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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스미스에서부터 루카스까지, 균형개념에 대해서경제학에서 균형 개념의 발전
박알림 리뷰어 | 승인 2016.10.06 09:36

균형은 물리학과 화학, 그리고 사회과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개념으로, 사회과학에서는 특히 경제학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서 있다. 말하자면 오늘날 현대경제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균형’ 개념이란 다른 어떤 개념들보다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경제학에서 균형 개념은 물리학에서 차용한 것이지만, 그 역사는 18세기에서부터 유래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물리학과의 연관성은 없었다. 오히려 도덕철학과 유관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 균형은 제임스 스튜와트에 의해 1769년에 처음 사용되었고, 그 이후로 이 개념은 오늘날까지 여러 의미와 기능이 수정되어 왔다. 머레이 밀게이트(Murray Milgate)는 경제학에서 균형 개념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살핀다(Milgate, M. (2008). equilibrium (development of the concept). In S. N. Durlauf & L. E. Blume (Eds.), The New Palgrave Dictionary of Economics (2nd ed.). Palgrave Macmillan.)

경제학에서 균형은 이를 테면 공급과 수요와 같은 경제적 힘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이 상태에서 외부에서의 충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경제변수의 값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경제학에서 균형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이다. 이러한 균형상태에서는 균형값을 얻는다. 일반적인 수요-공급 모형을 상정하자면 균형상태에서는 균형가격과 균형거래량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균형 개념은 어떠한 산출물을 얻는 경제적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산출을 결정하는 경쟁적 과정으로 이해된다. 


균형 개념의 변천(1)
아담 스미스와 고전학파


아담 스미스는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균형 개념의 원형을 보여준다. 그에게 균형은 경제시스템의 핵심으로 마치 중력과 같은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번째는 스미스의 글에 나타나는데, 이는 두가지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균형은 '자연적 조건'으로 정의된다. 

"모든 사회 또는 그 이웃에는 노동과 자본의 서로 다른 용도마다에 임금 및 이윤에 대하여 통상률 또는 평균률이라는 것이 있다. 뒤에서도 밝히겠지만 이 율은 일부분은 그 사회의 일반적인 사정, 즉 그 빈부, 그 진보나 정체 또는 쇠퇴의 상태에 의해서, 또 일부분은 각 용도의 특정한 성질에 의해 자연히 규제되고 있는 것이다. ··· 어떤 상품의 가격이 그것을 산출하고 가공하고 시장에 반출하는 데 사용된 토지의 지대, 노동의 임금 및 자본의 이윤을 그들의 자연율에 따라서 지불하는 데 과부족이 없다면, 그 상품은 이른바 자연가격으로 팔리게 되는 것이다."(아담 스미스, 『국부론』)


여기서 핵심은 "자연적인 조건"이라는 것이다. 현대적인 표현에 따르면 이는 "자유 경쟁"의 과정이 산출을 만들어 내는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두번째 과정은 다음에 있다.

"따라서 자연가격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모든 상품의 가격이 끊임없이 그것으로 끌려가는 중심가격이다. 갖가지 우연한 사정이 그 가격들을 때로는 그 중심가격보다 훨씬 위에 머물러 있게 하고, 때로는 어느 정도 그보다 더 아래에 머물게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 가격이 이 중심에 안정하고 지속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가 무엇이든 간에 그 가격은 끊임 없이 이 주임을 향하는 경향이 있다"(아담 스미스, 『국부론』)

여기서는 특히 핵심은 균형으로 나아가는 경향이라는 점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균형의 일반적 의미를 스미스의 글에서 이미 나타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 균형 개념은 자연적 조건으로 인식되었고, 이 자연적 조건에 의해 경제가 규제되는 메커니즘을 사람들의 ‘공감(sympathy)’심리에서 찾았다.

존 스튜어트 밀은 균형이 과연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것인지, 특수한 상태인지에 대해서 다루고자 하였다. 그래서 그는 균형은 ‘추상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고, 다시 말해서 ‘어떤 특정한 가정하에서만 진실’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일반적인 원인’이라고 여겼다. 한편 데이비드 리카도는 이를 다소 달랐다. 그는 우연적이고 일시적인 변동에 대한 분석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 어떠한 사물의 항구적인 상태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고 보았고, 균형을 그러한 상태라고 여겼다. 


균형 개념의 변천(2)
알프레드 마샬과 20세기 초반의 풍경


20세기 초반의 초기 경제학자들에게 균형이 ‘자연적 질서’라는 생각은 사회의 가능한 상태나 혹은 그 존재에 대한 규범적 선언에 초점을 두고 있었을 뿐이었다. 따라서 사회의 일반적인 균형상태, 즉 일반균형에 대한 존재 증명에 연구를이 진행되었다. 이는 왈라스에 의해 처음으로 논의되고, 애로우와 드브뢰에 의해 수학적으로 증명된다. 또한 폰 노이만이 이후 고정점 정리(Fixed point theorem)를 응용하여 매우 간결한 형태의 증명하는데 성공한다. 20세기 초반의 일이다.

알프레드 마샬은 고전파경제학자들이 ‘자연적 조건’으로 취급했던 균형 개념을 ‘장기적 상태’라는 용어로 대체하였다. 이는 순간적인 사건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클라크는 장기에서의 자연 또는 정상가치라고 하였고, 제본스, 왈라스, 뵘-봐베크, 빅셀과 같은 초창기 경제학자들도 이러한 용어법을 그대로 따랐다.

마샬은 ‘정태적(static)’ 균형 개념을 명확히 하였다. 정태적 균형이라는 용어는 원래 존 스튜어트 밀에게서 차용한 것이었다. 정태적 균형은 특히 ‘특정한 시점’에서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ceteris paribus)’의 (설명변수의) 경제적 힘의 균형을 분석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는 부분 균형(partial equilibrium) 분석으로 이어졌다. 부분 균형은 왈라스 이후 주장되어온 일반 균형(general equilibrium)과는 다른 것이었다. 일반 균형은 전 사회의 동시적 균형을 보였다면, 부분 균형은 특정한 시장에서 ‘다른 조건이 동일 할 때’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부분균형의 전통은 케인즈를 통해 이어왔고 이후 왈라스주의 일반균형이론과 함께 현대경제학의 커다란 획을 그었다.


균형 개념의 변천(3)
하이예크와 새고전학파의 계승


마샬의 부문균형이론은 특정한 시점에서의 정태적 균형 개념을 전제한 것이었다. 이는 특정한 시점에서의 분석이었기 때문에, ‘단기(short-term)’, ‘장기(long-term)’이라는 시간을 인위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이 함께 제시되었다. 또한 정태적 부분균형과는 달리, 여러 변수가 동시적인 균형을 분석하는 일반균형에서는 시간이 변수로 고려되어야 했다. 따라서 ‘시점간(intertemporal)’ 균형 개념이 제시될 필요가 있었다. 시점간 균형이란 서로 다른 시간 간의 균형을 의미했는데, 이는 현대경제학의 중요한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이 개념은 마샬 이후 힉스, 린달, 하이예크와 같은 전간기 경제학자들에 의해서 도입되었는데, 그중에 가장 중요한 인물은 하이예크였다. 1970년대 이후 실물경기이론, 합리적 기대이론으로 대표되는 새고전학파(New Classical)가 출현하는데, 이들은 하이예크를 기초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시점간 균형 개념은 이론적 기초가 되었다. 이러한 시점간 균형 개념의 가장 중요한 함의는 동일한 상품의 가격이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모든 논의를 다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글을 써야할 것이다. 대신 가장 중요한 두가지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기대가 균형 개념을 적용하는데 중요하게 등장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모든 경우의 균형 개념이 단일한 명칭으로 불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중대한 개념적 혁신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균형 개념의 복기復棋

오늘날 균형 개념을 둘러싼 혼란스러움은 아마 이 개념의 역사적 성격과 관련이 깊을 것이다. 특히나 밀그레이트가 보여준 균형 개념의 역사적 발전은 이 개념이 다분히 도덕철학적 맥락으로부터 출현해서 오늘날 현대경제학의 이론적 발전과 조응하여 개념이 함께 발전해왔음을 보여준다. 이때 밀그레이트가 제목으로 ‘개념의 변화’나 단순히 ‘개념의 역사’라고 지칭한 것이 어니라 ‘개념의 ‘발전’’이라고 표현한 것은 꽤 흥미롭다. 그의 서술은 단순히 도덕철학적 개념에서 하이예크 이후의 내재적 균형으로 변화되어 오면서 균형이라는 개념이 다양한 모든 형태의 균형을 설명하여 비로소 개념적 퍼즐이 풀리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비록 짧은 글에서 그 모든 것들을 다루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찍이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는 통념과 구분되는 개념의 정립이 과학적 발전의 기초임을 말한 바 있다. 나는 균형 개념에서 어떤 내재적 긴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복기해본다.

*함께 읽으면 좋은 논문
「일반균형이론의 역사」, 박명호, 『경제학의 역사와 사상』1, 1998.

「왈라스에서의 모색과 시간」, 박명호, 『경제논집』32, 1993.
 

박알림 리뷰어  allimp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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