014년의 멜론차트 상위 50곡에 포함된 곡 중 발라드와 댄스 장르의 음원으로 총 166곡을 선정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기승전결보단 반복적 중독성 강한 곡 어필

우선, 음원 이용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댄스 음악은 코러스(후크 포함)가 선행하는 것으로 형식이 변화했음을 확인했다. 다운로드 기간의 음원차트에서는 7.7%의 댄스 음악이 코러스가 선행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기간에는 5배 이상 증가한 42%의 댄스 음악이 코러스가 선행되었다. 정액요금제를 사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회원들에게 기승전결이 있는 음악보다는 반복적이고 중독성이 강한 곡이 단시간에 어필하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발라드 장르의 곡의 형식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두 번째로 댄스와 발라드 장르 모두 음원 전체길이의 평균이 짧아졌음을 확인했다. 댄스 음악의 경우 평균 33초, 발라드 음악의 경우 평균 26초 짧아졌다. 이는 음원의 재생 횟수에 따라 음원 차트 순위가 결정될 뿐 아니라, 재생 횟수에 따라 저작권료가 발생되기 때문에 짧은 곡을 여러 곡 제작하는 것이 수익을 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세 번째로 음원 내 코러스에 도달하는 시간은 코러스가 선행하지 않는 형식의 발라드 장르에서 짧아졌음을 확인했다. 이는 단순히 음원 전체길이가 감소해서 짧아진 것이 아닌, 음원 안에서 앞쪽으로 이동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발라드 장르는 코러스가 선행하는 형식의 변화는 없었지만 코러스가 등장하는 과정이 짧아진 것이다. 음원 상위 차트에서 짧고 반복적인 후렴구를 사용하는 댄스 음악의 비중이 높아지자,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한 스탠더드를 취했음을 예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발라드와 댄스 장르 모두 코러스의 주요반복구 길이가 감소했다. 더 짧은 단위의 주요반복구가 코러스 부분에서 반복되는 것이다. 이는 짧은 형태의 반복적 리듬을 활용하여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각인시키는 후킹 효과로 볼 수 있으며, 전체적인 음원의 길이가 감소한 것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소유보다는 경험, 공유
소비의 룰이 바뀌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대중음악산업에서 대기업의 개입과 소비와 유통에서의 쏠림 현상은 대중음악 창작에도 영향을 미쳐 대중문화의 쏠림까지 야기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적인 결과물이 문제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이라는 문화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잃지 않도록 지켜져야 하는 사회의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음악산업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고 각자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도록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소유보다는 경험, 공유의 경제 관념을 바탕으로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에 맞춰 대부분의 소비재가 진화하고 있으며, 음악이나 영화 같은 문화콘텐츠도 진화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이지만, 산업의 룰과 구성원들의 태도도 이러한 경제 진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최대한 빨리 산업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지호 리뷰어  hwscjj@hanmail.net

<저작권자 © 리뷰 아카이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지호 리뷰어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글항아리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1층  |  대표전화 : 031)955-8898  |  팩스 : 031)955-2557
등록번호 : 경기, 아51383   |  등록일 : 2016.05.13   |  발행인 : 강성민  |  편집인 : 강성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현민
Copyright © 2018 리뷰 아카이브.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