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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가치이론, 마르크스경제학에서의 수수께끼노동가치이론의 최근 경향
박알림 리뷰어 | 승인 2016.12.27 09:20

이른바
전형문제


가치는 무엇으로부터 기원하는 것일까. 경제학설사를 공부해 본 이라면 흔히 들어봤을 질문이다. 이 질문은 경제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이다. 그리고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에게 가치는 노동으로부터 기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르크스에게 있어서도 노동가치이론은 그의 가장 중요한 이론적 기여에 해당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노동가치이론에 근거한 경제학이론은 마르크스 이후 한계혁명을 거치면서 주류경제학에서 극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한계혁명 이후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을 통해서 결정되는 것이었고, 가치는 수요자와 공급자 개인의 효용에서부터 기원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노동가치이론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서 지속되었는데, 이른바 ‘전형문제’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서 오랜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던컨 폴리의 논문, ‘노동가치이론의 최근 경향’(Foley, D. K. (2000). Recent Developments in the Labor Theory of Value. Review of Radical Political Economics, 32(1), 1–39.)은 마르크스 이전의 노동가치이론을 비롯하여 마르크스 후대의 논쟁들에 대해서 개괄한다. 논쟁의 핵심은 당연히 ‘전형문제’라고 불리는 것으로, 가치가 어떻게 가격으로 전형(transformation)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경제학적, 수학적 논쟁을 담고 있다. 본격적인 논쟁은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집필하고서 뵘-바베크에 의한 반론으로 시작되었는데, 이후로 100년 이상의 논쟁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 이전의 논의들
: 아담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서 마르크스 이전의 논의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스미스는 중농주의자나중상주의자들에 대해서 비판할 필요가 있었다. 중농주의자들은 가치가 무에서 유가 창출되는 유일한 부문인 농업에서부터 유래한다고 주장하였고, 중상주의자들은 부를 생산하는 상업에서 유래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미스는 비버와 사슴을 교환하는 경제에서의 ‘비버와 사슴의 우화’를 통해서 노동의 고됨을 강조하고, 가치는 이 고됨에서부터 출현한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이는 수량적 분석까지 나아가는 것은 아니었고, 경제적 문제를 한편으로 개인의 심리를 통해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편 리카도는 스미스의 주장을 비판하면서도 이를 지지하며 자신의 논의를 개진하였다. 스미스는 그가 자연가격이라고 부른 것이 임금과 이윤, 지대의 합을 통해서 계산된다고 주장하였는데, 리카도는 이를 비판한 것이다. 노동가치이론에 완전히 준거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카도는 노동가치이론의 전면적인 적용을 가능하게 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그는 ‘불변의 가치척도’에 기초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이 척도는 하나의 상품이거나 특정한 가중치로 조정된 상품들의 조합이었다. 리카도의 노동가치이론은 마르크스에게도 영향을 주지만, 특히 ‘불변의 가치척도’라는 아이디어는 훗날 스라파와 같은 네오 리카도학파의 주요한 지침을 제공하였다.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이론와
‘전형논쟁’의 시작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자신의 이론적 기여는 노동과 노동력을 구분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동과 노동력을 구분함으로써 마르크스는 가치의 기원을 노동으로부터 기원하는 것임을 논증하면서도 동시에 노동자의 부지불노동이 자본가에게 귀속되고, 다시 말해서 착취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밝혀낸다. 이로써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이론은 잉여가치이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말하자면 마르크스에게 노동가치이론은 단순히 개별상품의 가격형성에 관한 이론이 아니다. 그에게 노동가치이론은 착취를 증명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계급적 성격을 규명하는 것에 있다. 때문에 그는 노동시간의 지출에 있어서, 그 사회적 성격에 주목한다. 그는 이를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표현한다. 그에게 시장에서 교환가능한 노동은 사적 노동이 아니라 사회적 노동이었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개별상품에서의 가치와 가격 사이의 괴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의미로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가치와 가격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법도 거시적으로 풀고자 하였다. 그는 이 문제를 총가치와 총가격의 일치를 통해서 풀고자 하였다. 이른바 ‘총계일치 명제’였다. 그는 총생산물의 총가치와 총가격이 같고, 총잉여가치와 총이윤이 같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한 비판은 뵘-바베크 등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자본론> 1권에서 사용한 ‘가치’라는 용어와 개별 상품들의 투하노동을 동일시함으로써 마르크스의 해법이 틀렸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명백히 마르크스의 용어법에 대한 오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형논쟁은 촉발되었으며, 수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복잡하게 논쟁을 이어가도록 이끌었다.


전형문제의 여러가지 해석 1
: 이원 체계


이원 체계는 가치체계와 가격체계를 분리해서 해석하는 방법으로 뵘-바베크, 투간-바라노프스키 등에 의해서 시작되어, 보르트키비츠, 스위지, 시튼, 모리시마, 새뮤엘슨, 스티드먼, 로머 등 다양한 논자들에 의해서 반복되었다. 특히 후기의 논의들은 수학적 정합성을 더함으로써 마르크스의 가치-가격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해석되고는 한다. 이들이 구축한 수식에 따르면 가치체계 방정식과 가격체계 방정식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이 독립적이다. 따라서 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치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이 때문에 가치체계에 대한 무용론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모든 이원 체계 논자들이 이와 같이 해석한 것은 아니었다. 이를 테면, 모리시마는 투하노동가치 체계에서 착취율이 양수이면, 가격체계에서 이윤율이 양수가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이를 ‘마르크스의 기본정리’라고 이름 붙였다. 가치-가격의 이원적 체계에서 수량적으로는 여러 왜곡이 존재하지만, 노동가치이론이 완전히 폐기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또한 스티드먼과 로머는 역사유물론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이원체계의 해석을 지지함으로써, 스라파의 가격결정 이론이나 왈라스적인 일반균형이론에서 대안적인 연구 프로그램을 시도하였다. 한편 새뮤얼슨 같은 주류경제학자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계의 전형논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이원 체계는 마르크스 노동가치이론의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폴리에 따르면, 이러한 이원체계는 수학적으로 정합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가 강조한 화폐적 측면에 대해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노동가치이론과 화폐이론을 결합하는데, 따라서 그는 노동시간과 화폐 사이의 상관관계에 주목한다. 이는 후술할 신해석이라는 해석과 관련이 깊다.


전형문제의 여러가지 해석 2
: 투하노동에 대한 경험적 접근방법


샤이크가 개척하고, 토나크, 오쵸아 등이 발전시킨 투하노동에 대한 경험적 접근방법이 있다. 이는 이원체계에서 성립된 투하노동계수에 자극받아 시작되는데, 레온티에프의 투입산출표를 이용하여 현실경제에서의 투하노동계수와 생산가격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는 투하노동계수와 생산가격 사이의 격차가 얼마나 되는지가 핵심적인 질문거리이다. 이들은 가치체계와 가격체계 간의 여러가지 밀접한 상관관계와 규칙성들을 발견해내는데, 이는 매우 흥미로운 발견임에도 불구하고, 이론적 설명력에 있어서는 모호한 채로 남아있다.
또한 투하노동계수를 실제 가격에 조응시키려는 경험적 접근방법은 투하노동이 현실경제에 있어서 가치 및 노동 플로우를 이해하는데 있어 괜찮은 일차적 근사값이라는 리카도의 입장을 상당부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전형문제의 여러가지 해석 3
: ‘신해석’


 

Duncan K. Foley

70년대 말 뒤메닐과 폴리는 각자 독립적으로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이론에 있어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이는 이후 뒤메닐의 제안에 따라 완전한 해법은 아니라는 의미에서, 새해석으로 이름을 달리해서 불리고 있는데, 이름만으로는 어떠한 해석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다. 신해석에서의 중심적인 개념은 ‘노동의 화폐적 표현’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화폐는 사회적 노동시간을 표상한다고 말한 것에서부터 이 개념은 유래한다. 따라서 총생산의 체계에서 정의된 노동의 화폐적 표현을 척도로 사용하면, 현실경제에서 화폐의 플로우를 노동시간의 플로우로 변환할 수 있고, 그 역도 성립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에 따라 총계일치 명제에서 총생산을 순생산으로 바꾸고, 노동시간의 화폐적 표현을 사용하면, 총계일치 명제는 성립한다. 즉 순생산의 총가격과 총가치, 총잉여가치와 총이윤은 같다.

새해석이 제시하는 정의는 몇가지 중요한 방법론적 이점들을 갖는다. 첫째로 이에 따르면 다른 어떤 가격결정 이론(이를 테면 생산가격 이론 등)과도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해석은 완전히 일반적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해석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국민회계를 활용한 계량적 검정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새해석의 핵심은 현실경제의 생산체계가 아무리 복잡하다고 할지라도, 노동의 화폐적 표현을 측정할 수 있는 실행가능하고 명료한 방법을 제안한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해석은 이후 ‘시점간 단일체계’ 해석과 같은 최근의 해석에도 영향을 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새해석에 대한
여러가지 비판들


이원체계 해석의 지지자들은 새해석을 일종의 ‘속임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가치와 가격 사이의 이원 체계를 풀기보다, 이를 피해가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새해석이 경험적 가설이기 보다, 정의(definition)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새해석의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폴리에 따르면 이는 과학철학적 견해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물리학에서 f=ma 역시 하나의 정의관계만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석이 사후적으로 성립할 수밖에 없는 정의식이라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들은 새해석을 통해서 가설을 경험적으로 검정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간과한 것이다. 여러가지 비판들이 존재하지만 중대한 비판 중에 하나는 시점간 단일체계 접근방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폴리에 따르면 이는 새해석의 연장선에 있으며, 서로 모순되지 않을 수 있다.


전형문제의 여러가지 해석 4
: 시점간 단일체계 해석


시점간 단일체계 해석은 새해석에서 가변자본과 잉여가치에 대해서는 가격으로 전형하는 반면, 불변자본에 대해서는 가격으로 전형되지 않는다는 비판에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이들은 불변자본에 있어서도 화폐적 표현으로 전형되어야 한다. 이에 따르면 이제 지출된 산노동에 대한 순생산 화폐가치의 비례성, 부지불 노동시간에 대한 잉여가치의 비례성, 지불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액의 비례성이 성립할 뿐만 아니라, 총산출의 가격이 총산출의 가치와 같아지며, 가격이윤율과 가치이윤율도 같아지게 된다. 왜냐하면 불변자본을 전형함으로써, 이원 체계에서 존재하던 투하노동계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폴리에 따르면 시점간 단일체계 해석은 단일하고 일관된 정의를 제시하는데 실패하였다. 또한 새해석에서 제시한 정의와 일치시키지 못할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여전히 전형문제에 대한 온전한 해석은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노동가치이론,
마르크스경제학에서의 수수께끼


폴리는 노동가치이론에서 특히 전형문제에 대한 여러가지 견해와 오고 가는 논쟁들을 다루면서도, 오늘날 전형문제에 대한 논의는 일정부분 새해석을 중심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이원체계 지지자들도 새해석을 자신들의 경험연구에 있어서 1차적인 근사값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할만하다. 말하자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계에서 새해석을 중심으로 상당부분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논쟁이 완전히 종결된 것도 아니다. 필자는 전형논쟁을 떠올리면, 과거에 있어왔던 케임브리지 자본논쟁이 떠오른다. 그리고 자본논쟁의 진정한 승리자는 스라피언이 아니라 주류경제학자들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정말로 필요한 것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Duménil, G., & Foley, D. K. (2008). The Marxian Transformation Problem. In The New Palgrave Dictionary of Economics. Palgrave Macmillan.

Kim, C. (2010). The Recent Controversy on Marx’s Value Theory: A Critical Assessment. Marxism 21, 7(2), 282–320.
 

박알림 리뷰어  allim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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