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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로 전형화된 한국 중년남성한국 중년남성의 언어인류학적 고찰
최종원 리뷰어 | 승인 2017.07.15 08:53

‘아저씨’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 혹은 낮춰서 부르는 말 정도로 알려져 있는 ‘아재’가 최근 대중문화계의 인기 소재가 되었다. 특히 주로 동음이의어 말장난으로 시작된 ‘아재개그’는 각종 SNS에서 무수히 재생산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갑자기 왜 ‘아재’라는 용어가 현재처럼 쓰이는 것일까? 단순한 유행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러한 현상은 이 사회에 있어 매우 중요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울산과학기술원 기초과정부 최진숙 교수「한국 사회 중년 남성의 전형화에 대한 언어인류학적 고찰」(『한국문화인류학』49-3, 2016년 11월)이라는 논문에서, 아재개그의 구조적 특징, 나아가 사회문화적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아재개그의 구조적 특징

‘아재개그’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세밀하게 정의된 바는 없으나 대체로 그 특징은 ‘재미없는 개그’, ‘시대에 뒤떨어진 개그’, ‘다소 무리한 개그’, ‘(아저씨들이 하는)썰렁한 말장난’ 정도로 통용되는 듯하다. 그런데 이는 1990년대에 유행했던 ‘썰렁개그’와 유사하다. 이러한 썰렁개그는 다시 2000년대에 유행했던 ‘허무개그’와도 맥이 이어진다. 즉 ‘아재개그’ 자체가 형식상으로는 예전의 썰렁개그, 허무개그와 큰 차이가 없다. 또 이는 일본의 ‘오야지개그’, 미국의 ‘dad joke’와 유사하다. 모두 주로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말장난으로, 주화자는 중년남성이며,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아재개그의 언어형식적 특징

주로 동음이의어, 넌센스퀴즈의 형식을 취한다. 여타의 사회 및 집단 내 말놀이와 마찬가지로 대중문화 및 한국어, 한국문화적, 그리고 시대적 특수성을 파악하지 못하고는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는 특별한 말재간 없이도 몇 가지 공식을 기억하여 재생산하거나 반복하여 활용할 수도 있다.

예)

서울이 추우면? 서울시립대
서울대가 추우면? 서울시립대
시립대 가면 손이 시립대
시립대 가면 발이 시립대

이러한 언어적 형식은 이전 시기에도 이미 유행했었다. 그렇다면 이전 시기 유머 형식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저자는 ‘참여자 구조’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형적인 아재의 모습. 영화 <보안관> 중에서.



아재개그의 참여자 관계

‘아재개그’의 화자는 그 명칭대로 ‘아재’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아재’는 ‘아저씨’를 낮추어 부르는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또한 친척용어로도 흔히 사용된다. 그런데 현재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즉 세대를 가르기 위한 호칭어 내지 지칭어로 사용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오빠’와 ‘삼촌’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모호한 남성을 지칭하는 용어라 할 수 있다.

방송에서의 아재개그 화자는 주로 아버지, 부장, 가게 아저씨, 탐정 등의 중년남성이다. KBS 개그콘서트의 <아재씨>라는 코너와 SBS 웃찾사의 <부장아재>라는 코너는 과도한 아재개그로 시청자에게 재미없다는 욕을 많이 들었었다. 특히 <부장아재>라는 코너의 전개는 주로, 등장인물 중 하나인 ‘부장’이 아재개그를 하면, 부하들이 직장 내에서의 관계 유지를 위하여 웃거나, 억지로 버티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즉 ‘아재개그’는 ‘갑을관계’, ‘상명하복’으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의 위계질서를 언어 사용 형식으로 잘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 이전 세대부터 이어져 온 개그 형식이 유지되기도 하지만, 반면 권력 자체를 희화화시키기도 하며, 자연스레 중년남성의 권위가 쇠락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아재개그’의 언어형식 및 참여자 관계의 특징은 ‘아재’가 전형화되었다는 사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아재’의 지표성과 도상화

‘아재개그’와 유사한 다른 개그형식들에 비하여 ‘아재개그’가 이전의 개그보다 대중매체에서 빈번히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아재개그’외에 ‘아재’라는 용어가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무수히 인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재’는 한국사회 중년남성이 가지는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대변하는 것으로 인용되기도 한다고 전술한 바 있다. 즉, 권위주의적이며, 소통·배려에 미흡한 중년남성을 지칭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반드시 중년남성이 아니더라도, 몇 가지 행동의 자질을 가진 사람을 지칭한다. 그리고 그 몇 가지 행동의 자질이란 소위 ‘꼰대’들이 보이는 행동들이다. 가령 나이 어리다고 함부로 선배 노릇을 하는 등의 권위적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그러하다.


또는 시대흐름에 도태되거나, 어린 시절이 문득 그리워질 때, 더 확장적으로 상대적으로 구세대에 속할 때 쓰이기도 하는 것이다. 음악, 음식, 패션 등 소비문화에 대한 담론에서 ‘아재’는 맥락에 따라 적절하게 지표 기호로 만들어진 것으로 저자는 바라본다. 여러 상황에서 아재를 구분하는 전략은, “~를 먹으면, 하면, 사면, 입으면” 등 명백한 증거가 제시된다고 간주되는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면 아재”라는 공식은 구시대를 지표하는 기호(예: 삼성폰)를 문장에 인용함으로써 그 기호와 ‘아재’집단을 연결하여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아재’의 의미 혹은 ‘아재성(性)’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를 확인 및 강화(reinforce)하는 전략으로써 ‘아재 대 오빠/꼰대’라는 이분법적 대립을 사용한다. 양복을 헐렁하게 입으면 아재라면, 타이트한 양복 차림은 오빠를 지시하는 대립적 구도를 통해 기호와 사람 사이의 유사성을 수립하고 아재를 전형화하는 데 성공한다”(79-80쪽)

이제 아재는 시대에 뒤처지는 중년남성에서 확장되어 다양한 남성의 모습을 포괄하고 있다. (TV조선 프로그램 <호박씨> 중 한 장면>


새로운 중년남성상

이제 새로운 ‘아재’의 개념이 광고 등의 소비매체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보자. 광고에서의 ‘아재’는 기존 아재상과는 다른 변이형을 보이고 있다. 가령 기존 아재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유명 남성배우가 ‘아재개그’를 연행한다. 논문에서 선보이는 예는 ‘새우’와 ‘세우다’를 이용한 햄버거 광고이다. 기존에 동음이의어 말장난을 광고에서 많이 활용하기는 하였으나, 단지 저자는 그 광고의 출연배우가 기존 ‘아재’와 거리가 먼 중년남성배우로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권위주의적, 가부장적, 중년남성으로서의 ‘아재’를 재현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아재 이미지는 마케팅적으로 ‘젊고 매력적인, 소통하려는’ 이미지로 변환된 것으로 저자는 분석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재다움’에서 탈피하는 식의 광고에서도 ‘아재’는 기존의 이미지를 도상화하는데, 결국 근본적으로는 “여전히 ‘아재’의 속성을 ‘가부장적인 권위주의적 중년남성’으로 상정, 이것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는 점에서 갈(Gal2013)이 논의한 바와 같이 대립적 구도를 통한 아재의 도상화라는 공식의 틀에서 탈피하지 못했음을 볼 수 있다.”(85쪽)

‘아재’는 단순히 중년의 남성 개념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아재’가 포장하는 남성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이 논문에서는 그러한 다양한 아재상에서 전형화 과정을 거쳐, 한국사회 중년남성이 마치 단일한 정체성을 가진 것인 양 보이게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이화정, 2013. 「멜로드라마에 나타난 남성상 유형의 변화」,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3 (7) : 62–69.
황혜진, 2008, 「새로운 남성 정체성의 모색, 가능성과 한계」,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8 (12) : 131–140.

최종원 리뷰어  zwpow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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