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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은?로마가 돌아보는 연준의 통화정책 100년
김종현 리뷰어 | 승인 2016.12.22 17:21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수행과정에서 오류를 저지르면 이는 단지 한번의 실수로 끝나지 않는다. 대개는 거시경제 전반에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여 재앙을 낳는다. 때때로 그런 일은 중앙은행의 지도부가 통화정책의 효과를 과신한 탓에 일어나기도 한다. 경제 상황을 통화당국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말이다. 예컨대 1960년대 중반에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상충관계를 고려해서 적당히 통화정책을 하면 큰 탈 없이 경기를 조절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 빠른 물가상승과 높은 실업률이 공존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런 환상은 무참히 깨졌다. 그래서 중앙은행 총재의 덕목으로 '겸손함' 거론되곤 한다. 이처럼 크리스티나 로머와 데이비드 로머의 논문(Romer, Christina D. and David H. Romer. 2013. "The Most Dangerous Idea in Federal Reserve History: Monetary Policy Doesn't Matter." American Economic Review, 103(3))의 도입부에서는 통화정책에 대한 과신을 경계해야 해야 하는 이유를 간략히 제시된다. 하지만 저자들이 보기에 과신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역사 100년을 되돌아볼 때 당면한 경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통화당국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미국 경제의 주요 고비를 되돌아보면서 통화당국의 정책 파급력에 대한 비관주의가 낳은 참사들을 언급한다. 특히 이 논문이 나온 2013년경에는 연준이 양적완화를 중단할지 지속할지를 두고 이런저런 논쟁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서 읽는 것도 재미있는 독법일 것이다.


1930년대와
1970년대의 교훈


프리드먼과 슈워츠의 고전적 연구에서 주장된 바와 같이, 대공황기에 상황이 악화된 것에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충분히 확장적으로 하지 않았던 점이 작용했다. 1930년경 뉴욕 연방준비은행 측에서는 확장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대부분 무시했다. 통화당국의 신뢰성이 약화되고, 저금리와 확장적 통화 정책은 금융투기와 자산가격 버블을 부추기기 마련이란 것이다. 이런 태도는 대공황 초기에만 있던 게 아니라 공황기 내내 지속되어 많은 문제를 낳았다. 1930년대 중후반기에는 이미 이자율도 낮고 통화량도 많은데 경기는 되살아나지를 않고 있으니 더 확장적이어봤자 무슨 소용이냐는 식이었다. 경기 회복기에도 연준은 유입된 금을 불태화시키는 데에 집중했다. 여전히 침체가 끝나진 않았는데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을 앞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1970년대에는 거꾸로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못잡을 것이라는 비관이 퍼졌다. 경기는 침체이고 실업률도 높은데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있으니 전통적 통화정책으론 해결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널리 퍼졌다.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없으니 이들은 다른 수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들은 소득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즉 물가를 직접 통제하고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억제해야 물가상승을 통제해야 한다고 봤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연준은 정말 인플레이션과 맞서 싸우지 않았다. 그 결과는 끔찍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30년대와 1970년대 미국의 경제성과는 처참했다.

 

연준의 직인. 출처: Wikipedia 영문판 Federal Reserve System 항목


오늘날의 연준,
그리고 교훈


한편 오늘날 연준에도 이런 문제는 여전히 잔존해있다. 그런데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연준은 양적완화라는, 적극적이다 못해 '비전통적인' 수단까지 동원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모든 연방준비은행장들이 여기에 동의했던 것은 아니였다는 점을 봐야한다. 수십 조 달러를 때려박아도 살아나지 않을 경제상황이고, 초저금리 기조가 자원배분이 왜곡시켜 거품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실업문제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주의가 많았다.

요컨대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두 종류의 비관주의가 이어져왔다. 첫째는 통화정책이 별반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이다. 두번째는 과감한 통화정책에 수반되는 여러 비용 내지는 부작용(금융불안정 등)에 대한 우려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러한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는 결론이 오늘날의 컨센선스이며, 최근 통화정책이 발휘한 여러 효과를 볼 때 그러한 우려들은 과대평과된 것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이 외에도 실제로 과감한 통화정책을 시도했던 경우의 성공사례들을 거론하며 최악의 결과를 낳았던 것은 비관주의라는 결론을 재확인한다. 물론 '겸손'이라는 미덕을 잊어선 안된다고 덧붙이기를 잊지 않는다. 이상이 데이비드 로머와 크리스티나 로머의 논문에서 제기된 주장이다.


통화정책의
한계에 관하여


통화정책이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은 '위험한 생각'이라는 저자들의 생각에는 분명 타당한 부분이 많다. 실제로 통화당국의 적극적 조치가 없었다면 경제가 당장에 붕괴해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2008년 경제위기가 아니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적완화 이후의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수준이란 점은 분명 사실이다. 양적완화로 풀려나온 자금이 자산가격 거품을 형성해서 또다른 경제위기의 뇌관을 만들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가? 확실히 비용과 부작용이 과장이라고 일축하기엔 무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봐선 안될 것이다. 재정정책도 총동원되어야 좀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수단만으로 지금 세계경제가 겪고 있는 수익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전망하긴 쉽지 않다. 따라서 보다 과감하고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심지어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칭한 케인스도 대공황기에 '투자의 사회화'를 외치지 않았던가? 아마도 우리는 심지어 그보다 더 과감하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당장에 경제학계에서도 장기 침체론이 부활하고 있지 않은가.

*함께 읽어볼 만한 논문

Primiceri, Giorgio E. 2006. Why Inflation Rose and Fell: Policy-Makers’ Beliefs and U.S. Postwar Stabilization Policy.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21 (3)

Romer, Christina D., and David H. Romer. 2002. “The Evolution of Economic Understanding and Postwar Stabilization Policy.” In Rethinking Stabilization Policy, 11–78. Kansas City: Federal Reserve Bank of Kansas City.

김종현 리뷰어  mrkim_sa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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